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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플터치 & 큐티

와플 QT_Motherhood
2022-06-11

주말칼럼_Motherhood

  

우연히 영화 아더후드(Otherhood)를 보게 되었습니다. “Motherhood” 어머니인 상태에서 성장한 아들들과의 관계를 통해 “Otherhood” 어머니가 아닌 여성의 상태인 자신을 찾아가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한번 나와 어머니의 관계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어머니는 온전히 저만 바라보십니다. 그런 저는 온전히 제 아이만 바라봅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강인했던 어머니는 새로운 상황에, 작은 변화에도 두려움을 느낍니다. 어머니의 두려움을 저는 고집으로, 저와 갈등의 원인으로만 생각합니다. 제 아이의 두려움과 변화에는 민감하게 대처하면서도 정작 저의 어머니에게는 예민함으로 반응했습니다. 


아직도 저를 아이처럼 생각하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이제는 저를 좀 믿어줬으면 그래서 지켜봐 주길 원합니다. 단지 어머니는 저와 함께하는 순간에 엄마로서의 역할을 하고 싶은 것뿐입니다.


저를 처음 만나던 그날처럼 그렇게 그 자리에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싶은 것뿐입니다. 내가 밤새 아파할 때도, 넘어져서 울고 있어도, 친구들과 싸워도 늘 제 옆에서 저의 편이 되어준, 늘 필요한 그 순간에 기적처럼 나타나는 저의 어머니였음을 잠시 잊었습니다. 


처음부터 혼자서 다 한 것처럼, 제 능력으로 다 이룬 것처럼… 식사 때마다 나를 위해 반찬을 밀어 넣는 어머니의 모습에 화를 내고 맙니다. 잠결에도 나의 움직이는 소리에 필요한 것이 없는지 확인하러 나오십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면 마음으로는 당신을 위해 살아가길 바라면서 행동으로는 화를 내고 맙니다. 


새벽기도로 하루를 시작하며 저의 축복을 위해 기도하는 어머니를 날씨가 좋지 않아, 건강이 염려되어 붙잡아봅니다. 그럴 때마다 당신이 해줄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라고… 원하는 것을 사주며 다른 친구들과 비교당하지 않도록 늘 최선을 다하던 어머니의 모습이 저의 마음 한쪽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미 충분히 줬음에도 어머니는 부족함을 느끼며 자식을 위해 해줄 수 있는 무언가를 찾고 계십니다. 


자식을 위해 할 일이 없다는 것은 당신이 필요 없는 존재는 아닌지 생각하십니다. 저는 그것도 모르고 이젠 쉬시라고, 그냥 있어 달라고 이야기합니다. 어머니에게 그냥 있어야 하는 것은 너무 어렵고, 힘든 일인데 말입니다. 


영화에서 성장한 아들들은 각자의 독립된 생활을 통해 엄마들이 없는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 엄마들은 자신들이 여전히 아들들과 함께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자식들이 자신들의 삶을 잘살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어머니는 곁에서 함께하십니다. 나의 어머니로서. 


영화에서 아들은 자신의 집에 갑자기 찾아온 엄마가 하루빨리 가길 바랍니다. 그런 아들에게 엄마는 자신에 대해 아는 것 10가지를 적으면 돌아가겠다고 합니다. 


엄마가 어떤 꽃을 좋아하는지 질문하자 아들은 당황스러워합니다. 나의 어머니에 대해 알고 있는 것 10가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상황을 불편해하는지 이미 다 알고 있는 어머니에 비해 저는 어머니에 대해 알고 있는 것들이 없는 것 같습니다. 


아버지 또는 어머니에 대해 알고 있는 10가지

1.                                       

2.

3.

4.

5.

6.

7.

8.

9.

10. 


저의 어머니가 제 곁에서 함께하는 동안 10가지를 다 채워보려 합니다. 추측으로 “~해서 싫어하는 것, 당연히 좋아하지 않는 것, 불편해하는 것”이 아닌 좋아하는 것, 원하는 것, 어머니가 아닌 온전한 자신으로서의 삶에 대해 함께 바라보려 합니다. 언제 어디서든지 온전히 저를 향했던 어머니의 눈길처럼 저도 온전히 저의 어머니에게 눈길을 맞추려 합니다. 


오늘도 나의 하나님은 당신의 모습 그대로를 아버지와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서 함께 하십니다. 사랑합니다.




작성자 : 오선미 소장(한 예술치료교육연구소)
출처 : 맛있는 QT 문화예술 매거진 <와플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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