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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플터치 & 큐티

와플 QT_고통과 인내
2021-07-24


주말칼럼_고통과 인내

 

오래전 제가 중학생일 때, 막내 외삼촌이 홍콩을 여행하고 오셨습니다. 외국 여행이 흔치 않던 시절이었기에 여행에서 돌아온 삼촌의 이야기는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홍콩 사람들은 주머니에 전화기를 넣고 다니다가, 아무 곳에서나 꺼내서 전화한다는 말은 믿기 어려웠습니다. 전화하기 위해서는 공중전화를 찾아야 했고, 집안에서도 무선 전화가 아니라 줄이 달린 유선 전화를 쓰던 시절이었기에, “삼촌이 거짓말을 하지는 않으실텐데…” 하고 고개를 갸우뚱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난 2-30년 동안 세상은 정말 빠르게 변하였습니다. 핸드폰이 없던 시절, 친구를 만나기 위해 서는 약속 장소에서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기다려야 했습니다. 이메일이 없던 시절, 보낸 편지의 답장을 기다리며 매일 우편함을 확인했습니다. 보온밥통이 없던 시절에는 따뜻한 밥을 아랫목 이불 밑에 넣어 놓았다가 아버지가 퇴근하시면 밥상에 둘러앉아 먹곤 했습니다. 세탁기가 없던 시절에는 집집마다 빨래판과 빨랫방망이가 있었습니다.


기술이 발전되자 모든 것이 편리해졌습니다. 상상 속에 존재하던 많은 일이 현실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잃어버린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인내하는 일입니다. 편안함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는 인내하는 것이 힘겹고 불편한 일이 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빨라지다 보니, 기다리는 것이 어려워졌습니다. 만약 오래전에 살던 우리의 선조들과 인내력 배틀을 한다면 우리가 질 것은 분명합니다.


3분 안에 완성되는 인스턴트식품, 주문한 지 채 1분도 안 되어 손에 쥐어지는 패스트푸드, 정해진 시간 안에 배달되지 않으면 환불해 준다는 광고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기다릴 필요가 없는 세상, 편리한 세상입니다. 때문에 인내하는 삶을 살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야고보서는 우리에게 ‘인내하라’라고 말씀합니다. 성경에서는 사랑은 오래 참는 것이며, 인내는 성령의 열매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인내를 잃어버리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가벼이 여길 일이 아닙니다.


몇 해 전, 교육학으로 최고인 미국의 밴더빌트 대학에서 교육학 박사 과정을 공부하는 분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 사람이 인생에서 성공할 능력을 갖추었는가 아닌가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예전에는 IQ(Intelligent Quotient 지능지수)가 사용되었고, 시간이 흘러 IQ뿐만 아니라 EQ(Emotional Quotient 감정지수 - 자신의 감정과 타인의 감정을 이용하여 적절하게 행동하는 능력)가 중요하게 대두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등장한 것이 AQ(Adversity Quotient 고통지수 - 인생을 살아오면서 받은 고통을 다스릴 수 있는 능력)라고 합니다. 때문에, ‘IQ도 중요하고 EQ도 중요하지만, 인생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AQ가 중요하다’라는 논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21세기 최고의 교육학자들은 이제서야 그런 이론을 펴고 있지만, 사실 그 이야기는 성경에 이미 다 나와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사용하신 인물은 모두가 고통 가운데 인내를 배웠고, 그러한 과정들을 통해 빚어졌다는 사실이 그것을 증명해 줍니다. 야곱, 모세, 다윗, 사도 바울 모두가 고통 가운데 하나님께서 사용하실만한 인물로 다듬어주셨습니다. 고통을 통해서 AQ(고통지수)를 한껏 높였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지난 일 년 반 동안 많은 분이 힘겨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지친 기색도 역력합니다. 하지만 그런 시간을 통과하고 견뎌내면서, 조금이나마 인내를 배울 수 있었다는 사실이 감사합니다. 코로나는 우리에게 고통을 주었고, 많은 것을 제한하고 손발을 묶었지만, 하나님은 그 시간을 통해 인내를 배울 기회를 주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통 가운데 견디면서 인내를 키우는 일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야고보의 말대로 인내를 통해 우리는 완전하고 성숙하게 될 것입니다. 인내를 잊고 지내며 살기 쉬운 세상에서 의도적으로 인내를 연습하며 살아간다면 훗날 우리는 더 커진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믿음의 시련을 통하여 인내심이 성장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하는 모든 일을 참고 견디어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완전하고 성숙한 사람이 되십시오(야고보서 1장 3-4절, 쉬운성경).”




작성자 : 곽종연 목사(하나둘교회)
출처 :
맛있는 QT 문화예술 매거진 <와플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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