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의 낮아짐을 배우라

앤드류 머리의 겸손

저자명 Andrew Mur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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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전재훈 목사(예향교회) /  작성일 2018-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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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머리는 1828년 남아프리카 그라프 라이넛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스코틀랜드에서 남아프리카로 파송된 네덜란드 개혁교회 선교사이고 어머니는 프랑스 위그노 출신으로 독일 루터교 소속이었다. 앤드류 머리의 보편주의적 성향은 이런 부모님의 영향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형이었던 존과 함께 10살 때 스코틀랜드로 유학을 가서 17살(1845)의 나이로 애버딘 대학의 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 시기는 찰스 피니의 2차 대각성 운동이 있던 때이다. 부흥운동의 여파는 스코틀랜드에도 미쳤고, 앤드류 머리는 칼머스(Chalmaers), 켄드리시(Candlish), 맥체인(McCheyne) 그리고 윌리엄 번스(William C. Burns)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는다. 특히 애버딘 대학 동문선배이면서 '위대한 중국 선교의 개척자'로 알려진 윌리엄 번스에게 깊은 감명을 받게 된다. 


앤드류 머리는 네덜란드로 넘어가 위트레흐트 대학교에서 신학공부를 했다. 그가 신학 공부를 하던 시절은 경험론에 대한 반발로 나온 합리주의 혹은 이성론이 유럽을 휩쓸던 때였다. 합리주의는 신앙주의에도 냉소적이었는데, 그는 이런 합리주의에 대항하는 모임에 가담하여 활동하기도 했다. 1848년, 20살이던 앤드류 머리가 헤이그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고 두 형제는 남아프리카로 돌아오게 된다. 


앤드류 머리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불룸폰테인, 우스터, 케이프타운, 웰링턴에서 교회를 담임하였고, 남아프리카 부흥운동의 지도자로 활약했다. 케이프타운에 YMCA 지사를 창설했는데, 당시 YMCA는 3차 대각성운동의 기도처 역할을 하던 곳이었다.

 

부흥운동의 중심에 서 있던 그는 종종 다른 선교 단체나 기관과 연합할 때 어려움을 느꼈는데, 이 책에서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여러 교회와 성도들의 모임에서, 여러 선교회와 대표자 모임에서, 여러 협회와 위원회, 심지어는 해외 선교회에서 연합이 얼마나 방해받고 있고, 하나님의 역사가 얼마나 훼방을 받고 있는지 모릅니다. 이는 성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까다로움과 경솔함과 성급함과 자기방어와 자기주장과 날카로운 판단과 친절하지 못한 말로써 다른 사람들을 자신보다 낫게 여기지 않고 있으며 그들의 거룩 속에 성도의 온유함을 거의 찾아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어떤 선교기지의 경우 사랑과 관용의 정신이 슬플 정도로 결여되어 있다"라고 한다. 그리스도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했던 사람들이 왜 형제에 대해서는 자신을 포기하지 못할까? 그에 의하면, "겸손은 첫째가는 덕목"이며 "성령의 은혜와 능력 가운데 가장 좋은 것"임을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앤드류 머리는 19세기 '남아프리카의 성자'이자 '기도와 성령의 사람'이라고 불린다. 그런 그가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만큼의 충분한 부흥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이유를 무엇으로 진단했을까? 그는 이에 대해 바로 '겸손의 부족'이 하나님의 역사를 '방해'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앤드류 머리는 교회가 위기를 맞은 것도 지도자들의 거룩하지 못한 성품 때문으로 여겼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겸손'이라는 화두로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문학을 전공한 사람답게 그의 문체는 탁월하다. 한 때 합리주의에 대항하여 활동하기는 했으나, 그의 책은 매우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며 논리적이다. 경험적인 주장만으로 지식을 추구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성경 전체에 흐르는 중요한 관점을 전혀 놓치지 않은 채, '겸손'을 최고의 가치로 올려놓았다.


그는 겸손을 "예수 그리스도의 전부" 혹은 "겸손이 곧 구원," "천국의 모든 것"과 같이 극단적인 언어로 표현하지만 전혀 억지스럽지 않고, 모두가 동의할 수 있도록 글을 이끌어 간다. 그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그동안 겸손에 대해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었거나, 혹은 전혀 무지했음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


앤드류 머리에 따르면, 겸손으로 이끄는 세 가지 동기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피조물로서의 올바른 자리'이다. '교만'은 마귀가 심은 지옥의 독이요, 이로부터 자신을 구원할 상태가 곧 겸손이다. 앤드류 머리는 겸손이 훈련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님을 탁월하게 논증한다. 교만이 자연스러운 본성인 것처럼 겸손도 자연스러운 본성이 되어야 하는데, 그것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만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즉, 죄를 많이 지음으로 겸손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를 더 많이 누림으로 죄인됨을 고백하여 겸손해지게 된다는 것이다.


앤드류 머리는 겸손이 "믿는 자들에게 중요한 덕목"이자 "은혜가 자라나는 유일한 근원"이고,"예수님과 참된 교제를 위한 필수 요소"라고 여겼다. 따라서 그는 이 책에서 겸손과 관련한 다양한 주제들을 심도있게 다루고 있다. 책의 후반부는 겸손과 거룩, 겸손과 죄, 겸손과 믿음, 겸손과 자기부인, 겸손과 행복, 겸손과 자기 높임에 대해 한 챕터씩 나누어 기록했다.


19세기 남아프리카에서 사역했던 앤드류 머리의 책을 읽으며, 마치 그가 오늘날의 현대 교회를 바라보며 기록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150여 년이 흘러 이미 신앙인들에게 고전이 된 책이지만, 만약 앤드류 머리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는 사람이 이 책을 본다면 틀림없이 그가 현대의 어느 교회에서 사역하는 목회자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만큼 이 책은 오늘날 우리의 현실을 고발하고 있고, 특유의 따뜻한 문체로 위로하고 있으며, 다시 시작할 힘을 주고 있다.


목회자가 '겸손'이라는 주제로 설교하기 어려운 이유는 스스로 겸손하지 못한 탓도 있다. 말씀대로 살지 못하는 설교자라는 '불명예'가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앤드류 머리의 책을 읽고 나면 '겸손'에 대해 담대하게 설교할 힘을 얻게 된다. 더불어, 교인들에 대해서도 소망을 가질 수 있다. 하나님의 일하심을 기대하게 되고, 신앙의 본질에 대해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간 느낌도 받게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책이 꼭 필요한 사람은 하나님이 주시는 복을 '채움'으로만 알았다가 도리어 '채워지지 않음'으로 힘들어하는 이들이다. 앤드류 머리는 겸손을 가장 큰 복으로 말하는데, 이 복은 '빈 그릇'이 되는데 있다는 사실을 탁월하게 논증한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스스로를 하나님의 복에서 먼 자로 여겼는가? 혹은 아직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 때문에 '채움'의 복을 위해 고된 씨름을 하는가? 그렇다면, 이 책은 분명 자유와 해방을 넘어 이미 내 안에 가득 찬 하나님의 은혜를 깨닫게 해 줄 것이다.


앤드류 머리의 '겸손'을 통해 한국교회가 새롭게 빚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