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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팀 켈러, 그를 통하여 변화된 나와 우리 교회
by 길성운2023-05-30

기리며: 팀 켈러(1950-2023)

좋은 작품은 화가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 그 가치가 급등하듯이, 귀한 분들의 소천은 그분의 인격과 사역이 널리 알려지며, 그들이 남긴 업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게 되는 계기가 된다. 팀 켈러의 소천은 우리 모두에게 그렇게 다가온다. 나에게도 팀 켈러의 소천 소식은 처음에는 충격이었지만, 이제 그의 죽음을 통해서 그의 삶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더욱 깊이 다가온다.


성복중앙교회는 70년대 성령 운동으로 유명했던 이천석 목사께서 설립하였다. 그분의 소천 이후 교회는 크고 작은 내홍을 여러 번 앓았다. 그러는 사이 교회는 약해졌고, 이웃들에게 좋지 못한 소문으로 외면당했다. 2009년 12월, 나는 성복중앙교회 5대 담임목사가 되었다. 나의 임무는 상처를 치유하고,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고, 다시 부흥을 꿈꾸는 교회가 되게 하는 것이었다. 7년간 분투하였다. 성경을 가르치며 제자훈련에 진력하였다. 성도들이 돌아오고 새가족들이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어느 정도 이미지도 회복되기 시작했다. 선배들의 격려가 이어졌다. 그러나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정말 옳은 길인지 확신이 없었다. 


2014년, 현 복음과도시 이사장인 이인호 목사의 제안으로 세미나에 참석하게 되면서, 팀 켈러를 만났고, 그의 목회 철학을 배우게 되었다. 그 후 나와 내 삶에 실제적인 변화가 일어났고, 목회자로서 다시 가슴이 뛰게 되었고, 목회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되었으며, 목회 과정에서 발생하는 아픔에 대한 새로운 시각도 열렸다.


내가 받은 가장 큰 축복은 ‘복음의 재발견’에서 출발한다. 미국의 많은 교회는 지금 부흥의 시기가 끝난 이후에 율법화, 종교화된 모습을 보인다. 그런 교회들은 전통을 진리로 믿고 자신들만을 위한 교회가 되어 결국 고사하게 될 위기 앞에 있지만 정작 본인들은 그 위험성을 깨닫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종교화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복음이다. 종교는 순종하면 용서받는다고 한다. 바리새인들은 행동규범을 만들고 그것을 지키는 자를 의인이라고 한다. 그러나 복음은 이미 용납되었기 때문에 순종하는 것이라고 알려준다. 비난당할 때, 종교적인 사람은 격노하거나 무너진다. 좋은 평판 받는 자아상은 나에게 너무 중요하기 때문이다. 복음은 나의 정체성은 사람의 인정이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주시는 사랑이기에 다르게 반응한다. 종교는 나의 행위와 윤리를 강조하나 복음은 그리스도가 베푸신 은혜와 그 은혜에 기반한 동기를 강조한다. 이런 복음적 시각만이 우리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나는 복음의 재발견을 통하여 자주 질문하게 되었다. 나의 목회적 동기는 무엇인가? 나의 정체성은 누구로 인하여 세워지는가? 내가 당하는 고난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우리 교회는 55년이 된 교회이다. 그러다 보니 나름의 전통이 있었다. 과거의 일들을 답습하고 있었다. 우리 교회는 토요일에 본당 청소를 한다. 본당 1층은 여전도회가, 2층은 남전도회가 한다. 그런데 계단에 떨어진 휴지는 아무도 줍지 않는다. 또한 새로운 일을 시도하려고 할 때마다 벽에 부딪히게 된다. 그때마다 나는 성도들에게 질문을 한다. “왜 그렇게 해야만 하는가?” “그렇게 하는 동기는 무엇인가?” 교회는 복음 앞에서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이제 우리 교회는 계단에 떨어진 휴지를 줍는 교회가 되었다. 팀 켈러 덕분이다.


둘째로 설교와 예배의 변화이다. 팀 켈러는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의 진수를 몸소 보여주었다. 나의 설교는 언제나 도덕주의적으로 끝을 맺었다. “이렇게 해야 합니다, 이렇게 살아야 합니다” 등이었다. 그런데 팀켈러는 “이런 성경적 진리에도 우리는 여전히 그렇게 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오신 분이 계십니다. 그렇게 사셨고, 우리를 용납해주셨고, 지금도 힘을 주시고 계신 분이 계십니다. 이 주님의 도우심을 받아야 합니다”라고 하였다. 성경의 핵심은 그리스도와 그분의 성품과 그분의 사역의 결과들을 알려주는 것임을 알게 해주었다.


