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기의 구조와 의미에 관한 서사 분석

내러티브로 읽는 사사기

저자명 박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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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고훈 목사(진리샘교회) /  작성일 2018-12-31

본문

내용과 특징 


본서는 저자의 박사학위 논문을 중심으로 학교 강단에서 강의를 하면서 덧붙여진 실제적인 내용들을 연구하여 단행본으로 엮은 것이다. 어쩌면 강의를 통하여 얻은 피드백과 자신의 깊이 있는 통찰을 첨부하며 발전시켰기에 단순히 덧붙였다는 말은 어폐가 있겠다. 저자는 본서에서 사사기를 보는 방법으로서 ‘내러티브 방식’을 사용하였다. 성경에 나타난 인물은 어떤 특징과 역할이 있는지를 밝히고, 이야기의 플릇, 즉 발단, 전개, 절정, 결말 구조를 다루고 있으며, 이야기의 배경과 사건의 개요 등을 펼쳐내고 있다. 또한 이 내러티브 안에는 성경의 저자가 드러내기 위한 문학적인 장치들, 즉 문학적인 기법들이 사용되고 있음을 밝힌다. 


저자는 사사기를 읽을 때 주의할 점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는데, 곧 “그때에 이스라엘에 왕이 없었으므로”라고 사사기의 화자가 평가한 부분은 중심을 읽고 이리저리 흔들리던 사사 시대의 영적이고 사회적인 분위기를 잘 반영해주는 동시에 인간 왕의 필요성을 지적함으로써 이스라엘 역사가 왕정으로 나아가는 배경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사사기의 화자는 이스라엘의 진정한 왕이신 하나님을 왕으로 여기지 않는 이스라엘 백성에 대해 비판을 가하면서도, 실제적이고 실용적인 측면에서 정치제도가 개선되어야 함을 지적한다고 덧붙인다(22). 저자는 이 부분에서 사사기의 시대적 문제는 단순히 왕이 없어서 혼란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드러나게 많이 활동하신 시대였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하나님이 계시지 않는 것처럼 여기고 하나님을 진정한 왕으로 섬기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러한 불신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향한 하나님의 끈질긴 사랑이 사사기에 면면히 흐르고 있음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언급한다.


저자가 들어가는 말에서 밝히고 있는 책의 네 가지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사사기를 해석하는 방법론으로 내러티브 분석을 사용했다. 둘째, 여성 등장인물에 대한 관심을 표현했다. 사사기에는 많은 여성이 등장하며 그 안에는 그동안 한국 교회가 제대로 주목하지 않은 영웅들도 있다는 것이다. 셋째, 하나님에 대한 관심을 추구했다. 사사 시대만큼 하나님이 역동적인 방법으로 다양하게 이스라엘 역사 속에 개입하신 시대도 드물다. 따라서 이 책은 각 사사의 이야기 속에서 하나님이 어떤 일을 무슨 이유에서 하셨으며, 하나님이 궁극적으로 이스라엘과 어떤 관계를 맺기 원하셨는지를 끈기 있게 추적한다. 넷째, 사랑과 정의의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피력했다. 사사기는 하나님의 사랑과 정의가 무너질 때, 하나님의 백성이 하나님의 이름을 빙자하여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이런 관점을 유지하며 적용점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11-12). 


