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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의 삶

생명을 주는 암
by Rachel Ho2023-04-11

2022년 7월, 뇌 왼쪽 전두엽에 종양 진단을 받았다. 논리적 사고와 집중력을 관장하는, 흔히 말을 잘하게 하고 중요한 두뇌라고 의사들이 부르는 바로 그곳이다. 


진단 이후 내가 만난 모든 의료 전문가가 물었다. “어떻게 처음 알게 되었습니까?” 뇌종양이 발생할 확률은 평균 1퍼센트이며 종양의 위치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내 경우는 언니와 함께 발리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에 발작을 일으켰고,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때 나는 서른 살이었고 많은 보람을 느끼던 직장에서 갓 사직하고 8월에 석사 학위 취득을 위해서 독일로 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생을 맞으며 나는 응급실에서 눈을 떴다. 


그리고 6개월이 흘렀고, 나는 선제적인 치료를 마쳤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두 번째 인생을 기대하고 있다. 사실 나는 지금보다 더 행복하거나 더 큰 축복을 받았다고 느낀 적이 없다. 그 이유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다.


죽음이라는 두려움


아마도 내가 아는 한 나는 가장 조바심 내는 사람일 것이다. 일이 잘 풀려도 더 완벽하고 싶어서 안달한다. 상황이 나빠질 때는 그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이 적어도 세 가지 이상 항상 머리에 떠오르는 게 나라는 사람이다. 그러나 지금 내 마음은 암 때문에 조금도 두렵거나 불안하지 않다. 말 그대로 풍성함을 누리고 있다. 


왜 암에 걸리고도 나는 믿음의 위기를 겪지 않았을까? 성경을 바로 가르치는 교회를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곁을 떠나지 않은 형제자매와 교제를 이어간 덕이라고 말하고 싶다. 수년간의 훌륭한 설교, 성경 연구, 기도 모임, 그리고 빛과 소금이 되는 여러 그리스도인의 행실을 관찰한 것이 모두 다 내 마음을 준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들은 또한 내가 뻔한 질문을 놓고 고민하지 않도록 했다. 나는 이미 다음 사실을 알고 있었다.


• 고통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 죽음은 누구도 피할 수 없다. 나도 언젠가는 죽는다.

• 미래에 관해서 100퍼센트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또한 다음 사실도 알고 있었다. 


• 내가 고통받는다고 그게 꼭 하나님이 나를 벌주신다는 의미는 아니다.

• 설혹 죽는다고 해도 모든 것을 다 잃는 건 아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나를 향한 하나님의 계획은 완성될 것이다(롬 8:37-39).


그러나 지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개두술(뇌 수술) 전날 밤, 나는 수술 후 내가 아예 말을 할 수 없게 될지, 또는 아예 다른 사람이 되어서 깨어날지, 행여라도 수술대 위에서 숨을 거둘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날 밤, 나는 욥기를 읽었다. 하나님이 욥을 기뻐하신 이유와 고난을 겪는 욥의 반응을 더 잘 알고 싶었다. 


나도 어떻게든 잘 견디고 싶었다. 그날 나는 두 가지를 배웠고 또 결심했다.


첫째, 나는 고통을 견뎌낼 것이다. 그러나 왜 이런 일이 생긴 건지, 수술이 끝나면 다음 단계는 어떻게 될 건지 등등의 질문을 놓고 안달복달하면서 고통을 배가시키지 않을 것이다. 더불어서 증상과 통증, 괴로움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생각하지도 않을 것이다. 어쨌거나 나는 그 모두를 견뎌내야 하니까 말이다. 


둘째, 내가 죽더라도 하나님을 욕되게 하지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든 공개적으로든 하나님께 공정하지 않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욥처럼 눈물로 하나님 앞에서 정직하려고 노력했다. 진짜로 큰 슬픔과 충격에 휩싸여서 내가 울었던 유일한 시간은 종양이 3등급 핍지교종, 그러니까 암으로 밝혀졌을 때뿐이었다.


실망해서 울었다.


무서워서 울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죽기 싫어서 울었다.


그때도 물론 하나님이 나를 버리지 않으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매일 그분은 나에게 귀를 기울이시고 내 기도에 응답하셨다. 내게 필요한 것을 공급하셨고, 나를 통해 다른 사람들을 축복하셨고, 또 복잡한 의학적 결정을 통해 나를 인도하셨다. 나를 안심시키고 매일 매일 기쁨을 새롭게 하셨다. 그분을 온전히 더 신뢰하도록 가르쳐 주셨고, 내 삶을 놀라움으로 채우셨다. 


그러나 내 믿음은 여전히 너무도 부족했다. 하나님은 부족한 나로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놀라운 역사를 베풀고 계셨다. 


하나님의 섭리


우리가 암을 그토록 두려워한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하나님 없이도 죄인인 인간이 영생에 도달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방법은 암을 통해서이다. 불멸한다고 알려진 유일한 인간 세포가 암세포(HeLa)이다. 암은 영원히 살기를 원한다. 다른 세포를 먹을수록 더 배가 고파지고, 아예 세포로 기능하는 것까지 포기한다. 죽음을 피하려고 필사적으로 숙주를 죽이는 게 암 세포이다. 그러다가 결국은 자신도 죽는다. 죄성에 찬 인간의 몸이 만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마지막 모습이다.


중추신경계에서 가장 흔하고 또 가장 빠르게 진행될 뿐 아니라 가장 치명적인 것은 4등급 뇌암이다. 그런데도 이 암은 일반적으로 너무 늦게 발견된다. 암 덩어리가 너무 커지면 뇌가 두개골 공간 속에서 압축된다. 방사선과 화학 요법이 할 수 있는 건 최소한의 효과에 불과하며, 수술은 너무 위험하다. 


