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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팀 켈러에 대한 ‘허수아비 공격’을 우려한다
by 이윤석2023-04-12

기독교 세계관 운동 2.0 위하여

서울기독교세계관연구원(SIEW)과 함께 기독교 세계관 운동의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섭니다.  

팀 켈러 목사는 교회 안에서의 삶뿐만 아니라 교회가 속해 있는 세상 안에서의 삶을 어떻게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해 많은 통찰을 우리에게 주고 있다. 다양한 영역의 세상 사조를 심도 있게 분석하여 그에 대해 기독교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지를, 팀 켈러는 탁월한 방식으로 설명해 준다.


팀 켈러 목사의 사역과 저작들을 좋아하는 여러 동료 목회자들과 ‘팀 켈러 천천히 읽기 모임’을 수년간 해 오면서 필자는 팀 켈러의 주요 저작 대부분을 깊이 있게 읽고 연구할 기회를 가졌다. 팀 켈러는 통상적인 복음의 내용, 교리, 목양, 목회 등에 대한 것뿐 아니라 도시 연구, 교회 개척, 세상 속에서의 그리스도인의 삶, 선교적 교회,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변증, 일과 영성, 정의의 문제, 결혼, 고통 등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다루며 그리스도인들이 교회 안에서의 삶에만 머물지 않고 세상 속에서 세상을 변혁하는 삶을 살도록 인도한다.


그런데 최근 몇몇 비판가들이 팀 켈러를 유신진화론자로 몰아가고 있다. 일단 젊은지구론자들 가운데 일부 몇몇 편협한 논자들이 딱지를 붙이고 나니 많은 사람이 각종 SNS를 통해 “팀 켈러=유신진화론자”라는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있다. 


그들이 팀 켈러를 유신진화론자라고 몰아붙이는 비판의 근거 자료로 삼는 것은 다음 두 가지 글이다. 팀 켈러, 하나님을 말하다의 “제6장 과학과 기독교-과학이 기독교 신앙이 틀렸음을 증명해 낸 것 아닌가”와 바이오로고스 웹사이트에 올려져 있는 “Creation, Evolution, and Christian Laypeople”(창조, 진화, 그리고 평신도 그리스도인)이란 글 하나 정도가 이에 해당한다. 


팀 켈러의 수많은 글 중에 이처럼 창조론에 대한 내용을 다룬 것은 매우 제한적이다. 팀 켈러는 창조론 전문 연구자가 아니다. 팀 켈러는 무엇보다 평생을 교회를 개척하여 목회에 전념해 온 목회자다. 위 두 가지 짧은 글 외에 세상의 기원 문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룬 글도 찾아보기 어렵다. 창조에 대한 무슨 특정한 관점을 주장한 글 자체를 찾기도 쉽지 않다. 


그러므로 팀 켈러가 세상의 기원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가졌는지 분석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따라서 정직한 학자라면 팀 켈러가 유신진화론을 주장하는지 아닌지를 위 두 가지 글을 가지고서는 판단할 수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위 두 가지 중 첫 번째 팀 켈러, 하나님을 말하다의 글은 개혁주의 신학의 관점에서 볼 때 별로 흠잡을 부분이 없다. 두 번째 글 “Creation, Evolution, and Christian Laypeople” 역시 개혁주의 신학의 관점에서 세상의 기원 문제에 대해 과학적 접근을 하려는 평신도 그리스도인들에게 ‘창조’와 ‘진화’ 주제에 대해 넘지 말아야 할 경계선을 제시해주는 역할에 충실하다. 이 글에서 팀 켈러는 창조과학 진영이 주장하는 ‘젊은지구론’이나 바이오로고스 진영이 주장하는 ‘유신진화론’ 중 어느 하나를 주장하거나 지지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팀 켈러의 위 두 가지 글을 자료로 하여 그를 유신진화론 지지자로 규정하는 것은 전형적인 ‘허수아비 공격하기’ 오류다. 팀 켈러를 유신진화론 지지자라 비판하는 몇몇 사람은 대개 창조과학 골수 추종자들이다. 창조과학 진영이 펼치는 반진화론 운동은 나름대로 좋은 면이 있다. 그러나 어떤 지점에 이르면 합리적 사고방식을 버리고 독단적 사고에 빠지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팀 켈러의 글을 왜곡해서 이해하고 정당하지 않은 비판을 제기한다. 


