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의 작은 친절
by 전재훈2023-12-18

예전에 재밌게 봤던 영화 중에 ‘브루스 올마이티’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짐 캐리가 주인공 브루스 놀란 역을 맡았습니다. 브루스가 어느 날 하나님으로부터 전능을 위탁받게 되면서 펼쳐지는 사랑이야기지요. 저는 그 영화를 보면서 전능은 반드시 전지를 수반해야 하는 거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전지를 갖지 못하고 전능만을 가지고 있던 브루스로 인해 세상이 엉망이 되었거든요. 


브루스 올마이티 후속으로 ‘에반 올마이티라’는 영화도 재밌게 봤습니다. 에반이라는 사람이 하나님으로부터 방주를 지으라는 명령을 받고 노아처럼 방주를 짓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댐이 무너진 도시에서 에반이 지은 방주로 사람들의 생명을 건지는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방주를 짓는 미치광이 남편을 떠나 친정으로 가던 에반의 아내가 휴게소에서 하나님과 나눈 이야기가 압권이었습니다. 


“누가 인내를 달라고 기도하면 신은 그 사람에게 인내심을 줄까요? 아니면 인내를 발휘할 기회를 주시려 할까요? 용기를 달라고 하면 용기를 주실까요? 아니면 용기를 발휘할 기회를 주실까요? 만일 누군가 가족이 좀 더 가까워지게 해 달라고 기도하면 하나님이 뿅하고 묘한 감정이 느껴지도록 할까요? 아니면 서로 사랑할 기회를 주실까요?”

그녀는 이 말을 듣고 집으로 돌아가 방주가 완성될 수 있도록 남편을 돕습니다. 


저는 이 대사 말고도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었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임의의 작은 친절’이라고 했던 에반의 말에 하나님이 바닥에 ‘ark’라고 씁니다. 그렇습니다. 방주라는 뜻이지요. 이는 임의의 작은 친절(Act of Random Kindness)의 머리글자였습니다. 영화는 타인에게 이유 없이 베푸는 작은 친절이 세상을 바꾸는 노아의 방주가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 것이지만 방주를 항상 심판으로만 이해했던 저에게는 홍수가 심판이고 방주는 하나님이 세상을 심판하시던 중에 베푸신 작은 친절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지요. 


‘ark’에는 나무로 만든 상자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성경에서는 방주와 언약궤를 모두 ‘ark’라고 하지요. 하지만 방주를 히브리어로는 ‘테바’라고 합니다. 테바는 방주뿐만 아니라 모세의 갈대 상자도 지칭하는 단어입니다. 하나님은 방주를 만들어 노아와 그의 가족들이 홍수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게 하셨지요. 모세의 갈대 상자는 이스라엘이 이집트에서 종살이할 때 이스라엘 사람의 남자아기를 모두 죽이라는 바로의 명령으로부터 모세를 지키기 위해 어머니가 아기 모세를 담아 나일강에 띄웠던 상자였습니다. 모세는 나일 강변에서 목욕하던 이집트 공주의 손에 건져져 후대에 이스라엘을 이끌어 내는 지도자가 되었지요. 


노아의 방주와 모세의 갈대 상자 이야기는 예수님이 누우셨던 구유를 상기시켜 줍니다. 


천사가 그들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나는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하여 준다. 오늘 다윗의 동네에서 너희에게 구주가 나셨으니, 그는 곧 그리스도 주님이시다. 너희는 한 갓난아기가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뉘어 있는 것을 볼 터인데, 이것이 너희에게 주는 표징이다.” (누가복음 2:10-12)

이 말씀은 천사들이 양을 치던 목자들에게 아기 예수의 탄생을 알려주실 때 했던 말입니다. 강보에 싸여 구유에 뉘어 있는 아기가 표적이 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구유는 노아의 방주나 모세의 갈대 상자와 같은 느낌을 떠오르게 했기 때문입니다. 방주에 탔던 노아는 새로운 인류의 시조가 되었고, 모세는 히브리 민족을 이스라엘로 태동시킨 인물이 되었지요. 그리고 구유에 누우신 아기 예수님은 우리를 하나님의 자녀가 되게 하셨습니다. 에반 올마이티의 대사처럼 방주가 세상을 바꾸는 임의의 작은 친절이었다면, 구유에 누우신 아기 예수님은 세상을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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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전재훈

전재훈 목사는 서울장신대와 장로회신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현재 발안예향교회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다.  지은 책으로 오히려 위로팀 켈러를 읽는 중입니다(공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