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데 쓴 시간들

저자명 오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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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책구름 / 작성일 2021-06-17

본문

엄마 이력 13년 차, 4형제 엄마가 쓴 육아일기다. 출생률 제로의 시대에 그것도 ‘아들만’ 넷이냐는 세간의 반응의 상처부터, 서툴고 조바심 났던 첫아이 육아 시절을 지나 “진정한 모성은 늘 반성 되고 수정되어야함”을 기꺼이 껴안기까지. 포클레인(공사장)과, 놀이터, 숲, 책으로 뒤섞인 좌충우돌의 날들이 저자의 따뜻하고 위트 있는 시선과 함께 유쾌한 문장으로 되살아난다.


읽고 쓰기를 즐기며 ‘4형제 역사의 기록자’를 자처하나, ‘4형제의 엄마’란 본질 자체가 기록자로서 의무를 다하기 어렵게 한다. 아이들을 재우다가 함께 잠들어버리는 아날로그 시절을 지나, 스마트 폰을 사용하면서부터 수시로 메모장 앱에 순간 포착한 일상을 기록할 수 있게 되었어도 “육아일기의 주인공들을 피해 화장실로, 베란다 세탁기로 숨어들어야 하는 아이러니”를 마주하다 보면 스토리의 결론이 바뀌고 글은 전체의 일부분과 조각으로 남겨지고 말았다.


“완벽하게 존재할 때만을 기다리면서 지금을 무기력하게 지나친다면 육아의 날들을 밝혀주던 보석 같은 순간들은 까만 밤에 삼켜지고 말겠지.”(엄마의 글쓰기, 149쪽) 아기의 아름다움에 도달하기는 늘 실패를 담보하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이야기의 조각을 모아가는 일의 아름다움은 비단 육아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닐 터. 늘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저자 덕분에 어디론가 흩어져 버린 것만 같았던 우리들의 하루하루도 실은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사랑하는 데 쓴 시간들》이 독자 여러분의 밤과 새벽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주는 ‘엄마의 등’ 같은 책이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