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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플터치 & 큐티

와플 QT_고도(孤島)에서 만난 4명의 친구
2022-01-30

주말칼럼_고도(孤島)에서 만난 4명의 친구

 

여름을 기다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해마다 여름 방학이면 외국으로 시집간 오매불망 그리운 외동딸과 손자가 서울에 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난해 여름에는 소박한 꿈이 깨어져 버렸습니다. 딸의 취직으로 올 수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할 수 없이 보스톤으로 가서 그리운 딸과 손자 그리고 사위를 보기로 하였습니다. 


딸의 집은 이른 아침부터 하루를 시작합니다. 사위는 의과대학 교수로 보통 강의 시작 전에 병원의 환자들과 약속을 하기에 집에서 6시 반에 출발합니다. 학교상담사인 딸은 학생들이 등교할 때 맞이해야 하기에 7시에 출발하고, 초등학교 2학년인 손자는 사립학교에 다니는데 학교가 조금 멀어서 7시 반에 집을 나섭니다.


세 가족이 떠나고 나면 오후 5시까지 줄곧 혼자 있습니다. 보스톤에 아는 사람도 없고, 한국과는 11시간의 시차로 밤낮이 반대인 상황이기에 친구들에게 연락하기도 어렵습니다. 보스톤에는 13번째 방문이라 웬만한 곳은 다 구경했기에 딱히 관광버스를 탈 생각도 없습니다. 마치 고도에 혼자 남겨진 느낌입니다. 이것이 90대 인생의 삶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90대가 되면 많은 친구가 하늘나라로 가서, 남은 친구의 전화 한 통을 받으면 그날은 무척 운이 좋은 날이라고 합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4명의 친구를 만들었습니다. 노년기에 만든 친구들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한 분은 큐티하면서 만나는 친구입니다. 그분은 언제 만나도 다정하고 저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십니다. 외로운 삶에 참 좋은 친구가 되어 주시는 하나님 아버지입니다. 한 달간의 외로운 보스톤 생활에서도 여전히 나를 이끄시는 목자가 되어 주셨습니다.


다른 한 친구는 산책하면서 만나는 자연입니다. 요즘은 많은 이가 에코 힐링을 이야기합니다. 자연환경을 뜻하는 ‘ecology’와 치료를 뜻하는 ‘healing’의 합성어입니다. 생명의 원천이 되는 둥지 같은 자연 속에서 오염되지 않은 자연과 벗하며 심신을 치료한다는 말입니다. 외로운 한 달 간의 여정 속에서 숲길을 걸으며 어머니의 품과 같은 따뜻한 모성의 시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세 번째 친구는 독서클럽을 진행하기 위하여 가져갔던 몇 권의 책입니다. 독서는 많은 선물을 안겨다 주었습니다. 생각하는 인간이 되게 해주었고, 지혜를 선물해 주었고, 나를 만나게 해주었습니다. 이해의 폭이 넓어지게 해주었고, 낯선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해주었습니다. 


네 번째 친구는 취미로 배우고 있는 중국어 공부입니다. 유튜브에 들어가면 수많은 중국어 공부 콘텐츠가 있기에 한국에서 준비해 가지 않았는데도 친구로 삼을 수 있었습니다. 노년기가 되었을 때도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면 충분히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매일매일 조금씩이라도 성장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타인을 위한 사랑의 마음이라고 합니다. 마지막까지 꿈을 꾸고, 마지막까지 배울 수 있고, 마지막까지 봉사할 수 있다면 축복 된 삶이라 생각합니다.


엘리자베스 노벨은 <조금>이라는 시에서 설탕 한 스푼이라도 단맛을 낼 수 있고, 몽당연필 하나라도 책 한 권을 쓸 수 있으며, 한 줄기 촛불이라도 어두운 방을 비출 수 있다고 노래합니다. 기력이 쇠하는 노년기라도 작은 취미 활동이나, 봉사 활동을 할 수 있는 삶은 아름답습니다.


마지막으로 특별한 친구를 하나 더 소개하고 싶습니다. 감사 친구입니다. 외롭다고 느낄 때도 긍정의 안경을 쓰고 감사 제목을 찾으니, 외로운 그 한 달이 기쁨의 시간이 되었고, 은혜의 시간이 되었음을 고백합니다. ‘나.작.지’로 실연해 보았습니다. 나부터 감사, 작은 일부터 감사, 지금부터 감사하는 것입니다. ‘일.가.미’로 실습하였습니다. 일상에서 감사, 가시도 감사, 미래 일어날 것을 바라보며 감사하였습니다. 감사는 기적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감사는 행복을 안겨다 주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힘센 사람은 자기를 이기는 사람, 세상에서 가장 부자는 자족하는 사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감사하는 사람이라 했던가요. 올해는 모두가 그런 사람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작성자 : 엄정희 교수(서울사이버대학교 가족코칭상담학과 교수)
출처 : 맛있는 QT 문화예술 매거진 <와플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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