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법주의 저장 장애
by 김정우2023-09-08

저장 장애(Hoarding Disorder)라는 게 있다. 물건에 강박적으로 집착하여 쌓아 놓은 물건들이 생활공간을 침범해 불편함을 겪으면서도 버리지 못하고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수집하고 저장하는 성향이다. 왜 끝없이 쌓을까?


그렇게 함으로써 심리적 안정감을 얻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불편함이나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러한 성향에 ‘장애’라는 말을 쓰는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에게는 모두 율법주의 성향이 있다. 자기 힘으로, 아니면 스스로 만들어 낸 방식에 따라 ‘자기 의’를 이루려는 성향 말이다. 이런 율법주의 신앙을 과감하게 버리지 못하면, 복음의 은혜와 능력에 대해 늘 듣기는 하지만, 결코 누리지는 못한다.


사도 바울은 갈라디아 교회의 영적 위기가 복음의 진리에서 떠나 인간의 의와 행위를 강조하는 율법주의 신앙에 빠졌기 때문임을 알았다. 따라서 교회의 영적 위기를 극복하고 교회를 다시 건강하게 세우기 위해서는 그러한 율법주의 신앙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밝힐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그는 “보십시오. 내가 여러분에게 직접 이렇게 큰 글자로 적습니다”(갈 6:11)는 말까지 한다. 이 서신의 처음부터 지금까지는 대필자의 도움을 받아서 썼지만, 마지막 부분만큼은 본인이 직접 쓰겠다는 의지가 담긴 표현이다.


이 서신을 마무리하면서 사도 바울은 갈라디아 교회를 영적 혼란과 갈등 가운데로 빠뜨린 거짓 교사들이 왜 그토록 할례를 강조하는지 잘 드러낸다(갈 6:11-13). 거짓 교사들의 진짜 관심은 갈라디아 교회 성도들이 아니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도 아니었다. 그들의 관심은 오로지 자신들의 의와 공로를 드러내는 것, 또 사람들로부터 인정과 영광을 얻는 것이었다. 그래서 할례를 육체의 자랑거리로 삼은 것이었다.


오늘날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게 바로 이러한 율법주의 신앙이다. 때로 교회 밖으로부터 오는 박해와 유혹보다 더 극복하기 힘든 게 율법주의 신앙이다. 이 율법주의 신앙은 바로 우리 안에 있기 때문이다. 내부의 적이라고 할 수 있다. 잠시라도 영적 경계심을 늦추게 되면 우리는 언제든지 율법주의 신앙의 늪에 빠지게 된다. 



김정우, 갈라디아서를 처방합니다(두란노)에서 간추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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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정우

김정우 목사는 동산교회(서울 신림동) 2대 목사로 섬기고 있다. 연세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B.A.)을 공부하고,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미국 미시간주 칼빈 신학대학원에서 신약학과 기독교윤리학을 전공했고, 캐나다 토론토 대학교 낙스 칼리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TGC코리아와 CTC코리아 이사로 한국 교회의 내일을 위해 섬김을 다하고 있다. 저서로 <갈라디아서를 처방합니다>(두란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