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으로

목회

팀 켈러가 ‘이제 막 사역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by 고상섭2023-01-21

목회는 장점을 극대화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단점을 극복하지 못하기 때문에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Share this story 페이스북으로 공유하기 트위터로 공유하기

팀 켈러가 신학생들에게 조언한 짧은 유튜브 영상이 많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영상에서 팀 켈러는 “이제 막 사역을 시작하는 사람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습니까?”라는 질문에 네 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은퇴한 목회자가 젊은 사역자들에게 한 조언이기에 더욱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1. 사역지 선정의 중요성 


사역지를 선택할 수 있다면 대부분 젊은 신학생들은 대형 교회에 가려합니다. 그곳에서 청소년 사역 등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곳을 가는 것이 좋습니다. 설교, 목양, 상담, 전도, 주례, 장례까지 할 수 있다면 그것을 하는 작은 교회로 가는 것이 다양한 면의 사역을 배울 수 있습니다.


많은 젊은 교역자들이 하나의 특별한 사역을 잘하는 스페셜리스트가 되려고 한다. 그러나 목회는 어느 하나를 탁월하게 잘하는 것이 아니라 두루두루 사람을 상대하는 목양적 일이기에 스페셜리스트보다는 제네럴리스트가 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부교역자일 때는 자신이 맡은 분야만 잘하면 되지만 담임 목사가 되었을 때는 다양한 면을 갖추어야 한다. 담임목사가 되면 자신의 약점이 더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목회는 장점을 극대화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단점을 극복하지 못하기 때문에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팀 켈러의 조언은 말 그대로 큰 교회가 아니라 작은 교회로 가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작은 교회에서는 다양한 사역을 맡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고, 큰 교회에 있으면서 하나의 사역만 집중하는 것의 우려를 말하는 것이다. 작은 교회에서도 마치 담임목사의 부속품처럼 사역하다가 끝마치기도 한다. 팀 켈러의 조언의 핵심은 교회의 크기가 아니라 사역을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2. 목양의 중요성 


아마 여러분은 목양하는 것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고 있을 것입니다. 설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대체로 신학생들은 삶과 상관없는 설교를 할 때가 많습니다. 저는 그것을 ‘앙상한 설교’(Bony Sermon)라고 부릅니다. 온통 뼈밖에 없는 살이 없는 설교를 말합니다. 좋은 예화도 없고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지도 않고 그저 신학만 제공할 뿐입니다. 설교가 삶과 동떨어진 이유 중 하나는 사람들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목회자는 성도들과 함께해야 하고 그들의 삶에 푹 잠겨야 하며 그들의 고난과 아픔에 동참하며 함께 걸어가야 합니다. 성도들의 삶에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이 설교를 훨씬 더 좋게 만들고 성도들이 여러분의 지도를 따르게 해줄 것입니다.


사람들은 목회자의 비전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목회자의 인격을 따른다. 좋은 비전이 사람을 매료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비전을 누가 제시하느냐가 중요하다. 결국 목회는 설교로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격으로 이끌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성도들과 만남을 통해 하나님의 은혜를 나누고 그 관계성 안에서 목양이 이루어진다. 설교가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면, 소그룹과 목양은 그 방향을 따라 계속 걸어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격려하는 것이다. 설교가 불이라면 목양과 소그룹은 불이 계속 타오를 수 있도록 땔감을 공급하는 것이다.


고 옥한흠 목사는 제자훈련 소그룹이 설교를 더 잘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소그룹을 통해 성도들의 삶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으면, 설교의 방향과 적용도 성도들의 고민과 현실적 아픔을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딱딱하게 메마른 명제가 아니라 깊은 공감이다. 팀 켈러는 이것을 상황화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팀 켈러 자신도 목양을 통해 설교의 방향과 내용을 바꾸기도 했다. 


내가 처음 맨해튼에서 사역을 시작했을 때, 그곳에서 기독교의 죄 개념에 대한 문화적 알레르기 반응을 접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우상 숭배에 관한 성경의 광범위한 가르침을 전했을 때 사람들을 가장 많이 이끌어낼 수 있었다. 나는 “죄를 여러분의 삶의 의미를, 그것이 비록 좋은 것일지라도, 하나님이 아닌 다른 것 위에 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삶을 어디에 건설하든지 그것은 우리의 열정과 선택을 빼앗아같 것이고 우리는 그것의 노예가 될 것이라고 설교했다(센터처치, 271).


3. 특정한 교회 모델을 따르는 위험성 

 

아마도 여러분은 가장 좋아하는 교회 모델을 무리하게 적용하려고 할 것입니다. 자신이 영웅으로 생각하는 목회자가 있다면 자신의 상황과 관계없이 그 모델을 도입하려고 할 것입니다. 따라서 융통성이 없을 수밖에 없습니다.


