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사고 영역에서 벌어지는 영적 싸움의 역사

서양 철학과 신학의 역사

저자명 John Fr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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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예성훈 목사(은혜의동산교회) /  작성일 2019-02-11

본문

본서의 저자인 존 프레임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학문적 스승은 코넬리우스 반틸이다. 그는 자신의 저술이 반틸의 기독교 변증적 관점에서 철학과 신학의 관계를 분석함으로 출발했다고 밝힌다. 그러면서 철학과 신학의 관계에는 서로 분리될 수 없는 깊은 의존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이런 설명을 전개함에 있어 저자는 기독교적 관점, 특히 보수주의적 관점을 분명히 표방한다. 그는 신학계와 철학계에서 반틸의 깊고 뛰어난 통찰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책에서는 반틸의 통찰력을 사용할 것이라고 분명히 밝힌다. 서구 문명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위대한 철학 및 신학의 사상가들을 다루는 데 있어 반틸의 기독교 변증적 관점은 철학과 신학의 깊은 관계를 기독교적 시각에서 밝히는 데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자기 스승의 이러한 변증적 토대 위에서 서양 철학과 신학의 역사에 대한 이해를 논하려는 태도를 끝까지 유지한다. 그래서 자신이 저술한 본서를 반틸에게 처음으로 헌사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존 프레임과 반틸의 콜라보이다.

이 책을 탐독하다 보면, 과거에 반틸이 주장한 내용들이 철학의 흐름 및 그 철학으로 영향 받는 신학에 대한 저자 자신의 해석과 평가로 재등장한다. 그래서 이 책은 철저히 보수적인 기독교 신앙을 옹호하는 태도를 견지하며 쓰여졌다. 저자는 노골적으로 자유주의 신학에 대해 반틸의 기독교적 전제 변증의 논거에 입각한 비판을 해 나가는 데 주력한다. 한 가지 예를 든다면, 자유주의 신학의 보수주의적 신학 용어 사용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한다. 자유주의 신학자들은 ‘보수적인 흐름’ 즉 보수적인 용어를 사용해 자신들의 명분을 발전시켜 나가기를 원하는 자유주의 사상가들의 경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동일한 신학적 용어라도 그 전제가 다르기에 자유주의 신학자들이 그 용어를 통해 주장하는 내용은 다른 뜻을 내포하고 있으며, 이런 측면에서 자유주의 신학의 전제에 대한 엄밀한 검증과 비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보수적인 흐름에 편승하는 자유주의 신학자들의 태도에 대해 그들의 전제를 분석하며 날카롭게 비판한다. 그들은 성경이 오류투성이이며 역사성의 오류와 하자가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최소한 성경을 근거로 자신들의 경험중심적 신학을 주장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방식의 주장이 타당한지를 물으며 자유주의 신학자들의 문제점들을 낱낱이 파헤치며 비판한다.

이러한 날카로운 비판은 바르트에게까지 향한다. 저자는 바르트를 존중하지만, 철저한 반틸의 시각으로 일관성 있게 바르트의 보수적인 흐름에 대해 분석한다. 그리고 바르트야말로 보수적인 흐름으로 일컬은 자유주의 신학자의 정점에 있다고 평가한다. 더 나아가 그는 자유신학 이후의 신학 흐름을 발생시킨 프라이드 린드의 ‘이야기 신학’이라 불리는 신학 운동(데이비드 첼시, 스텐리 아우어워스, 마이클 노박, 샘 킨, 하비 콕스, 마이클 골드버그, 조지 스트롬) 그리고 구약학자 브레버드 차일즈에 대해서도 반틸의 기독교 전제 변증적 논거로 분석하고 비판한다. 자유주의 이후 신학자들은 자유주의 신학의 핵심인 성경 비평이 교회 안에서 성경의 의미를 과도히 축소시켰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그들은 비평학자들이나 양식비평학자들이 심혈을 기울여 찾고자 애쓰는 사실들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두지 않고 교회는 설교나 가르침을 통해 성경 이야기를 전할 때 정경적 형태의 성경 이야기를 더 중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러한 자유주의 이후의 신학 흐름도 엄밀한 의미에서 자유주의를 비판했던 ‘보수적인 흐름’의 논거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자유주의 이후 신학자들의 주장이 성경이 무오하다는 사실에 전제하지 않고 스스로 성경의 오류를 인정하면서 거기에 근거한 정경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자기모순을 보인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자유주의 이후의 신학 또한 실제적인 차원에서 자유주의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고 냉정히 평가한다. 이렇듯 저자는 자유주의 신학자들이나 바르트, 그리고 자유주의 이후 신학자들 모두 성경 이야기를 실제 역사와 다른 내용으로 받아드리면서 성경에 대한 자율적인 역사 및 비평에 온전한 자유를 부여하려 애쓰는 태도를 보였다며 강력히 비판한다. 이처럼 본서는 노골적으로 자유주의 신학에 대한 철학적 신학적 비판을 기조로 삼아 전개된다. 따라서 이 책은 읽는 이의 신학적 입장에 따라 불편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저자의 분석과 주장은 학문적으로나 논리적으로 탁월하다.