어느 해부터인가 우리 교회 성도들이 나의 설교가 달라졌다고 말한다. 항상 복음이 있어서 감사하다고 한다.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과 살지 못하는 사람 사이에서 판단이 난무하던 교회가 서로를 긍휼히 여기는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셋째로 도시문화에 대한 복음적 침투의 중요성을 알려주었다. 현대 사회는 점점 도시화되고 있으며, 도시는 개인화 계층화를 심화시킨다. 이런 도시 문화에 적절히 반응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교회 앞에는 고려대학교가 있다. 수년 전부터 베리타스 포럼에 참여하고 있다. 고대 기독 교수들과 선교단체 간사들이 연합하여 저명한 학자들을 모시고, 신자와 비신자를 초대하여 토론을 통해서 진리를 탐구하는 자리이다. 일종의 신개념 전도집회라고 할 수 있다. 일방적 선포가 아니라 진리에 대하여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이므로 신자와 비신자를 막론하고 많은 젊은이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첫해 오스 기니스가 주강사로 참석한 것을 시작으로 제임스 스미스, 존 레녹스, 알리스터 맥그라스, 이어령 교수에 이르기까지 소중한 분들을 만날 수 있었고, 지역교회 목회자로서 맛보기 힘든 은혜를 맛보고 있다.


넷째로 이웃 교회들과 아름다운 연합을 이루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확신을 심어주었다. 팀 켈러는 우리가 속한 도시가 복음화되려면 하나의 대형교회보다는 100개의 소형교회가 연합할 때 훨씬 효과적이라고 강조하였다. 단순한 연합을 넘어서 거룩한 목적을 위한 운동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하였다.


이런 도전은 내가 속한 종암동에 있는 22개 교회를 아름답게 보게 하였고, 성북구에 있는 400여 교회와 어떻게 연합을 이룰 것인지 고민하게 하였다. 그 결과로 연합회와 함께 지역 아파트 단지 경비원과 미화원을 위로하고, 코로나 시기에 고생하는 보건소 공무원들에게 선물과 편지 보내기 운동을 하고, 작은 교회들의 영상 설비 지원하는 일 등을 하게 되었다. 함께 웃고, 함께 웃는 동네가 무엇인지 알아가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목사의 모델이 되어 주었다. 앞의 모든 변화를 가능하게 했던 것은 그의 가르침을 뒷받침하는 그의 인격 때문이었다. 그의 삶의 향기를 생각할 때 무엇보다 성육신적 모습이 떠오른다. 2016년 안식월에 리디머 교회 주일 예배를 참석하였다. 리디머 교회는 당시 뉴욕 맨해튼에 3개의 캠퍼스를 가지고 있었고, 그중 웨스트에 있는 예배당은 1층 2층 예배방이었다. 그곳은 빈자리 없이 가득 메워져 있었고, 연령층은 매우 젊었으며, 강대상 없이 메모 한 장만으로 그는 청중과 소통하였다. 예배 후 입구에서 팀 켈러 목사님은 평범한 동양인 목사를 친근하게 반겨주었고, 함께 사진을 찍고, 읽고 있었던 그의 저서에 사인을 해주었다. 그는 평범한 옆집 아저씨처럼 교인들과 인사하였고, 아내와 함께 이동하였다. 그는 매우 자연스러웠고, 평범한 인간이었다.


2018년 내한하여 횃불회관에서 목회자 콘퍼런스를 하고 있을 때 한 기자가 그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으냐고 질문하였다. 그는 사랑이 많은 아버지, 남편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하였고, 좋은 이웃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하였다. 그런데 그는 한 문장을 말할 때마다 “내가 정말 그런 사람이었다면…”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는 본인이 좋은 아빠 혹은 좋은 이웃이라고 단정하지 않았다.


그는 웨스트민스터 신학교 교수였다. 뉴욕에서 개척하여 6천 명이 이상이 출석하는 초대형교회 담임목사였고, 복음적 분립개척자 양성소인 CTC와 복음연합 TGC의 설립자 겸 대표였다. 그는 미국에서 그리고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목사로 인정받았다. 그런데 그는 언제나 인간이었고, 우리들의 친구였다.


내 동료는 팀 켈러 추모 댓글에 “내가 그동안 만나본 분 중에 가장 예수님을 닮은 분이므로, 천국에 가면 가장 먼저 팀 켈러 목사님을 통해서 예수님이 어떤 분인지 물어보고 싶다”고 하였다. 우리 모두에게 보여준 그의 겸손한 모습이 그분을 더욱 그리워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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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길성운

길성운 목사는 성균관대와 총신대 신학대학원(M.Div)을 졸업하고 횃불트리니티 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신약신학(Th.M)을 전공했으며, 성대기독학생회 지도교역자, 문화촌영광교회 및 신림동 동산교회에서 청년사역과 사랑의교회에서 제자훈련, 영성사역, 목양사역을 경험하다가 2009년말부터 성복중앙교회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다. CTC코리아 이사장으로도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