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만난 교리

예스러운 교리, 문화의 옷 입고 가장 힙하게!

저자명 서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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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고상섭 목사(그 사랑교회) /  출판사 생명의말씀사 / 작성일 2022-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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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리를 오늘날의 젊은이들에게 좀 더 쉽게 전달할 수 없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 서창희 목사의 <일상에서 만난 교리>는 구원의 서정이라는 신학적인 주제를 일상의 언어로 재해석하여 설명하고 적용시켜준다. 또 장황하게 설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짧은 문장 속에 구원의 서정에 대한 풍성함을 담아내는 탁월한 글쓰기 내공을 보여주어, 쉽게 누구라도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가장 예스러운 교리가 문화의 옷을 입고 가장 힙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서론에서 저자는 믿지 않는 친구들과 술집에서 대화를 하던 중에 교리적 접근을 통해 전도하는 사례를 소개한다. 딱딱한 교리가 믿지 않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파고들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지만 한편으로 이제까지 교리를 통해 전도하는 접근법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해준다. 기독교의 교리는 딱딱하고 어려운 신학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 일상의 변화를 주는 가장 귀한 선물임을 알려준다. 


이 책은 다른 교리책들과 몇 가지 차별점이 있다. 첫째로는 교리를 설명하는 방식이다. 저자는 젊은이들의 눈높이에 맞도록 쉬운 예를 통해 교리의 정의를 설명한다. ‘부르심’을 설명할 때는 가수 유희열씨가 어린 시절 아이들과 놀다가 저녁이 되면 엄마가 부르는 사람들 순서대로 집으로 돌아갔는데, 불러주는 사람이 없어 혼자 밤늦도록 놀았다는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속에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칭의’를 설명할 때는 개그맨 양세형씨가 고등학생의 신분으로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었던 이유가 근로 계약서가 아닌 전속 계약서를 썼기 때문이라는 기사를 통해서 법적계약이 주는 신분의 변화에 대해 설명한다. 또 ‘믿음’을 설명할 때는 박완서 작가의 글을 통해 결혼을 경험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결혼에 대해 좀 더 깊은 이해가 있는 것처럼 믿음이란 하나님과 사연을 쌓아가는 과정임을 알려준다. 


교리에 대해 사람들이 생각하는 다양한 오해들도 쉬운 설명을 통해 교정해준다. 성도의 견인의 교리를 잘못이해하면 “아무리 죄를 지어도 하나님께서 돌아오게 하실 것인데 지금 마음대로 살아도 되는 것 아닌가? 아무리 실패해도 천국가게 해주실 것이니, 이 땅에서는 다른 곳에 관심을 좀 가져도 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사람들의 오해를 결혼식을 준비하는 신랑과 신부의 이야기로 설명한다. 


결혼식 날짜가 잡히면 살을 빼고, 헤어 관리를 받고, 다이어트를 한다. 왜 그럴까? 어차피 결혼은 이루어지니까 마음대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중요한 일, 가장 귀한 일, 내 인생을 결정짓는 일을 앞두고 있는 사람은 결코 방탕할 수 없다.” 


이 책의 두 번째 차별점은 교리를 설명하는 변증적 방식이다. 흔히 사람들은 ‘부르심’을 생각할 때 하나님이 부르신 사람들이 구원을 얻는다고 하면, 인간의 노력에 대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저자는 효력있는 부르심이 왜 효력있는 열정을 이끌어 내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사람들이 잘못 생각할 만한 요소들을 하나 둘씩 설명하면서 사람들의 생각의 모순을 드러내고, 교리의 결론이 가장 인간을 행복하게 한다는 사실을 증명해 간다. 


‘회개’를 설명할 때도 회개하면 용서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용서를 먼저 경험한 사람들만이 회개할 수 있다는 단순하면서도 명확한 설명을 통해, 교리가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고리타분한 것이라는 생각을 깨트려준다. 회개하기 전에, 인간의 행동이 있기 전에 하나님의 사랑이 있다는 교리는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진 모든 사람들 안에 있는 무조건적 용납과 사랑의 원천이다. 어쩌면 우리는 그 사랑을 갈망하면서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성공과 돈과 명예를 쫓아 살아가지만 결국 우리의 결핍을 메울 수 있는 것은 가장 단순한 교리적 진실이다. 