많은 사람이 팀 켈러가 사역하는 리디머 교회에 찾아와서 건강하게 사역할 수 있는 비결을 물었지만, 목회자들이 주로 궁금해하는 것은 본질보다는 “어떤 프로그램을 사용했는가”였다. 본질이 아닌 프로그램만 찾는 사람들에게 팀 켈러는 이렇게 조언한다.


이것은 스타일이나 프로그램의 문제가 아니다. 몇 년간 컨퍼런스를 하면서 리디머 교회가 열매 맺는 비결이 어떤 프로그램을 사용했는가 하는 것보다 더 깊은 수준이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참관자들이 붙잡아야 할 중요한 것은 우리가 리디머 교회에서 어떤 방법의 사역들을 사용했느냐가 아니라 그 방법들에 도달하기 위해서 어떻게 했는가 하는 것이다(센터처치, 22).


팀 켈러는 리디머 교회가 열매 맺은 더 깊은 차원은 ‘신학적 비전’이라고 말한다. 교리적 기초와 사역의 형태 사이에 있는 것이 신학적 비전인데, 신학교에서 배운 교리가 어떻게 사역의 현장에서 적용될 수 있느냐 하는 고민에서 신학적 비전은 시작된다. 


어떻게 복음을 특정 문화적 상황과 역사적 순간 안으로 가져갈 것인가에 대해 잘 고안된 비전이 있어야 한다. 이것은 단순한 교리적 신념보다 훨씬 더 실천적인 것이며, 이렇게 하라는 방법론들보다 훨씬 더 신학적인 것이다(센터처치, 25).


오늘날 한국 교회 안에서도 셀교회, 가정교회, 제자훈련 교회등 다양한 사역의 형태들이 있지만 무분별하게 적용하기보다는 교리와 현실을 고민하는 신학적 비전을 통해 접목해야 한다. 성경적 교리가 내가 사역하는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을 때 단지 특정 사역의 모델만을 따라가게 되고 특정 목회자의 설교 스타일을 따라가게 된다. 하나님이 내게 주신 사람들과 환경에 대한 좀 더 깊은 상황화가 필요하다. 


4. 기도의 중요성 


여러분은 기도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고 있을 것입니다. 사역과 설교를 잘 해내야만 한다는 불안감이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매일 다양한 공부를 하지만 기도를 위해서는 한 시간도 마련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기도는 가장, 가장,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여러분이 알기를 원합니다. 기도는 가장 중요합니다. 기도를 경시하지 마십시오.


팀 켈러가 은퇴 후에 기독교 잡지 World와 가진 인터뷰 중에 받은 마지막 질문이 “다시 돌아간다면 좀 더 다르게 했을 사역은 어떤 것인가”였다. 팀 켈러는 이렇게 대답했다. “다른 무엇보다도 절대적으로 더 기도했을 것입니다.”


팀 켈러의 기도에서도 목회자에게 중요한 것이 기도라고 소개하면서 존 오웬의 고백을 인용한다. “목회자는 교인들을 모아 예배당을 채우고, 성찬예식을 인도하고, 대중의 입을 채워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의 진면목은 은밀한 가운데 전능하신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느냐에 달렸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기도, 43).


목회자가 누구인지는 하나님 앞에서 그의 기도에 달려있다. 화려한 설교와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자신이 누구인지는 그의 기도에서 판가름 난다. 


팀 켈러의 설교에서도 그는 목회자의 기도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정감 있는 설교에 필요한 또 한 가지는 깊고도 풍성한 개인 기도 생활이다. 우리 마음이 정기적으로 찬양과 회개에 깊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홀로 하나님의 은혜의 경이 앞에 서는 거룩한 고독의 시간이 없다면, 공적인 자리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우리가 설교할 때 일어나는 일은, 우리가 기도할 때 일어나는 일과 거의 같다(설교, 227).


목회자가 설교할 때 그 설교를 통해 성도들이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면 설교를 준비하면서 “하나님 성도들이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할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하는 것으로 부족하다. 설교자의 기도 생활 속에서 하나님의 사랑에 감격하여 눈물을 쏟는 경험이 필요하다. 성도들이 죄의 고백을 통해 회개하기를 원한다면 단지 “회개하게 해주세요”라는 기도로는 부족하다. 설교자의 준비 시간에 죄를 향한 애통함과 통곡이 먼저 있어야 한다. 팀 켈러는 이렇게 결론 내린다. 


우리의 개인 기도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면, 설교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반대로 우리가 기도할 때 그런 일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면 우리가 설교할 때도 일어나지 않는다.


화려한 설교와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자신이 누구인지는 목회자의 기도에서 판가름 난다.

Share this story 페이스북으로 공유하기 트위터로 공유하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 공유하기
  •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