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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과 신학

보이는 교회: 조직성과 유기체성 사이에서

개혁주의 교회론 읽기 1: 보이는 교회, 메가처치, 이머징 교회

by 김경호2023-02-10

종교개혁 진영은 ‘교회의 거룩성, 통일성, 보편성, 사도성이 구체적으로 잘 지켜지고 있는지를 어떻게 아는가’라고 질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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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세계관 운동 2.0 위하여

서울기독교세계관연구원(SIEW)과 함께 기독교 세계관 운동의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섭니다. 


보이는 교회론의 정의


“교회는 부름 받은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헤르만 바빙크Herman Bavinck(1854-1921)는 교회의 정의를 잘 설명합니다. 교회는 에클레시아(κκλησα), “구원으로 부름 받은 사람들의 공동체”입니다. 성경은 이러한 사람들을 ‘하나님의 백성’이라고 부르고(벧전 2:10), ‘그리스도의 몸’(엡 4:12), 그리고 ‘성령의 전’이라고 부릅니다(고전 3:16). 여기서부터 개혁파 교회론의 특징인 보이는 교회론Visible Church, 즉 교회의 성질과 표지가 나옵니다.


보이는 교회론의 두 가지 표지 


교회의 교회됨은 그리스도인들에게 보여져야 합니다. 교회는 이러한 정의에 입각하여 네 가지의 독특한 성질을 가집니다. 그것은 교회의 거룩성, 교회의 통일성, 교회의 보편성, 교회의 사도성입니다. 그러나 종교개혁 진영은 ‘교회의 이러한 거룩성, 통일성, 보편성, 사도성이 구체적으로 잘 지켜지고 있는지를 어떻게 아는가’라고 질문합니다. 종교개혁자들은 교회가 참되게 존재하고 발전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교회의 표지’라는 것을 생각해 냈습니다. 참된 교회라면 반드시 교회가 교회답다는 표지가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전통적으로 세 가지, 곧 말씀의 참된 전파, 성례의 정당한 집행, 그리고 권징의 신실한 시행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교회를 교회 되게 하는 복음, 즉 말씀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러한 표지는 현대에 이르러 더 구체화되는 추세입니다. 교회가 거룩성, 통일성, 보편성, 사도성을 가지고 있느냐를 가늠하는 표식이 더 구체화 되어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구체화된 표지는 교육, 세례, 설교, 성찬, 회의, 집사직, 예배, 직무, 교회 정치와 같은 것들입니다. 결론적으로 교회의 성질은 교회의 표지를 통해 그 건강성이 확인될 수 있어야 하고, 따라서 교인은 교회의 표지를 통해 교회의 교회됨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교인의 그리스도인됨은 비-그리스도인에게 보여져야 합니다. 조직적-제도적 교회는 말씀, 성례, 직분, 교회의 정치 등과 같은 것이고, 유기체적-공동체적 교회는 친교생활과 신앙고백, 세상에 대한 공동적인 저항과 책임 등과 같은 것입니다. 이 두 교회 간의 관계는 조직적 교회는 수단이고 유기체적 교회는 목적에 해당합니다. 조직이 필요한 이유는 성도를 훈련하여 유기체를 이루게 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이 조직적 교회를 “어머니 교회”라고 부릅니다. 어머니로서의 교회는 교회에 있어서 필수적입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연약하므로 반드시 어머니 교회의 지도와 훈련을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현실 교회에서는 이 제도적 측면과 유기체적 측면이 수단과 목적의 관계로 조화를 이루어 교회의 교회됨이 교인들에게 아름답게 보여져야 합니다. 이러한 유형 교회의 가시성은 교회 안에서만이 아니라 교회 밖에서도 나타나야 합니다. 그렇다면 교회 밖의 교회의 가시성이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교회의 가시성을 강조한 대표적인 사람은 프란시스 쉐퍼Francis Schaeffer입니다. 쉐퍼는 ‘교회의 표지’와 다른 또 하나의 표지 개념을 강조했습니다. 그것은 ‘그리스도인의 표지’입니다. 쉐퍼가 말한 ‘그리스도인의 표지’란 ‘사랑’과 하나됨, 이 두 가지입니다. 쉐퍼는 이 표지가 비-그리스도인들에게 보여져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심지어 쉐퍼는 비-그리스도인들이 이 표지를 통해 그리스도인들을 판단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말합니다. “세상의 한복판에서, 우리의 현재 문화의 한복판에서, 예수께서는 세상에게 하나의 권리를 주고 있다. 자신의 권위에 의거하여 예수께서는 모든 그리스도인을 향한 우리의 눈에 보이는 사랑을 토대로 여러분과 내가 거듭난 그리스도인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권리를 세상에 주신다.” 물론 비-그리스도인의 판단으로 그리스도인이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그리스도인들이 사랑과 하나됨에 실패한 책임을 비-그리스도인들의 판단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준 것입니다.