헬라인은 지혜를 찾고 유대인은 표적을 추구하지만 그들은 그 궁극적인 의미를 찾을 수 없다. 진정한 지혜와 표적은 오직 그리스도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울은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능력이요 하나님의 지혜니라”(고전 1:24)라고 말한다. ‘칭의’를 설명할 때도 “과거를 복구하는데 인생을 쓰지 않아도 된다.”라는 간결한 문장을 통해 죄책감으로부터 자유하게 해주고, 과거의 무엇을 통해 오늘의 삶을 발목잡고 있었던 족쇄들로부터 해방을 선언해준다. 


‘견인’을 설명할 때도 <뷰티풀 보이>라는 소설에 등장하는 마약에 중독된 아들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심정을 통해, 우리의 연약함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우리를 지키시고 사랑하시는 영원한 사랑의 그림자를 드러낸다. 저자는 단순히 조직신학 책에서 배웠던 정의를 살아서 움직이는 일상의 현상을 통해 설명하기 때문에 이해하기 쉬울 뿐 아니라 성경적 교리가 일상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셋째 차별점은 교리의 적용이다. 교리를 단순히 정의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신학적 비전으로 바꾸어 주기 때문에 다양한 상황에서 적용 가능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해 준다. 팀 켈러는 기독교 전통적 교리와 목회 현장 사이에 신학적 비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늘날 교리교육은 아쉽게도 전통적 교리로서 교리교육 또는 현장에 접목할 수 있는 적용중심의 교육만 있었다. 이 책은 우리가 잃어버렸던 교리의 신학적 비전을 통해 바르게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회사에서 탁월한 사람들 속에서 열등감을 느낄 때 저자는 ‘부르심’이라는 교리를 통해 회사에 하나님이 보내신 사명이 있음을 확인했다. 또 ‘성도의 견인’을 묵상하면서 나의 능력과 재능이 아니라 하나님이 나를 통해 반드시 일하신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가정에 문제가 있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하나님의 부르심을 기억할 때 우리는 힘든 가정 속에서도 소명가운데 살 수 있다. 자신의 성공으로 교만해질 때도 ‘믿음’의 교리는 우리를 겸손하게 한다. 왜냐하면 모든 것이 다 하나님의 은혜의 결과이지 행위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 책이지만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구원의 서정을 하나님의 사랑이라는 관점으로 이해시키기 때문에 따뜻한 하나님의 러브레터를 읽는 것처럼 포근하고 은혜롭게 다가오지만, 대신 인간의 죄에 대한 심각성을 강조하지 않은 느낌이 든다. ‘회개’도 용서 이후의 기도라는 관점은 성경적이지만, 오늘 일어나는 죄의 심각성을 동시에 다루어주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니면 ‘성화’의 교리에서 ‘죄의 오염’을 씻는 과정도 하나님의 사랑이라는 관점을 설명하고 나서, 죄의 오염에서 벗어나기 위한 과정에 대한 기술이 좀 더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아마도, 책의 분량이 짧고 핵심만 정리했기 때문에 더 많은 내용을 다루리가 어려웠을 것 같다. 저자의 다음 책에서 ‘죄와 성화의 관계’를 좀 더 다루어주시리라 믿는다. 


교리는 딱딱한 지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삶을 변화시키고 일상에 침투하여 오늘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 저자는 칭의와 성화가 분리되어 있는 현실 속에서 왜 칭의가 성화와 연결될 수 있는지, 또 거룩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동기로 인간의 행위가 아닌 하나님의 은혜가 우선시되어야 함을 잘 설명해준다. 


구원의 서정이라는 주제가 신학교 조직신학의 주제가 아니라 오늘 일상에서 적용 가능한 설교의 주제임을 깨닫게 해주고, 교리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에 대한 모델을 보여주는 책이다. 이렇게 교리를 설교한다면, 누구라도 쉽고 재미있게 교리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짧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깊이 있는 책이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쓰신 조현삼 목사님 (광염교회)는 이렇게 표현했다. “이 책을 읽으며 감탄에 감탄을 했습니다. ‘회개 속에는 나의 속죄가 없다’ 이 대목에서 저는 숨이 막혔습니다. … 이 한 문장만으로도 이 책은 그 값을 충분히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