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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플터치 & 큐티

와플 QT_느림의 가치
2022-02-26

주말칼럼_느림의 가치

  

<스트레이트 스토리 The Straight Story>는 동생 앨빈 스트레이트가 형 라일을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오래전에 말로 상처를 주고받았던 형제는 10년이 넘도록 왕래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동생 앨빈은 형이 갑자기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깊은 고민에 잠겼던 앨빈은 형을 찾아가기로 합니다. 어찌 보면 별것도 아닌 문제로 다투었던 자신과 형이 어리석어 보였습니다.


앨빈은 화해하려면 누군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형을 무작정 만나러 가긴 하지만 그가 동생을 반겨 줄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동생 앨빈은 시력이 좋지 않습니다. 운전면허증도 없습니다. 다른 사람이 운전해 주는 버스 같은 대중교통은 타지 않습니다. 돈이 넉넉하지 않으니 비행기를 타고 갈 형편도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고민 끝에 1966년식 ‘잔디깎이’를 몰고 가기로 합니다. 워낙 낡았고 속도도 시속 15㎞밖에 나지 않아 어려움이 많겠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느려터진 잔디깎이를 선택한 덕에 앨빈은 여행길에서 천사 같은 사람들을 여럿 만납니다. 물론 앨빈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그는 집을 나간 십대를 만나 늦은 밤 집으로 돌아가게도 합니다. 또한 여행길에서 만난 젊은 남자에게는 삶에 대한 도전을 주기도 합니다. 그가 잔디깎이가 아닌 다른 교통수단을 선택했다면 일어날 수 없는 만남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느림’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줍니다.


빠르고 경쟁적인 사회에 지친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요즘 ‘슬로우 라이프’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모든 일의 속도가 빨라지며 경쟁이 심화된 데 피로감을 느낀 이들이 슬로우 라이프를 통해 안정을 찾고자 하는 것입니다. 특히 느림은 정성과 인간성 회복, 치유를 가능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는 기업도 늘고 있습니다.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즐기고, 쉬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특징인 마트가 생겨났습니다. 빠름의 대명사인 패스트푸드점이 느림을 추구하는 아이러니한 현상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맥도날드는 주문 이후 매장에서 직접 만들어 주는 수제버거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그동안 짜다는 이유로 외면받았던 발효식품에 대한 평가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발효식품이 슬로우 라이프에 어울리는 밥상이라는 인식 덕분입니다.


바쁘고 정신없는 일상이지만 단 하루만 영화 속 앨빈처럼 느리게 가보면 어떨까요? 처음에는 느림이 어색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더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고 깨닫는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작성자 : 김요한 목사(함께하는교회)
출처 : 맛있는 QT 문화예술 매거진 <와플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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