예를 들어 팀 켈러, 하나님을 말하다의 제6장의 부제(번역본 상)는 “과학이 기독교 신앙이 틀렸음을 증명해 낸 것 아닌가”(Science Has Disproved Christianity)인데 어떤 비판자는 이것을 마치 팀 켈러의 주장인 것처럼 말한다. 그렇지 않다. 팀 켈러는 이 부제를 세상 사조의 특징으로 적어놓은 것이고 제6장에서 이 부제에 대한 반론을 펼친다.


또 팀 켈러가 “Creation, Evolution, and Christian Laypeople”에서 주장하고 있는 것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창세기 1-2장 본문의 해석은 젊은지구론자들이 강조하듯이 문자적으로만 해야 한다고 볼 수는 없으나 본문 기록의 역사성을 부인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젊은지구론자들이 강조하는 ‘문자적’ 해석은 성경 해석의 주요한 원리인 문예적, 문법적 해석의 원리 중에서 특수한 한 형태로 그것만 고집하는 것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두 번째는, 진화론을 지지하는 학자들까지도 포함해서, 과학자들의 과학적 작업 노력은 존중해야 하나 과학적 이론이나 설명 체계를 세상 모든 것을 설명하는 철학적 체계로 확장해서는 안 되며, 특히 진화론을 그런 방식으로 확장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팀 켈러는 과학자들의 과학 활동을 격려하면서도 선을 넘지 말라고 충고하고 있다. 


세 번째는, 진화를 받아들이면서 아담의 역사적 타락을 설명하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한 면도 있지만 그런 설명을 절대화해서는 안 되며, ‘탐색적 제안’, ‘잠정적 의견’ 정도로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불변의 교리가 아니라 잠정적 작업가설 정도의 권위만 부여하라는 것이다. 이런 설명의 사례로 데렉 키드너(Derek Kidner)의 모형을 소개하는데, 이 내용은 키드너의 의견에 대한 소개일 뿐 팀 켈러가 이 내용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이걸 보고 팀 켈러가 유신진화론을 주장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은 곤란하다.


팀 켈러는 이런 식으로 바이오로고스 진영의 활동에 어느 정도 유용한 경계를 설정해 주고 있다. 물론 창조과학 골수 추종자들이 보기에는 팀 켈러가 창세기 1-2장의 문자적 해석‘만’을 지지하지도 않고, 창조 주간 6일의 하루하루가 ‘24시간 하루’였다고 주장하지 않는 것에 대해 큰 불만을 가질 것이다. 팀 켈러는 창세기 1-2장의 역사성을 결코 부인하지 않지만, 이들은 계속해서 팀 켈러가 창세기 1-2장의 역사성을 부인한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그들이 팀 켈러를 유신진화론자로 몰고 간 것은 그들이 비판의 근거로 삼은 자료를 오독한 결과로, 자료가 말하지 않는 것들을 자신들이 가진 선입견을 투사하여 공격한 전형적인 ‘허수아비 공격하기’ 행태다. 팀 켈러는 세상의 여러 사조를 진단하고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할 때 세상 사조 자체를 자세히 분석하여 언급하는 경향이 있는데, 종종 그것 자체를 팀 켈러의 입장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세상의 기원 문제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아주 겸손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팀 켈러를, 충분한 근거 없이 유신진화론자로 몰아가는 몇몇 편협한 젊은지구론자들의 행태가 심히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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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윤석

충청남도 아산시청에서 시장을 보좌하는 정책보좌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KAIST(경영공학 박사)와 총신대학교(조직신학 박사)에서 공부했으며, 삼성SDS, 포스코경영연구원에서 근무했고, 신학 공부 후 아산시민교회, 남서울교회, 독수리기독학교에서 사역했다. 현재 서울기독교세계관연구원 원장/연구위원, 창조론오픈포럼 공동대표이기도 하다. 저서로는 조나단 에드워즈의 성화론, 성화란 무엇인가, 4차 산업혁명과 그리스도인, 온라인으로 선교합니다(공저), 현대 칭의론 논쟁(공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