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앞에서 배우는 기도

우리에게 기도를 가르쳐주소서

저자명 화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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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TGC코리아 편집팀 /  작성일 2018-11-01

본문

본서는 기본적으로 ‘기도가 무엇인가’ 하는 신학적 담론보다도 ‘기도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실천적 지침을 전달해주려는 책이다. 그러나 그 실천적 지침은 저자의 경험이나 사견에 기초하여 세워진 일시적인 방법이 아니라, 성경 본문의 강해에서 도출되는 보편적인 원리를 렌즈로 삼아 독자들이 자리한 ‘조국 교회’라는 상황을 끊임없이 들여다보는 해석학적 과정, 일종의 설교 행위를 통해 서술되는 신학적 규범을 동시에 안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 글은 저자의 기도 생활 이야기를 엿들을 수 있는 간증집이 아니라, 성경의 기도 사례들을 해설하고 적용해가는 설교집으로서 기도에 관한 실천신학적 고민을 담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들어가는 글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 책의 모티프를 간추린다면, ‘성경적인 기도를 통한 조국 교회의 회복’이라고 표현해야 할 것이다. 즉 기도에 관한 저자의 관심은 처음부터 개인의 경건 생활보다도 조국 교회의 회복과 부흥이라는 공동체성에 집중되어 있다. 왜냐하면, 저자가 보기에 지금까지 조국 교회가 드러내 온 전반적인 기도의 동기가 기복 신앙에 뿌리내리고 있는 종교적인 열심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저자는 “더욱 성경적이고, 더욱 복음적인 성격이 많이 묻어나는 기도를 드려야 하는 시점”(10)이라고 현 시대를 진단한다. 그리고 그 처방으로 이어지는 총 5장의 본론을 통해 기도에 관한 다섯 가지 성경 본문들을 하나씩 강해하는 접근을 제시한다.


첫 번째로 1장에서 다루는 본문은 다니엘 9장 1-19절이다. 이는 바벨론에 포로로 끌려간 이스라엘의 귀환이 예레미야를 통한 하나님의 약속처럼 임박해지고 있던 다리오 왕 원년에 다니엘이 그 선지자의 글을 통해 현 시점의 역사적 의미를 깨닫고 기도하기 시작했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저자의 요점은 우리의 간구가 본문의 내용과 같이 하나님의 약속을 토대로 이루어져야 하며, 이때 우리는 그 약속의 출처가 되는 언약의 하나님을 부르면서 “그들의 죄가 아닌, 우리의 죄를”(31) 고백하며 회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과거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형벌을 받고 있던 현실과 오늘날 조국 교회가 기울어가는 한국 사회라는 현실을 오버랩하는 방법을 통해 독자들에게 다니엘의 기도가 갖는 시의성(timeliness)을 계속해서 일깨운다.


다음으로 2장에서 저자는 에베소서 1장 15-23절을 본문으로 채택하여 감사로 이루어지는 기도를 강조한다. 앞선 다니엘의 회개가 그 조상들의 죄악에 이르기까지 범위가 확장되었듯이, 여기서 바울의 감사도 자신에게 허락된 은혜를 넘어 “너희”로 표현되고 있는 모든 성도에게 주어진 은혜에 대한 찬양으로 확대된다. 이때 독자들이 놓쳐서는 안 될 포인트가 있다면, 본문에서 바울의 감사를 가능하게 하는 원인이 선행 문단에서 칭송된 삼위 하나님의 구원 사역에 있다는 저자의 지적이다. 즉 바울이 마침표 없이 한 문장으로 구성한 1장 3-14절을 통해 삼위 하나님의 주권적인 구원에 대한 감격을 쏟아낸 후에 “이로 말미암아”(15절) 모든 성도에 대한 감사의 기도를 드릴 수 있었듯이, 조국 교회도 하나님의 구원 사역에 대한 감각을 회복해야 “그 기업의 영광의 풍성함”(18절)을 깨닫고 참된 감사를 고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 에베소서의 메시지가 3장에서 더욱 보충적으로 다뤄진다. 여기서 저자는 특별히 3장 14-21절을 본문으로 취해서 바울이 “너희 속 사람을 능력으로 강건하게”(16절) 해주시기를 간구할 때의 그 ‘능력’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조명해가고자 한다. 그 이유는 조국 교회가 “무당 종교나 이방 종교가 원하는 비기독교적인 능력을 구해서는”(90) 안 되기 때문이다. 이에 저자는 이어지는 문맥을 관찰하며, 바울이 구하는 능력은 그리스도가 우리 안에 거하시는 일(17절)과 바로 그 일을 통해 우리가 그리스도의 사랑을 아는 지식으로 충만해지는 일(18-19절)로부터 분리될 수 없다는 사실을 역설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인간의 능력이 아닌 하나님의 능력으로 조국 교회가 근본적으로 회복되기를 소원하는 마음을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마지막으로 4장과 5장에서 저자는 마치 신약성경의 배열 순서를 따라가듯 에베소서에 이어지는 빌립보서와 골로새서 본문들을 차례대로 설명한다. 먼저 4장에서는 빌립보서 1장 9-11절을 다루는데, 여기서 저자는 바울이 빌립보 교인들을 위해 간구하는 ‘사랑’의 풍성함이 “진리를 아는 지식”(122)에 뿌리를 내릴 때 가능하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앞장에서 피력한 요점을 발전시켜 나간다. 곧 감상주의적인 사랑이 세상의 문화를 지배하는 현 시대에 신자들은 진리이신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을 바르게 알 때에만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하며 “지극히 선한 것을 분별”(10절)하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5장에 가서 저자는 골로새서 1장 9-12절을 통해 결국 우리의 기도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기도’가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본서의 결론으로 제시한다. 이때 저자는 골로새 교회가 앞선 에베소 교회나 빌립보 교회와는 달리 바울이 개척한 교회가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얼굴로 대면하여 알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서도 교회가 기도해야 할 필요성을 일깨운다. 또 그러한 기도와 더불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신앙의 태도들을 밝혀가는데, 곧 선한 일에 열매를 맺음으로써, 하나님을 아는 지식에서 자람으로써, 오래 견딤으로써, 그리고 감사함으로써 우리의 기도는 마침내 듣는 이를 기쁘시게 하는 길로 나아가게 된다고 결론을 내린다.


아마도 저자의 바람처럼, 기도를 가르쳐 달라는 요청은 현재 조국 교회가 회복해야 할 가장 우선적인 간청일지도 모른다. 책의 제목이 시사하듯, 기도가 주님을 따르던 제자들과 같이 누군가에게서 보고 배워야 할 신앙의 영역이라면, 독자들은 이미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주기도문을 해설한 다른 서적들로부터 유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본서는 제목이 주는 예상을 따라가며 또 다른 주기도문 강해를 들려주기보다 바로 그 주님이 가르치신 기도의 세계가 어떻게 구약과 신약의 특정 인물들을 통해 우리가 처한 현실 속에서 구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을 펼치는 독자들이 얻을 수 있는 유익이 거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