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으로

와플터치 & 큐티

와플 QT_지도 같은 책
2020-03-15


주일칼럼_지도 같은 책

언젠가 로마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이전에 가지고 있던 이미지와는 너무나도 다른 도시였습니다. 방향감각마저 무디게 만들던 도시였습니다. 폭이 좁은 도로와 오밀조밀한 건축물들은 로마를 처음 방문하는 이들에게 친절한 곳이 아니었습니다. 그리하여, 저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구글 지도에 의존하여 제 목적지를 찾아간 기억이 있습니다. 조금 과장되게 표현하자면, 지도는 길을 잃은 자들에게는 생명줄과도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도를 생명줄로 표현이 가능하다면 인생에서 길을 잃은 이들에게 지도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저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길을 잃은 이들에게 지도가 주는 안도감처럼, 책은 많은 의견을 가질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시키는 역할을 하면서 그 의견이 충분한 지식과 인간미, 그리고 관대함이 발현되도록 돕습니다.


아쉽게도 우리는 우리의 삶에서 많은 위기와 고비를 만나게 됩니다. 그런 위기 앞에서도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해준 것이 다름 아닌 독서였다는 사례는 우리에게 이제 너무나도 익숙합니다.


사람이 성숙한 인격체로 성장하는 방향에 있어서 많은 다양한 방법이 제시되곤 합니다. 그중에 재미난 연구가 있습니다. 책과 미디어의 상관성 연구입니다. 책을 읽은 이들과 책을 읽지 않고 미디어로 지식을 축적하는 사람의 비교 연구였습니다. 책을 읽지 않는 이들의 내적 불안지수는 높고 자존감이 낮다는 결론이 도출되었습니다. 게다가 책을 읽는 이들은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지는 반면 미디어만 의존하는 이들은 부정적 사고방식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미디어에 노출되는 각종 사건이 부정적 사건이 많은 이유도 있습니다. (Tomm, 2014, systemic theory)


지도는 한 사람의 길을 찾아 주는 훌륭한 역할을 하듯 책 또한 삶에서의 방향성을 찾아 주는 방법을 제시하곤 합니다. 같은 지도를 보더라도 목적지까지 다른 경로를 설정하듯, 같은 책을 읽더라도 저마다 다른 삶의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지도의 가장 큰 역할은 길을 찾는 것도 있지만, 저는 불안한 심리에 놓인 이들에게 안도감을 주는 작은 치유라고 봅니다. 책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삶에서의 방향성을 찾기 위한 치유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의 말씀은 나를 안내하는 등불이며 내 길을 비춰주는 빛입니다(시 119:105).”


저는 목사로서 많은 책을 접하는 환경에서 살아갑니다.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책은 성경입니다. 인생의 길에서 지도의 역할을 하는 중요한 생명줄인 셈이지요.


앞으로 다가오는 ‘포스트 휴머니즘’의 시대, 즉 ‘감성 소통의 시대’는 사유와 내면의 품격이 받침이 되는 사람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그런 품격의 선행으로 요구되는 것이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입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남의 말을 경청하는 자세를 길러 주는 것입니다. 다가올 미래에 가장 필요한 인격상인 것이지요.


따듯한 봄의 기운이 가득한 요즘 잠시나마 여유를 내어 책과 함께 인생의 길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져 보면 어떨까요?




작성자 : 김진철 선교사(Cebu mission land, 사진작가)
출처 : 맛있는 QT 문화예술 매거진 <와플터치>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 공유하기
  •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