여기서 쉐퍼가 강조한 요점은 “눈에 보이는 사랑”visible love입니다. 쉐퍼는 심지어 우리가 삶에 밀착된 사랑을 비-그리스도인들이 보지 못한다면, 우리의 올바른 대답만을 토대로 비-그리스도인들은 믿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따라서 쉐퍼에게 ‘궁극적 변증’final apologetic은 사랑입니다. 우리의 신앙은 우리 스스로 좋다고 판단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우리의 신앙의 진정성이 사랑과 하나됨의 표지를 통해 세상 가운데 보여지고, 세상이 이를 인정하게 될 때 비로소 우리 신앙의 참됨을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의 표지는 우리에게 시작하여 큰 원을 그리며 세상을 통과한 후 다시 우리 자신에게로 한 바퀴 돌아와야 합니다. 그 돌아온 모습에서 우리 자신이 어떠한 사람인지를 비로소 말할 수 있습니다. 꼭 기억해야 할 것은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은 우리 스스로 부여한 ‘자칭’이 아니라 우리가 세상으로부터 인정받아 ‘타칭’으로 불린 명예로운 이름이라는 사실입니다.


메가처치와 이머징교회 


교회의 유기체성 해체, 조직성의 강화: 메가처지 교회. 교회의 역사는 언제나 교회의 조직성에 대해 반발하여 유기체성이 극단적이 되거나, 교회의 유기체성에 반발하여 조직성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미국 교회의 경우, 1975년을 기점으로, 유기체성의 해체와 조직성의 강화로 소위 메가처치megachurch가 등장했습니다. 메가처치 교회란 ‘매우, 대단히, 큰 교회’라는 뜻입니다. 그 크기의 규모는 대략 2,000명 이상 출석하는 교인을 기준으로 합니다. 이러한 메가처치를 대표하는 교회는 빌 하이벨스William Hybels의 윌로우크릭 교회와 릭 워렌Rick Warren의 새들백 교회일 것입니다. 빌 하이벨스는 기존의 교회 구조가 가지고 있는 비효율성에 대해 불만을 품고, 무언인가 새로운 형태의 효율적인 교회를 구상한 것입니다. 하이벨스는 설문조사를 통해 믿지 않는 자들의 기호에 맞는 교회를 구상합니다. 예를 들어, 교회는 지루하고, 목사는 성도들을 죄인으로 만든다는 이미지에서 탈피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특별히 경영의 원리를 도입하고, 믿지 않는 자를 고객으로 여기며, 어떤 수단을 통해서든 그들을 교회 오게 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러기 위해 교회 오는 사람들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게 하고, 부담스러운 교회의 용어―하나님의 거룩하심, 하나님의 진노 등―도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구도자 예배입니다. 이 예배는 설교에서 예화와 유머, 현대적 음악과 드라마 등으로 채워집니다. 여기서 우리는 편안하게 왔다가 편안하게 돌아가는 고객, 해리와 메리를 볼 수 있습니다. 이제, 마케팅과 심리학적 방법론으로 교회를 성장시킨 새로운 유형의 교회가 나타난 것입니다.


