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나는 유가족이 되었습니다

상실의 위로

저자명 이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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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삼원사 / 작성일 2019-11-04

본문

지금은 꺼낼 수 있고, 그때는 꺼낼 수 없던 상실의 고통

10년 전 봄, 갑자기 동생이 세상을 떠났다. 불과 며칠 전에도 함께 떠들던 동생이 자살로 생을 마무리했다. 동생의 마지막 전화에도 극단적 선택을 하리라는 예상을 하지 못했다. 장례식에서 자살로 떠났다는 사실을 안 고향 교회에서는 죽음의 이유 때문에 장례 집전을 해주지 않았다. 자살하면 지옥 간다는 생각은 몹시도 괴롭혔다. 동생을 잃은 슬픔은 그 무엇으로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유가족이 된 언니는 동생을 차분히 돌아본다. 그녀의 사랑스러웠던 모습, 다투며 자란 추억, 중국 선교사가 되려고 애쓰던 신실한 모습, 서로 비교하며 핀잔과 무시도 주고받은 기억 등. 떠난 사람이 남긴 흔적은 깊은 고통과 슬픔의 얼룩뿐이다. 꺼내지 못하고 말할 수 없던 동생의 일을 기록해 갔다. 살아남은 가족의 고통을 견디며 자살로 떠난 동생에 대한 미안함, 그리움, 원망, 서러움, 위로받지 못하는 슬픔을 고스란히 덤덤하게 담아냈다. 아무에게도 할 수 없던 이야기를 《상실의 위로》라는 책으로 서술한다. 자살과 같은 극심한 고통을 겪은 유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그리고 자살의 고립감을 견디며 겨우 살아가는 많은 아픈 사람들을 위해.


우울과 자살의 시대를 견디며 사는 사람들을 위한 감성 에세이

우리나라 자살률(인구 10만 명당 자살로 인한 사망자 수)은 평균 24.3명으로 OECD 평균보다 2배 이상 많고, 가입국 중 2위이다. 2017년 한 해 자살로 사망한 우리나라 국민 수는 총 1만2,463명이다. 자살은 전체 사망원인 중 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폐렴 다음으로 많은 5위에 해당한다. 가까운 주변에 가족의 자살로 고통스러워하는 유가족을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시대라는 의미다. 최근 우울증 고백서가 등장하면서 아픔을 공개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졌지만, 자살 유가족의 이야기는 드물다. 주변에 흔히 있지만 숨어 있는 이야기, 하지만 더는 숨기지 말고 함께 위로해야 할 주제가 자살의 아픔과 자살의 심정을 겪는 이야기다. 깊은 우울의 전조가 있더라도 1인 가구 시대가 많은 요즘 숨겨 놓으면 가족조차 예후를 알기가 쉽지 않다. 우울의 시대, 홀로 견디는 시대를 살아가며 갑자기 삶의 에너지가 사라지고 생의 의욕이 뚝 끊기기도 한다. 열심히 종교생활을 한다고 해서 자살 생각이 사라지거나 우울증이 항상 치료되는 것은 아니다. 함께 공감해 주고 울어줄 수 있는 친구를 가졌는가, 질문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은 갑자기 떠난 동생을 그리워하고 사랑하며 견뎌낸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어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채로 겨우 견디며 사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고 함께 울어주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먼저 아파본 사람이 지금 아픈 사람들에게 드리는 위로의 눈물 같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