‘보수적인 흐름’의 자유주의 신학이 가진 함의를 밝혀 비판하는 작업에 있어 존 프레임의 40여 년의 내공과 풍부한 철학적 신학적 지식에 기초한 변증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깊은 철학적 이해 속에서 신학적 전제를 밝혀가면서 학문적으로 기독교적 논리를 변증하는 데에는 풍성함이 넘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반틸에 대해 예전보다 더 폭넓고 확실한 이해를 가지게 되었다. 존 프레임을 통해 반틸의 변증적 시각, 즉 전제주의 철학과 그에 영향을 받는 신학적 관점의 형성에 대해 더 깊은 이해와 분별을 하게 되었다. 철학과 신학이 어떤 전제적 흐름을 가지고 철학사와 신학사의 상호 관계 속에서 발전해 왔는지를 자세히 살펴보며 명확히 이해하게 되었다. 세속 철학자들이 전제한 그들의 특정 세계관을 분별할 수 있는 관점을 갖추는 일은 목회자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저자는 철학에 대해 세계관을 확립하고 옹호하려는 훈련된 시도라고 정의한다. 나는 그리스도인들이 성경에 근거한 세계관을 가져야 한다는 그의 주장에 적극 동의한다. 분명 철학은 삶의 모든 영역에 작용하는 세계관과 관련이 있다. 저자는 비기독교적 전제들이 서양 철학에 주된 영향을 미쳤고, 그 역사가 어떻게 기독교 신학의 흐름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정확히 분석하고 있다. 그래서 이러한 흐름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철학을 철저히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시 말해 철학을 공부하면, 복음을 대적하는 막강한 비기독교적 사상의 실체를 알게 될 뿐 아니라 복음을 전하는 데 크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최근 팀 켈러 목사의 복음에 대한 변증적 설교와 저술이 복음주의 목회자들에게 큰 이슈가 되고 있다. 복음에 대한 그의 변증은 철학 분야에서도 인상적이다. 그처럼 울림이 있는 기독교 변증적 설교와 저술은 세속 철학에 대한 깊은 이해와 거기에 전제된 세계관을 명확히 이해하고 분석할 뿐 아니라 우리의 복음이 가지는 기독교 세계관과 철학에 대한 적실한 이해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세속 철학과 그 전제에 대한 이해와 연구는 다른 목회자들에게도 필요하다. 그리고 복음의 토대 위에서 기독교 철학 본연의 전제를 이해하고 변증해 내는 실력이 그들에게 요구된다. 이러한 실력은 빨리 읽고 비평하기보다는 목회자의 전 생애에 걸쳐 긴 호흡으로 학문하는 자세에서 천천히 길러진다고 생각한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그와 같은 실력이 바탕이 된다면, 팀 켈러 목사의 경우처럼 복음의 풍성함을 실제적이고도 분명하게 풀어내며 영향력을 끼치는 기독교적 변증의 숙성된 결과물을 우리도 펼쳐 내리라고 믿는다.

그런 목적에서 이 책은 철학과 신학의 오랜 관계에 대해 탐구하며 학문할 때 그 방향성과 구체적인 방법론을 얻을 수 있는 유익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존 프레임은 각 장마다 핵심용어 정리를 통해 우리가 중점적으로 이해해야 할 개념을 짚어 준다. 더 나아가 독자 스스로 철학과 신학에 대한 심화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핵심 질문을 정리하여 제시함으로써 학자적 수준의 질문을 통해 철학과 신학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유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자신의 해석에 대한 1차 자료의 출처와 참고문헌 및 온라인 자료의 출처까지 풍부하면서도 자세히 제공해 줌으로써 좀 더 깊이 있는 학습 단계로 나아 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는 저자의 학자적 배려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특히 부록편 20개의 소논문과 논평은 저자의 학문적 소양의 넓이와 깊이를 가늠하게 해 주는 자료인 만큼 꼼꼼히 읽어 보면 좋겠다.

이 책은 보수주의 신앙의 관점에서 철학과 신학의 기초와 골격을 세우고 그에 풍부한 학문적 살을 덧붙여 가려는 장기적 안목을 가진 사람들에게 매우 유익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나는 이 책을 신학생과 끊임없는 학습이 필요한 목회자 모두에게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복음에 대한 기독교 변증의 영역에서 철학과 신학의 관계를 이해하기 원하는 사람들, 특히 평생 학습의 계획을 가지고 긴 호흡으로 철학과 신학의 1차 자료들을 섭렵하면서 더욱 깊이 있는 접근을 해 나가려는 자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바로미터가 되리라고 확신한다. 이 책을 정독하며 저자가 제시하는 방향대로 천천히 착실하게 공부한다면, 철학과 신학의 흐름에 대한 이론의 기초를 탄탄하게 갖출 수 있을 뿐 아니라 복음에 대한 변증적 토대를 확보하는 데 반틸과 존 프레임의 기독교 변증적 논거를 적용할 수 있는 학문적 지혜를 얻으리라고 확신한다. 이에 목회자로 평생 공부할 책 우선순위에 존 프레임의 이 책을 두라고 강력히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