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가정에서 시작하다

교회, 가정‘에서도’ 시작할 수 있다

저자명 래드 지데로

페이지 정보

작성자 by 김병완 목사(우리가꿈꾸는교회) /  작성일 2021-10-31

본문

10월, 찬 바람 부는 가을, <교회, 가정에서 시작하다>라는 제목이 끌렸다. 4년 전 이맘 때, 교회를 개척한다고 빈 손으로 나와 어쩔 수 없이 가정에서부터 교회를 개척했었기 때문이다. 예배를 드리는 형식도, 교회의 규모와 장소도 변화가 조금 있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비슷한 마음 한 가지는 ‘주어진 환경’내에서 하나님을 전심으로 예배하자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반가운 제목의 신간이 나왔다. 찬 바람 부는 10월 많은 사역자들이 교회를 나와 새로운 고민을 해야할 때인데, 좋은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결론을 먼저 말씀 드리면 이 책은 그런 의미와는 조금 다른 맥락의 책이다. 나는 교회를 ‘가정에서부터’ 시작해서 얼마든지 세워갈 수 있다는 류의 이야기일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가정교회론’의 우수성에 대한 안내서에 가깝다. 원 제목으로 살펴보니 “The Global House Church Movement”(세계 가정교회 운동)이다. 아뿔사, 정말 그러했다.


물론 이 책의 장점이 있다. 


1세기 교회와 관련된 이야기는 아무리 듣고 배워도 모자르다. 대부분 초기 기독교와 관련된 저작들의 살펴보면, 한 권의 책으로 끝날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금새 느낀다. 다양한 책들을 통해서 초기 기독교의 단층들을 쌓아가다보면 우리는 보다 입체적으로 교회의 원형이었던 초기 공동체를 살펴볼 수 있고 그들에게서 오늘 우리가 배워야할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여러 인사이트를 준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갖추고 있던 교회의 형태, 장소, 구성, 지도력, 연합, 성장의 동력을 살피면서, 동시에 오늘 날까지 연결되는 가정교회의 역사를 훑어내며 단순히 초기 공동체의 특성이 그 시대에만 한정된 것이 아님을 이야기 한다.


하지만 단점이 있다. 


무구한 교회의 역사가 배제되고 있다. 저자의 전제가 ‘가정교회가 교회의 본질’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오늘 날에도 모든 교회가 ‘가정교회’의 형태를 취해야할 것을 직간접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전통적인 교회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마음이 여럿 불편한 지점들이 발생한다. 


예를 들면, 대표적인 그의 진술의 배경이 되는 1세기 교회가 가정교회로 모인 이유가 박해를 피해 비밀리에 모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정설을 가설로 취급하고, 그들의 신학이 교회를 가정으로 보았기 때문이라는 지점 등이다. 뿐만 아니라 초기 공동체의 지도자들이 단순히 그 교회의 ‘연장자’들이었다는 시각도 과한 해석이다. 그는 2-30명의 작은 공동체 속 연장자들은 자발적으로 공동체를 관리한 것이기 때문에 보수를 받을 필요가 없었으며, 평신도들과 마찬가지로 재정적 지원이 필요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바울은 교회를 위해 일하는 사람을 위한 보수를 이야기하고 있으며(딤전 5:18), 그렇게 말하는 자신이 스스로 일했던 것은 ‘한시적’이었으면서 동시에,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함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통적인 교회의 형태가 아닌 ‘가정’만을 교회의 원형으로 보는 저자의 시각은 1세기 교회론에 배경지식이 없는 분들께는 혼란을 초래한다.


그렇다면 저자는 왜 이런 책을 썼는가? 


저자 래드 지데로는 그가 자라난 배경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기독교 가정에서 자라났지만, 모호한 신앙관을 갖고 있었다. 15살 여동생이 학교에서 가져온 포켓성경을 읽으며 하나님을 따를 것을 결심했지만, 이후 몇년 동안 여러가지 사정으로 한 번도 복음적인 교회를 출석하지 못했다. 고등학교를 다니며 친구들과 소그룹 성경공부를 경험한 뒤 대학교에 가서는 네비게이토 선교단체 모임에 참석하게 된다. 이것이 그가 자라난 교회 경험의 기초다. 유구한 교회의 역사와 전통, 예전과는 다소 먼 신앙생활이 베이스가 있다는 점에서 그가 성인이 되고 나서 경험하게 된 전통교회의 양식은 그에게 많은 물음표를 던져주었을 것이다. 그것은 그에게 생소하고 낯선 것일 수 밖에 없다.


나의 결론은 이렇다.


무구한 2천 년의 역사 속에 교회는 자라났다. 교회는 신앙고백이 있는 사람들의 모임이기에, 교회는 얼마든지 ‘가정에서부터’ 출발할 수 있다. 공간이 곧 교회는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나, 교회는 ‘상황’에 맞춰 자라나야 하며, 그 결과는 지역에 뿌리를 내리는 형태가 되는 것이다. 가정에서 거듭 가정으로 배가 운동을 하는 것은 특수한 하나의 모델이지 모든 교회가 되돌아가야할 교회론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책이 조금 아쉬웠다. 현장성에 있어서는 닐 콜의 <오가닉처치(가나북스)>만 못했고, 학문성에 있어서는 로드니 스타크의 <기독교의 발흥(좋은 씨앗)>이나, 알렌 크라이더의 <회심의 변질(대장간)>만 못했다. 만약 이 시기, 교회를 개척하는 분들이라면 오히려 로버트 뱅크스의 <1세기 시리즈(IVP)> 3권을 읽어볼 것을 추천드린다. 아무 것도 없이 교회를 개척해야할 때, 무엇을 본질로서 집중해야할지 주는 여러 인사이트가 있다. 


이 책은 오히려 초기 기독교 공동체에 관해서 여러 책을 읽으신 분들이 읽을 때 더욱 유익할 것으로 보인다. 


다가오는 11월, 새로운 교회들이 곳곳에서 여러 모습으로 출발할 것이다. 규모와 장소에 상관없이 ‘주어진 환경’ 에서 하나님을 전심으로 예배해간다면, 교회는 목자되신 하나님께서 세워가실거라고 믿음으로 고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