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소서 2장 8-9절 너희는 그 은혜에 의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았으니 이것은 너희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이라 행위에서 난 것이 아니니 이는 누구든지 자랑하지 못하게 함이라.

찰스 H. 스펄전 우리는 믿음으로 의롭게 되어 하나님과 화평을 누린다. 양심은 더 이상 우리를 고소하지 못한다. 이제 심판은 죄인에게 불리한 판결이 아닌 유리한 판결을 내린다. 우리의 기억은 지난 죄를 돌아보며 깊은 회한에 젖는다. 하지만, 앞으로 임할 형벌을 두려워하는 마음은 전혀 없다. 그리스도가 자기 백성의 빚을 일점일획까지 지불하시고 하나님께 영수증을 받아 내셨기 때문이다. 예수께서 대신 죽어 주신 영혼은 그 누구도 지옥에 던져지지 않는다. 하나님 은 하나의 빚에 배상을 두 번 요구하실 정도로 불의하지 않으시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공의로우시다고 믿는 것은 성령으로 새로워진 우리의 본성에는 가장 근본적인 원칙처럼 보인다. 우리는 하나님이 공의로우셔야 한다고 느낀다. 처음에는 하나님이 공의로우시다는 이 믿음이 우리에게 두려움을 주지만, 나중에는 우리의 확신과 평화의 기둥이 된다는 사실은 놀라운 것이 아니다! 하나님이 공의로우시다면, 나는 그 누구도 대신할 자 없이 홀로 그 형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예수께서 내 자리를 대신하시고 형벌을 받으시면, 이제 그리스도 안에 서 있는 나는 절대로 형벌을 받지 않는다. 하나님은 공의로우시기 때문이다. 예수께서 대신하신 한 영혼에게 하나님이 율법의 채찍을 내리시려면 자신의 본성을 바꾸셔야만 한다. 예수께서 믿는 자의 자리를 대신하셔서, 자기 백성이 죄로 인해 당해야 하는 하나님의 진노를 온전히 충족시키셨다. 그렇기 때문에 믿는 자는 다음과 같이 영광스러운 승리의 함성을 외칠 수 있다. “누가 능히 하나님께서 택하신 자들을 고발하리요”(롬 8:33). 하나님은 아니시다. 그분이 그를 의롭다 하셨기 때문이다. 그리스도도 아니 시다. 그리스도는 죽으시고, “죽으실 뿐 아니라 다시 살아나신 분이기 때문이다. 내게 소망이 있는 이유는 내가 죄인이 아니어서가 아니라, 그리스도가 대신 죽어 주신 죄인이어서다. 내가 신뢰하는 것은 내가 거룩한 것이 아니라, 내가 거룩하지 않아도 그분이 내 의가 되신다는 사실이다. 내 믿음은 지금 내가 어떤 존재인지, 앞으로 어떤 존재가 될지, 또는 내가 무엇을 느끼고 아는지에 달려 있지 않다. 오히려 그리스도가 누구이신지, 그리스도가 무엇을 하셨는지, 그리스도가 나를 위해 무엇을 하고 계신지에 달려 있다. 공의라는 사자 위에 소망이라는 여인이 여왕처럼 올라타 있는 것이다.

케빈 드영 사도행전 16장을 보면, 격렬한 지진이 났을 때 바울과 실라는 감옥에 갇혀 있었다. 죄수들은 달아났고, 잠에서 깬 간수는 모든 죄수가 달아난 것을 보고, 크게 낙담했다. 간수가 자살하려는 순간, 바울이 그를 막았다. 그러자 간수가 다음과 같은 유명한 질문을 던졌다. “선생들이여 내가 어떻게 하여야 구원을 받으리이까" (30절). 그러자 바울은 그에게 간단하면서도 성경적이며, 굉장히 아름다운 답변을 내놓는다.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받으리라" (31절).