새들백 교회의 릭 워렌 목사는 2002년, 목적이 이끄는 삶이라는 책을 출판했고, 그 책이 하루에 2만 5,000부가 판매되면서 순식간에 세계적인 교회 지도자로 급부상하게 됩니다. ‘타임스’에서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크리스천 지도자로 선정되었고, 2005년에는 162개국 40만 명의 목회자가 릭 워렌 목사가 운영하는 ‘교회 건강 원칙 세미나’에서 훈련을 받습니다. 릭 워렌 목사는 사람들의 필요를 교회가 채워주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하며, 그의 신념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사람의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만 발견된다면, 그리스도께로 인도될 수 있다는 것이 나의 깊은 신념이다.” 그리고 그 열쇠를 ‘사람의 필요’를 채워주는 것이라고 봅니다. “인간은 당장 급박한 삶의 문제가 기독교의 방법들을 통해 해결된다면 자연히 기독교의 진리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메가처치는 “효율성”이거나 “사람의 필요”를 채워주는 것이 좋은 교회를 만드는 길이라고 여기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효율성과 사람의 필요를 위해 만들어진 교회가 유기체성을 가졌다고 볼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그 이후 빌 하이벨스 목사는 이렇게 반성의 글을 올렸습니다. “나는 거룩함보다 은혜를 지나치게 강조하여 방자한 기독교를 받아들이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교회의 유기체성 강화, 조직성의 해체: 이머징 교회. 메가처치에 대한 반발로 또 다른 극단의 교회가 나타납니다. 그것은 이머징 교회emerging church입니다. 이머징 교회는 ‘실용주의적 교회’(메가처치)뿐만 아니라 기존의 ‘전통 교회’에 대해서도 반대합니다. 특별히 이머징 교회가 반대하는 것은 권위주의, 고립주의, 성장주의(크기와 수)와 같은 것입니다. 따라서 이머징 교회는 기존 전통 교회와 이런 실용주의적 교회에 대한 반발로 출현한emerging 교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머징 교회는 기존의 ‘조직 교회’보다 세상의 문화를 담아낼 수 있는 ‘유기적인 교회’로의 전환을 시도합니다. 이머징 교회는 기존의 전통적, 실용적 교회에 저항하고 차별화하여 자신들을 스스로 “새로운 유형의 복음주의자”라고 규정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이머징 교회의 특성과 실천을 9가지로 정의합니다. 그것은 예수 따라 살기, 세속의 영역 변화시키기, 공동체로 살아가기(제도가 아니라 관계, 장소가 아니라 모임), 환대, (자기 이익적 주고받기가 아니라)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기, (소비자, 수용자가 아니라) 예배와 관련하여 생산자로 참여하기, 하나님의 창조에 참여하기, (모던 형태의 지배를 반대하는) 열린 리더십, 고대와 현대의 영성 융합입니다. 이런 이머징 교회의 실천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더 미션 가정교회’는 출석하는 교회가 아니라 서로 연결되는 교회의 형태이고, ‘런던 무트 교회’는 90퍼센트가 네크워크 상의 교인이고, 10퍼센트는 지역 교인들로 구성됩니다. 한국에도 클럽 교회, 카페 교회 등 여러 형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머징 교회의 공통적 특징은 선교적 목적으로 교회의 구조를 바꾼다는 것입니다. 이머징 교회는 교회의 본질을 추구한다는 점, 교회가 고정된 곳이 아니라 문화적 상황에 따라 세상을 읽어내고 대응한다는 점은 긍정적입니다. 그러나 이머징 교회 자체가 모던과 메가처지에 대한 반동과 저항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9가지 실천이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극단에 위치할 수밖에 없는 약점이 있습니다. 


결국 현대 교회는 조직성과 유기체성의 불균형에 처해 있습니다. 전통적인 ‘보이는 교회론’이 조직성을 수단으로 유기체성을 목적으로 보는 관점에 균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메가처치는 조직성을 강화하고 유기체성을 해체하였습니다. 그 반대로 메가처치에 반발한 이머징 교회는 조직성을 해체하고 유기체성을 강화하였습니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당면한 현대 교회의 모습입니다. 물론 보이는 교회론에서도 교회의 표지마저 고착화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교회는 끊임없이 개혁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한스 큉Hans Küng의 교회의 본질과 형식에 대한 구분은 우리에게 매우 필요합니다. “교회의 본질이 존재하되 그것은 형이상학적으로 움직일 수 없는 것이 아니라 항상 변화 가능한 역사적 형태로만 나타난다. 변화하는 역사적 양상 속에서 교회의 본질을 볼 때 비로소 우리는 교회를 파악할 수 있다.” 

보이는 교회론에서도 교회의 표지마저 고착화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교회는 끊임없이 개혁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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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경호

김경호 목사는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M.Div.) 논문 “세 가지 유형의 개혁주의 세계관 연구”로 박사 학위(Ph.D.)를 받았다. 연구단체 Worldview & Work를 설립하여 연구소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020년부터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국내외에서 세계관 교육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