뇌암을 처음 발견한 7월부터 그것을 절제한 10월 사이에, 나의 뇌 질량은 25퍼센트 증가했다. 뇌가 더 이상 확장할 공간이 없는 상황에서, 암은 자연스럽게 변이된 4등급이 되었을 것이다. 언어는 물론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나는 수시로 발작을 일으키고 분노에 몸부림쳤을 것이다. 


자는 중에 고통 없는 발작을 일으키지 않았더라면, 언니가 나를 급히 병원으로 데려가지 않았더라면, 신속하게 행동하는 대신에 한 외과 의사의 조언, “일단 지켜보면서 기다립시다”를 받아들였다면, 생검을 먼저 하고도 암 덩어리를 놓쳤다면, 부분 절제를 선택했다면, 조직 검사에서 악성이 아닌 양성으로 판단되었다면, 나는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죽음을 맞았을 것이다.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 매일매일 죽음을 향해 나아갔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나의 마지막 성탄절과 새해를 맞았을 것이다. 


그림자가 물러가다


그러나 하나님은 완벽하게 개입하셨고, 사형집행인의 수렁에서 나를 구하셨다. 할렐루야!


다시 살아났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는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그림자가 열 걸음 물러나는 것을 지켜보는 히스기야와 같은 느낌이다(왕하 20:10). 무덤에서 걸어 나오던 나사로와 같은 느낌이다(요 11:38-44).


나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내가 과연 그동안 제대로 살았는지를 자문하곤 한다. 암은 내가 그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하도록 했다. 나는 제대로 살아왔다. 주님을 사랑하고 그분의 뜻을 행하는 것,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섬기는 것, 그리고 겸손히 주님과 함께 행하는 것(미 6:8) 말이다. 그러나 선을 행하면서도 과연 내가 최선을 다해서 헌신하고 있는지를 확신하지 못하고 궁금해하던 옛 삶과 오로지 풍요함이 주는 기쁨을 맛보는 지금의 새로운 삶 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있다. 이제 나는 그리스도의 사역은 완전하고 나의 노력으로 더할 수 없음을 안다. 그리고 그 선한 일에 나의 전부를 바치고 있다. 


물론 히스기야와 나사로도 결국에는 다 죽었고 나도 죽을 것이다. 암이 재발할지 여부도 모르고, 결국에 나를 죽이는 것은 암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하나 확실하게 아는 게 있다. 하나님께서 나를 위한 계획을 가지고 계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분의 축복을 배가시키는 데 남은 인생을 보낼 것이다. 내 돈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고, 내 시간은 외로운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내 손이 닿는 데까지 정의가 이뤄지도록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나는 하나님께서 그분의 백성 앞에서 한 나의 서약을 이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실 것임을 확실히 안다(시 116:18).


우리 날을 계수하도록 가르쳐주소서


당신이 다음 질문에 대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첫째, 당신이 누구이든 간에 고통이 다가오고 있다. 젊었든, 늙었든, 그리스도인이든 그렇지 않든 관계없다. 당신 품에 안긴 아기, 갓 결혼한 당신의 아내에게도 고통이 오고 있다. 인생을 살면서 이미 너무도 많은 일을 겪었다고 해도 다르지 않다. 고통에는 아무도 예외가 없다. 시간문제일 뿐이다.


고통을 만났을 때 당신에게는, 또 당신의 내면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당신을 결코 놓아주지 않는 진짜 사랑을 알고 있는가? 당신이 만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 속에서도 하나님이 엄청난 선을 행하실 수 있다고 누군가 말할 때, 당신은 거기에 아멘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둘째, 하나님의 축복이 당신에게는 어떤 의미인가? “당신이 내게 축복하기 전에는 가게 하지 아니하겠나이다”(창 32:26)라고 말한 야곱에게 축복은 어떤 의미였을까? 그는 도대체 어떤 축복을 위해서 씨름한 것일까? 땅도, 소유물도, 건강도, 또 장수도 아니었다. 그가 간구한 축복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하나님이 그와 함께하시는 축복이었다고 나는 믿는다. 하나님은 참으로 그에게 응답하셨고, 이스라엘을 떠나지 아니하셨다. 야곱의 사랑하는 아내가 죽었을 때도, 사랑하는 두 자녀를 빼앗겼을 때도, 약속의 땅에서 이방 땅으로 끌려갔을 때도, 죽어서야 그토록 뼛속까지 그리워하던 땅으로 돌아올 수 있었음에도, 하나님은 한시도 그를 떠난 적이 없었다.


그것이 바로 하나님이 주시는 축복이다. 매년 성탄절에 듣는, 임마누엘의 축복이다.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하신다. 당신과 내가 어떤 고통을 겪든 하나님의 임재는 우리 마음이 바라는 그 어떤 것보다 뛰어나다. 내 몸이 아무리 쇠약해지더라도, 나의 믿음과 삶은 불시험을 이겨낼 수 있다. 전쟁, 역병, 파멸의 소문이 돌고 또 우리 같은 어린 양의 눈에는 바로 앞에 닥친 위험도 보이지 않지만, 우리는 언제나 바로 곁에서 들려주시는 선한 목자의 음성을 듣는다. 그리고 그분을 믿고 안심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의미에서, 하나님께서 항상 여러분을 축복하시기를 간구한다. 



원제: A Life-Giving Brain Cancer

출처: www.thegospelcoalition.org

번역: 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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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Rachel Ho

레이첼 호는 인도네시아 Reformed Evangelical Church(REC Jakarta)의 교인이다. 통역과 기도 사역에 매진하고 있다. 주를 위해서 맡겨진 모든 일에 일주일 내내 하루도 쉬지 않고 헌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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