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셉과 함께하는 인생 여행

옷과 구덩이

저자명 정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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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김돈영 목사(BASE성경교육원 대표) /  작성일 2021-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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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올 때면 생각나는 모습이 있다. 검게 그을린 얼굴과 답답하다고 느껴질 만큼 쇳소리를 내는 쉰 목소리다. 학생이었던 그 시절, 뜨거운 햇살보다 더 뜨거운 여름 수련회를 보냈다는 증거와도 같을 것이다.


언젠가 수련회의 주제가 ‘고난과 인내’였다. 그런데 강사로 오신 분이 3일간 요셉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우리는 보통 ‘꿈’ 하면 ‘요셉’을 떠올릴 정도로 요셉의 꿈 이야기에 집중한다. 그런데 그의 꿈이 아닌 그의 삶과 내면을 다루었다. 미움을 받은 어린 시절과 노예 생활, 억울한 감옥살이 그리고 형들에 대한 기억 등 ‘요셉’ 하면 꿈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꿈에 집중하느라 살피지 못했던 부분이라 더 새롭게 들렸다. 생각해보면 요셉의 삶을 차근차근 살펴본 것도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옷과 구덩이’를 펼치면서 학생 시절의 수련회가 떠올랐다. 처음으로 요셉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었던 시간 말이다. 저자 ‘정명호’ 목사는 요셉의 인생을 차근차근 풀어놓고 있다. 마치 처음으로 예배당을 찾아온 사람과 동행하며 구석구석을 소개하고 설명하듯이 친절한 언어로 써 내려갔다. 문장 하나 단어 하나에도 성경의 의미를 벗어나지 않으려는 저자의 마음이 묻어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자리는 헤쳐나갈 길이 보이지 않는 구덩이 같을 때가 많습니다. 사방이 막힌 그곳에서 넋 놓고 하늘만 바라보거나 나도 모르는 한숨만 나올 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살아내어야 합니다”(6쪽)


요셉은 빠진 구덩이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력한 상태에 있다. 시간과 장소는 다르겠지만 오늘을 사는 우리 모습도 요셉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저 하늘을 보며 한숨만 쉬는 무능력하고 무기력한 상태, 저자의 말처럼 그래도 살아내어야 하는 것이 삶일 것이다. 저자는 구덩이라는 이미지를 사용하여 우리 삶의 어려움과 닥쳐오는 시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요셉이 경험하는 구덩이가 곧 우리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또한 하나님이 주신 꿈을 비롯하여 아버지의 사랑과 자기 내면의 모습 등 어려운 상황에도 그를 붙들고 있고, 그가 붙들고 있는 것을 옷으로 표현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옷을 입듯이 우리는 무언가를 의지하고 있고, 무언가를 믿고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너무도 쉽고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요셉은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보다는 ‘나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하나님 앞에 바른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 살아갑니다.”(77쪽)


사랑받는 아들에서 노예로 팔려갔고, 노예로서 충실하게 일을 했지만 결국 억울하게 감옥에 들어가는 신세가 되었다. 모양은 다르겠지만 누구나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신실한 그리스도인으로 말씀을 따라 살고, 믿음을 지키는 삶을 살기 위해 애쓰지만, 생각하지도 않고 의도하지도 않은 곳에 떨어져 버린 것 같은 상황을 만나는 것 말이다. 그때 우리는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하나님을 신뢰하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사는 것이 하나님 앞에서 바른 것인가’를 끊임없이 외치고, 살피는 믿음이 필요한 것이다. 어쩌면 이러한 외침은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더 필요한 외침이 아닐까 싶다. 더 복잡하고, 더 어지러운 세상에서 믿음마저 혼탁하게 만드는 세상에 사는 우리에게 말이다. 언제나 외치고 중심을 잡아야 하는 질문일 것이다.


“어려움 속에서는 멀리 돌고 도는 헛고생을 하는 것 같겠지만, 하나님의 손에 붙들린 사람은 하나님의 계획과 인도 아래 직선의 길을 걷고 있음을 명심합시다.”(103쪽)


하나님은 미래를 아시지만, 우리는 현재만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우리가 어디쯤 가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실망하고 낙심하는 이유, 좌절하고 포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버스 정류장의 전광판처럼 버스가 어디쯤 오고 있는지 알면 그 시간을 인내할 수 있을 텐데, 우리의 삶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아도 우리가 인내하고 소망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은 신실하신 분이고, 변하지 않는 분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하나님의 손에 이끌리어 그 계획 가운데 사는 우리가 결코 놓치면 안 되는 진리이다. 구덩이 안에 있더라도 평안할 수 있는 모습, 기다릴 수 있는 인내와 소망이 여기에 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우리가 입고 있는 옷은 나의 배만 채우라고 주어진 자리가 아닙니다. 내 옷자락이 덮이는 영역까지는 내가 책임지고 살려내도록 섬기라고 입혀지신 것입니다.”(111쪽)


요셉의 삶을 통해서 읽어야 하는 것은 구덩이와 같은 고난을 이기고 마침내 꿈이 성취되었다는 것에 있지 않다. 그 꿈을 주시고 성취하게 하신 하나님을 발견하는 데 있다. 하나님의 뜻을 아는 것에 있는 것이다.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진정한 의미를 깨닫지 못한다면 요셉의 이야기는 한낱 자기계발서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요셉을 통하여 큰 민족을 이루게 하시고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뜻, 하나님의 약속을 읽어야만 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알아야 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우리가 있는 그 자리를 주신 하나님의 뜻을 분명하게 알고, 그 뜻에 합당한 삶을 살도록 힘쓰는 데까지 가는 것이 올바른 그리스도인의 모습임을 말하고 있다.


‘옷과 구덩이’는 창세기의 요셉 이야기를 전체를 다룬다. 주석 책에 있는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서도, 원래의 의미가 분명하게 드러나도록 설명하여 누구라도 성경을 바르게 보고 가까이 갈 수 있도록 안내한다. 그뿐만 아니라 각 장의 뒤에는 짧은 기도문을 넣어서 말씀을 읽고 기도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자녀를 기르는 부모로서, 가르치고 양육하는 목회자로서의 따뜻한 마음을 시종일관 발견할 수 있다. ‘옷과 구덩이’를 통하여서 단편적인 요셉의 이야기가 아닌 요셉의 삶을 살펴보며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성경의 말씀에 나를 비춰보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