“어떻게 하여야 구원을 받으리이까?” 이생과 내생에서 이보다 중요한 질문은 없다. 이 질문에 대한 이 교리문답의 대답은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 즉 구원받는 믿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하나님이 어떻게 믿음으로 구원하시는지를 잘 요약해 놓았다. 이 요약된 대답에는 두 개의 핵심 단어가 있다. 첫째, 가장 처음에 나오는 단어인 “오직”이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이다. 잘 알겠지만, 믿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그다지 논란거리가 아니다. 사람들은 믿음에 관심이 많고, 또한 무언가를 믿고 있다. 하지만 오직 믿음이다. 믿음에 무엇을 더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믿음에 당신의 배경을 더해야 하거나, 믿음에 당신의 출신 가문을 더해야 하거나, 사회 정의를 위해 행한 선한 일들을 더해야 하거나, 당신이 얼마나 자주 기도하는지를 더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오직 믿음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이다. 믿음에는 대상이 있다.

많은 사람이 계속해서 믿음과 신앙을 감상적으로 덧칠하며 이렇게 말한다. “나는 믿음의 사람이야.” “너도 믿음을 가져야 해.” 하지만 믿음 그 자체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믿음의 대상이다. 신앙이 굳건한 사람, 진실한 사람, 영적인 일에 신비한 믿음을 지닌 사람이 된다고 구원받는 것이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이 우리를 구원한다. 그분을 믿어야 한다. 그분이 우리를 구원하는 믿음의 대상인 것이다. 믿음은 그저 도구일 뿐이다. 하나님이 “흠, 너는 그다지 이룬 것이 없구나. 하지만 너에게는 믿음이 있으니 그건 정말 맘에 든다”는 식으로 말씀하시며 믿음을 하나의 선한 행위로 보시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 않다. 믿음은 우리를 그리스도와 연합하게 하는 것이며, 그러고 나서야 그리스도가 우리를 구원하신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믿느냐다.

내가 자란 지역은 추운 곳이어서 종종 스케이트를 타거나 아이스하키 경기를 즐겼다. 첫 얼음이 얼면 발끝으로 그 위를 걸으며 궁금해했다. '얼음이 충분히 두껍게 얼었을까?' 어떤 사람은 얼음에 대한 믿음이 충분한지 자유롭게 스케이트를 타며 곳곳을 누볐다. 반면 내 믿음은 발끝으로 조심스럽게 다니며 언제라도 얼음에서 나갈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 모두를 안전하게 지켜 주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믿음의 정도가 아니다. 비록 자유롭게 다녀도 될 만큼 얼음이 얼었다고 아무리 확신할지라도 중요한 것은 실제 얼음의 두께다.

당신이 서 있는 대상이 당신을 구원한다. 그 대상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시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뿐인 것이다.

둘째, 이 대답에는 굉장히 의미심장한 단어가 나온다. 바로 “전가” 다. 그리스도의 의로운 삶이 우리에게 전가된다는 믿음은 복음과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다. 전가란 우리도 그렇게 여겨진다는 뜻이다. 우리를 그렇게 인정한다는 뜻이다. 마치 돈을 전신으로 송금하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 안에 있는 의(본래적 의, inherent righteousness)와 우리 안에 주입된 의 (주입된 의, infused righteousness)는 다르다. 본래적 의는 다음과 같은 의에 가깝다. “자, 봐. 내가 얼마나 의로운지. 난 의로운 일을 했어.”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의는 이런 것이 아니다. 우리 외부에 있는 그리스도의 의다. 우리가 믿음으로 예수와 연합되어 예수의 의가 우리의 의로 여겨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은 공의로운 분이지만 악한 자를 의롭다 하실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로마서 3장이 다루는 문제이자, 복음의 좋은 소식이다. 즉, 우리가 여전히 죄인이지만 하나님이 우리를 의롭게 여기신다는 것이다. 하나님이 그렇게 하시는 것은 공의롭다. 그분이 마술 지팡이를 흔들면서 “죄는 큰 문제가 아니야(윙크)”라고 말씀하시기 때문이 아니다. 하나님이 공의로우시면 서도 우리를 의롭다고 하실 수 있는 것은 우리가 그리스도께 속하여 그리스도의 의가 우리의 의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자비하신 하나님, 우리는 모든 교만과 가식적인 자기의를 내려놓습니다. 그리고 회개와 믿음으로 주님께 나아갑니다. 우리는 주님이 죽으심으로 우리에게 생명을 주셨음을 믿습니다. 구원의 선물을 주신 주님을 찬양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