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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플터치 & 큐티

이기는 방법

11월 20일 와플 QT_주말칼럼

2022-11-20

주말칼럼_이기는 방법 

  

지난여름 『한 개의 기쁨이 천 개의 슬픔을 이긴다』라는 책을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에서 사용된 에피소드들이 담긴 책인데, 좋은 여운이 남고, 삶과 일의 태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꽤 괜찮은 책이었습니다.


하루는 고등학교 선배가 아들 문제로 상담을 하고 싶다며 사무실로 찾아왔는데, 사연은 이랬습니다. 선배의 아들 준성 군(28세)은 대학 졸업 후 1년 넘게 구직 활동을 하였지만, 취업에 실패했습니다. 그러던 중 중견기업 B사에 입사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최종 심층 면접까지 마치고 4일이 지난 후 인사담당 차장의 전화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겁니다. 그동안 수고하셨어요.”


그 전화 한 통은 지난 1년여간의 마음고생을 눈 녹듯 사라지게 했습니다. 그런데 1주일 넘게 회사로부터 연락이 오지 않아 문의 전화를 하게 되었고, 뜻밖의 답변을 듣게 됩니다. 며칠 전 일본에서 발생한 대지진으로 인해 일본의 주거래 회사가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고, 그 여파로 B사의 신규 채용을 전면 보류하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취업’했다고 생각했기에 실망은 더 컸습니다.


같은 처지에 놓인 아이 아버지가 억울한 마음에 여기저기 알아본 결과, 인사 담당자가 전화한 것은 “채용 내정 상태”이기에 채용 취소는 ”부당해고”에 해당하여 법적 다툼이 가능하다는 답을 얻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몇몇 부모들이 소송을 준비 중인데, 자신만 빠질 수는 없으니 아들의 변호사가 되어 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조 변호사의 생각에는 실리도 챙기지 못하면서 선배와 아들이 겪을 스트레스만 클 것 같아 망설였지만, 선배의 입장은 강경했습니다. 그래서 며칠 후에 아들과 함께 다시 한번 만나기로 합니다.


아들을 만난 조 변호사는 전화했던 인사담당 차장에 대해 물었고, 참 좋은 분이고 자기를 인격적으로 대해주었다는 답을 듣습니다. 대화를 나누며, 선배의 아들도 차장님에게 불이익을 줄까 싶어 고민하고 있음이 느껴졌습니다. 조변호사는 이렇게 제안합니다.


“준성 군, 나는 소송을 제기하는 것에 반대야. B사도 사정이 있고 김 차장이란 사람도 악의를 품은 것 같지는 않거든. 오히려 준성 군에게 좋은 소식을 빨리 전해주려고 했던 좋은 사람이지. 그러니 이렇게 하면 어떨까? 다른 친구들은 어찌할지 모르겠지만 자네는 김 차장님에게 고맙다는 메일과 함께 작은 선물을 보내 드려. 그리고 B사에 대한 마음은 접어. 대한민국에 회사가 거기 하나뿐인가? 내가 구직 활동을 도와줄게.” 선배는 당황했지만, 준성 군의 얼굴은 밝아졌고, 결국 조 변호사의 조언대로 하기로 했습니다. 


몇 달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 다른 두 사람은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몇 차례 내용 증명만 오고 가다가 흐지부지 마무리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얼마 뒤 준성 군은 김 차장에게서 전화를 받게 됩니다. 일본 파트는 여전히 어렵지만 이번에 중국 파트 신입 사원을 구하는데 일할 생각이 있느냐는 연락이었습니다. 선배는 자신이 경솔하게 결정하지 않도록 도와준 후배에게 감사를 표했다고 합니다. 해피엔딩이었습니다.


다이나믹한 승소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성에 대해, 삶의 태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들. 이 책에는 이런 에피소드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1권의 부제는 “삶과 태도에 관하여”인가 봅니다 (2권의 부제는 일과 “선택에 관하여”입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감정이 상할 만한 상황에서 보여준 준성 군의 태도는 예상 밖이었기에 그를 더 돋보이게 했을 것이다. 회사는 언제든 사람을 필요로 하는 법인데 그렇게 강한 인상을 남긴 지원자를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치열한 소송에서 승소했을 때의 기쁨은 크다. 하지만 소송을 말리고 대화로 풀도록 권유해서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의 기쁨도 그에 못지않다.”, “변호사는 승소해야 한다. 그런데 승소하는 방법에는 법적인 논리를 강하게 주장하는 방법도 있지만, 상처를 어루만지는 방법도 있다.”


우리는 승패를 가르는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세상은 자신의 권리를 찾지 못하는 사람은 바보이며, 치열하게 경쟁하고 싸워서 이겨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그러나 진정한 이김이 어떤 것인지 세상은 모릅니다. 세상이 가르쳐 주는 이김의 방법은 전부가 아닐 뿐 아니라 잘못된 경우도 많습니다.


“누구에게나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 언제나 선한 일을 하며,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십시오(로마서 12장 17, 21절).”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이 잘못된 일이라거나 악한 일이라는 말이 아닙니다. 치밀한 논리로 맞서야 할 때도 있으며, 그것은 악한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삶의 모든 순간에 선의와 사랑과 호의를 담아야 합니다. 악을 이기는 것은 선이기 때문입니다. 선함은 하나님의 성품입니다. 그러니 하나님의 성품으로 싸우라는 의미라는 생각도 듭니다.


나그네 인생 여정에서 우리는 뜻밖의 일들과 억울한 일들을 만나게 됩니다. 악한 사람을 만나게 되고, 악한 상황에 처하기도 합니다. 그런 순간, 인간적인 감정에 사로잡혀 세상의 방법으로 대처하거나 맞서려 하지 말고, 잠시 멈추어 서서 나의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나의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가, 내 아버지의 성품이, 나의 태도와 반응을 결정하면 좋겠습니다. 아버지를 닮고 아버지를 따르는 선택을 한 자녀를 아버지는 돌보시고 책임져 주심을 믿습니다.


2022년 한 해가 마무리됩니다. 멋진 선택을 하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2022년이 해피엔딩이 되기를 바랍니다.




작성자 : 김건우 목사(좋은씨앗교회)
출처 : 맛있는 QT 문화예술 매거진 <와플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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