저자는 이러한 맥락에서 내용을 전개하는데, 먼저 사사기의 개념과 연대기적 문제, 그리고 사사기의 정치제도와 문학적 구조를 설명한 후 사사기의 신학에 대한 설명으로 서론부를 정리한다. 전체적인 책의 구조는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먼저 1부에서 프롤로그로서의 사사기 1장과 2장을 다루었으며, 2부에서는 사사들의 이야기를 중심인물별로 전개한다. 마지막 3부는 에필로그로서 사사기 17장에서 21장까지의 미가 이야기와 이스라엘과 베냐민 지파의 전쟁에 대하여 언급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저자는 사사기를 단순한 영웅적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로 보지 않고, 오히려 주변 인물들에 관심을 주며 특히 여성들(악사, 야엘, 드보라, 입다의 딸, 레위 첩, 납치 당한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로 풀어낸다. 이것은 저자가 여성의 역할과 관계를 중요한 요고로 인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사사기에서 바라보는 여성들은 그 시대의 관점을 보여주며 특히 여성들이 가진 지위나 배경과 깊은 연관성이 있음을 밝힌다. 여성을 대하는 태도가 그 시대의 도덕적이고, 사회적이며, 영적인 상태를 드러내는 바로미터였음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본문에서 저자는 사사기에 등장한 여성들을 통해서 여성 차별 문제를 풀어 가는데, 특히 사사기 19장의 레위인 첩 사건은 여성의 위치가 얼마나 불평등하고 비인간적이었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이에 대해 기브아에 들어간 레위인을 적대하는 그 땅 불량배들의 요구에 제일 먼저 약자로 드러난 사람이 함께 갔던 하인이나 집주인이었던 노인도 아닌 오히려 여자이면서도 첩이었던 한 여인이었다는 사실을 예로 들고 있다. 여기서 죽음으로 내몰린 여성은 사람으로 대우받지 못하고 남성을 위해서 얼마든지 희생당하는 존재였다는 것이다. 이것은 하나님을 왕으로 여기지 않는 사람들이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한 가지 사례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그러나 이러한 하나님 상실의 현상에도 불구하고 사사 시대가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는, 끊임없이 사사들을 세우셔서 이스라엘을 돌보시고 징계하시며 자신에게 돌아오도록 이끄시는 하나님의 열심 때문이었고, 또한 악조건 속에서도 하나님의 부르심에 부응해 사역을 이루어간 사사들 때문이었음을 강조한다(329페이지). 그리고 단순히 사사 시대에 인간 왕이 없었다는 사실이 문제가 아니라 이스라엘의 진정한 왕이신 하나님을 제대로 섬기지 않고 그분의 말씀을 기준으로 삼아 살아가지 않았던 현실과 그 하나님을 무시하면서 자기 생각을 하나님의 뜻으로 착각하며 마음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신랄하게 비판한다(377).

 

저자가 사사기를 보는 관점은 단순히 한 여성 신학자의 관점이라기보다는 좀 더 차별화된 관점과 더 깊은 의미의 성경해석학을 동반한 연구라는 점에 가치를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저자는 사사기를 해석하는 부분에 있어 여성만을 특별한 존재로 부각한다거나 여성의 우월적 위치를 언급하지 않는다. 단지 남성 중심적이고 가부장적인 해석과는 다른 해석의 관점이 있고, 그 관점이 더 타당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본서의 또 다른 특징으로서, 저자는 사사기를 해석할 때 원어의 의미를 면밀히 탐구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사사기는 내러티브 형식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접근성이 있지만, 논란이 될 만한 부분이나 난해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원어의 의미를 반드시 언급하고 그에 관한 철저한 해석을 첨부하고 있다. 이러한 해석들은 저자의 주장에 힘을 실어 주고 있으며, 특히 성경을 보는 폭넓은 시야를 열어 준다.


저자는 책을 마무리하면서 “과연 우리 시대가 사사 시대보다 더 나은가?”라는 화두를 던진다. 자신과 우리 교회와 우리 사회가 과연 하나님을 왕으로 모시고 경외하면서 그분의 말씀에 따라 살고 있는지, 아니면 각자 자기 소견대로 살고 있는지 깊이 돌아보아야 할 것이라고 역설한다(377).


한국적인 토양에서 신학의 꽃이 피어나기를


본서를 덮으면서 느끼는 소회는 사사기를 이해하는 또 다른 관점을 소개 받아 신선했다는 것과 서사로 이루어진 전개 방식을 통하여 성경 주해만을 나열하거나 단순 설교집 같은 분위기만 자아내는 기존 방식을 탈피한 방향으로 독자들에게 접근하는 형식과 내용이 좋았다는 것이다.


본서를 통하여 한 가지 작은 바람이 생겼다면, 한국에서 이러한 독창적 이론을 정립한 신선한 학자들이 많이 일어나기를 기대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러한 신진 학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소양을 넓힐 수 있는 무대가 더 많이 주어지기를 원한다. 또한 외국의 신학적 연구 결과물을 전달하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한국적인 목회 현장과 신학적 토양에서 자신의 소신을 피력할 수 있는 학자들이 더 많이 세워져 가기를 진심으로 소망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