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기도하는 상담가

크리스천이여, 우리는 상담가로 부름받았다

저자명 David Powli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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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고상섭 목사(그 사랑교회) /  출판사 토기장이 / 작성일 2023-10-08

본문

“(이 책은) 때론 혼란스러운 이 상담 분야에서 우리의 위치가 어디인지 선명하게 확인해주는 표지에 더 가깝다.” 


에드워드 웰치의 서문의 고백처럼, 데이비드 폴리슨의 <목회자, 기도하는 상담가>는 상담이라는 정글의 숲 속에서 성경적 상담, 목양적 상담이라는 위치를 바르게 인식시켜주고 사람들의 참된 변화를 위해 어떤 길로 가야할 지를 명확하게 제시하는 책이다. 폴리슨의 다른 책들도 많은 유익을 주지만, 마지막 유작인 이 책은 지금까지의 폴리슨의 노하우를 고스란히 담은 느낌이다.


상담이라는 학문은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교회 안에서도 기독교 상담이라는 이름으로 상담에 대해서 교육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반 상담과 기독교 상담의 명확한 구분이 선명하지 않고 인간을 이해하는 뿌리가 다른 두 학문 사이에 충돌하는 지점도 많기에 많은 기독교 상담가들과 목회자들은 혼란을 느끼기도 한다. 데이비드 폴리슨은 상담을 전문적으로 하는 상담가이며 또한 목회자로서 이 부분을 명확하게 구분해주고 일반 상담이 할 수 없는 기독교 상담의 영역이 무엇인지 또 어떻게 상담을 해야 하는 지를 자세히 알려준다. 


일반 상담의 한계 


1장 상담이란 무엇인가는 심리 치료 개념의 세속적 상담의 한계를 드러내고, 기독교적 대안을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일반 상담은 대개 일주일에 정해진 시간에 한정된 사적 관계를 갖는 것을 의미한다. 비용을 받고 내담자를 치료하는 형식이다. 또 건강한 사람이 이른바 환자로 규정되는 사람을 치료하는 것으로 정의 한다. 이것은 의료기술처럼 생각되지만 사실 상담은 전문가가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행위와는 다르다. 상담은 목양에 가까운 영역이기 때문이다. 


일반 상담은 대부분 상담가가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지 않고 내담자의 의견을 듣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것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직업적 전문성이라 말하지만 기독교 상담은 그같은 이론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목양은 단순히 상대방에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제 3자로 듣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공감하며 아파하는 하나님의 긍휼로 다가가야 하는 점에서 일반 상담과 차이가 있다.  폴리슨은 기독교적 상담은  “마치 팀 스포츠나 신체 접촉이 많은 스포츠처럼 솔직하고 직접적으로 내면을 드러내는 것이지 체스나 포커처럼 게임하는 것이 아니다. 코트에서 직접 부딪히고 땀 흘리는 농구 경기와 흡사하다.”(28쪽) 고 말한다.


또한 건강한 사람이 병든 사람을 치료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함께 죄인된 사람으로 함께 하나님의 대안을 찾아가도록 돕는 것이다. 일반 상담은 경청을 통해 그 사람의 내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코칭을 통해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나 이 사상은 인간 안에 근본 해결 능력이 있다는 것을 전제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본성은 부패했고 스스로 정화할 수 없는 전적 타락한 존재라는 것이 성경의 선언이다. 


우리는 스스로 자신을 분석해서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무너짐을 통해 스스로를 의지하지 않고 하나님을 의지함으로 감정의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결국 일반 상담은 인간 내면에 해결의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잘못된 인간 이해와, 건강한 사람이 병든 사람을 치료한다는 개념, 상담가가 내담자와 감정을 공유하지 않고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대부분의 상담의 기초가 성경적 관점과는 다르다. 


목회 상담의 독특성 


목회 상담은 특별한 누군가가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모든 사람들이 해야 하는 일이다. 또 인간적인 지혜가 아닌 하나님의 지혜가 필요한 영역이기에 늘 말씀과 기도를 통해 사람들을 섬겨야 한다.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면서 우리는 하나님의 지혜를 배울 수 있게 된다. 단순히 자신이 경험한 자신의 경험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함께 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나눌 때 문제는 작아지고 하나님의 더 크고 놀라우신 은혜를 경험할 수가 있다.


목회 상담은 단순히 사람의 마음을 들어주는 경청을 통해 스스로 정리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초대해서 하나님의 관점으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골리앗이 앞에 있을 때 사람들은 두려움에 휩싸이게 된다. 이때 ‘나는 할 수 있다’라는 식의 긍정적 사고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무리 할 수 있다고 강조해도 골리앗을 나의 노력으로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런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방식은 인간의 무엇이 아니라 하나님이 함께 하심을 느끼고 위로를 받는 것 뿐이다.


하나님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하신다는 사실을 기억할 때 우리의 문제는 작아진다. 하나님보다 더 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일반 상담은 하나님의 관점을 가지도록 도와주지 못하기 때문에 근원적인 인간의 불안과 두려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기술은 부족하지만 목회 상담만이 하나님의 말씀을 전달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적용하기 때문에 성도들이 빠져있는 문제에서 헤쳐 나올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해 줄 수 있다. 


폴리슨은 상담과 설교가 함께 어우러질 때 변화를 극대화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상담은 보통 직접적인 괴로운 경험을 나누는 것으로 시작하며 인격과 말씀과 행동으로 내면의 빛을 밝혀 주시는 하나님을 향해 나아간다. 이와 대조적으로 설교는 보통 성경을 강해한 다음 삶의 적용으로 나아간다. 목회의 이런 두 측면은 서로 다르지만 보완적인 역량을 필요로 한다. 주님과 그분의 선지자들과 사도들은 두 방향을 자유롭게 구사했다.” (45쪽)


또 목회 상담은 건강한 사람이 병든 사람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죄인으로 하나님께 나아가도록 돕는 것이기에 서로가 함께 하나님을 의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기도가 있다. “우리는 위대한 의사가 아니라 위대한 의사의 조수로 섬긴다.”(62쪽) 그래서 상담가는 내담자를 위해 기도하며, 함께 연약한 죄인으로 하나님의 긍휼과 힘을 기도한다. 기도는 하나님이 역사하시는 통로이다. 상담에서 문제를 해결할 때 성령님의 도우심이 없는 단순한 인간적 대화로 삶이 변화될 수 있을까?


그러나 목회 상담은 모든 해결의 자원이 인간에게 있지 않음을 선언한다. 변화를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이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것임을 인식하며 함께 기도하기 때문에,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게 되고 그 은혜는 내담자에게 안정감과 참된 해결의 실마리로 인도해준다. 


“누가 우리를 변화시킬 수 있는가? 누가 우리에게 지혜를 주실 수 있는가? 당신은 실제적인 도움이 필요하며 그 도움을 원한다. 그러므로 사람들과 함께 기도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한다. 정직하게 믿음의 기도를 드리도록 사람들을 가르치는 것도 아주 중요한 상담의 목표이다. … 그들에게는 절대 그들을 버리거나 떠나지 않을 목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상담가는 그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죽은 자 가운데서 일으켜 살리신 그 능력이 필요하다.” (64쪽)


마지막으로 폴리슨은 공동체가 상담에 필요하다고 말한다. 일대일의 상담, 한 개인과 한 개인의 만남도 의미가 있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건강한 공동체 안에서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서로를 인내하고 서로를 용납하며 갈등하지만 함께 하나님 나라를 꿈꾸는 거룩한 공동체를 통해 우리는 서로를 상담하며 격려하며 예수님을 닮아가게 된다.  존 파이퍼는 성도의 인내는 공동체적 과업이라 말했다. 


서로 인내하며, 기도하며, 서로에게 은혜를 나누는 사랑의 공동체로 세워져갈 때 더 많은 사람들이 공동체를 통해 변화되고 성장하게 될 것이다. 목회자뿐 아니라 모든 성도들은 결국 상담가로 부름 받은 사람들이다.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관점을 소개해서 함께 기도함으로 하나님의 은혜와 힘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상담은 일반적인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하는 영역이 아니라, 교회 공동체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대화를 통해 이루어져야 하는 일이다. 하나님의 관점을 심어줄 수 있도록 늘 말씀 안에서 복음을 누려야 하고, 또 하나님께서 역사해 달라고 함께 기도해야 한다. 삶의 모든 변화는 하나님의 거룩한 임재를 누릴 때 이루어지게 된다. 단순히 경청하는 대화가 아니라, 하나님과 함께 일하는 참된 변화가 우리의 교회 공동체 안에서 풍성하게 일어나기를 기도 드린다. 


이 책의 제목은 <목회자, 기도하는 상담가>이지만  목회자 뿐 아니라 모든 크리스천에게 상담가의 소명이 있음을 알려주는 책이다. 크리스천이여! 당신은 상담가이다! 하나님은 상담에 필요한 모든 것을 우리에게 공급해 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