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성경이 펼치는 예언자적 상상력

다시 춤추기 시작할 때까지

저자명 Walter Brueggem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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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김종성 목사(주님의교회) /  작성일 2020-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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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31일 중국은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원인불명의 폐렴이 발병하여 27명이 격리 치료 중이라고 발표하였다. 2020년 1월 30일 중국 전역은 물론 주변 아시아 국가와 북미 등으로 감염세가 확산되자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하였다. 2월 11일 원인불명의 이 Virus를 ‘COVID-19’로 명명하였다. 3월 11일 프랑스·독일·스페인 등 유럽 주요국가와 미국에서도 확진자가 속출되면서 사태가 심각해지자 WHO는 ‘Pandemic(세계적 대유행)’을 선포하였다. 이로 인해 지금 우리의 일상은 고통 속에서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적지 않은 이들의 죽음, 일상의 멈춤과 금지로 인한 고독, 무엇보다도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예배의 비대면이다.


우리에게 진보적 성경학자이자 구약성경 해석의 권위자로 알려진 월터 브루그만(Walter Brueggemann)이 ‘다시 춤추기 시작할 때까지’라는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 책의 원제목은 ‘Virus as Summons to Faith; 신앙을 소환하는 것으로써의 바이러스’이다. 원제목에서 보듯이 그는 이 책에서 Virus로 인해 심각한 위기상황에 처해 있는 신자와 목회자들에게, 이미 구약성경에서 예언된 텍스트를 제시하면서 탐구와 추론 가운데 현재 위기를 기쁨으로 극복해 나가자고 말한다.


이 책은 총 7편의 글들과 그 글들 뒤에 따라오는 저자의 7개 기도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서 기도문이 하는 역할은 각 장의 핵심을 드러내는 것과 불안과 상실, 그리고 슬픔에 처한 독자들을 위로하며 이들이 하나님 앞에서 변화되어가는 새로운 미래를 도전해 가도록 격려하는 것이다.


1. 현실을 바라보는 렌즈


1장에서 저자는 전쟁, 기근, 전염병을 하나님과 연관 지어 해석하는 3가지 방법들을 제시한다. 첫 번째는 언약적 집행방식, 즉 하나님께서 계약에 근거하여 ‘동등 보응’하신다는 해석안이다. 두 번째는 하나님께서 특정한 목적의식을 가지시고 권능을 행하신다는 해석안이다. 마지막으로 하나님께서 어떤 이유나 설명이나 책임도 없이 전적으로 자유롭게 자신의 거룩함을 드러내신다는 해석안이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고 설명할 수 없는 재난을 만났을 때는 이런 해석들에 머물러 있지 말고 상상력을 동원하여‘하나님의 세계 안에 있는 우리 삶에는 그 이상의 것과 그 밖의 것’이 있음과 이것들을 통하여 하나님의 자비와 구원을 바라보라고 제안한다.


2. 교회의 사명


3장에서 저자는 COVID-19로 인해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들을 예레미야 선지자 시대와 견준다. 그것은 비극과 상실, 그리고 불확실성이다. 저자는 린카르트의 찬송시에 반영된 예레미야의 수사법을 통해 현실에서 교회의 사명이 무엇인지를 주장한다. 그것은 하나님의 선하시고 신실하신 결심에 뿌리를 내리고 희망을 품도록 하는 것과 하나님의 영속적 헤세드를 증언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사명들은 비상사태에 따른 교회의 일시적인 사역들이 아니라 진정으로 ‘새로운 정상’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3. 새로운 정상(new neighborly normal)


6장에서 저자는 ‘새로운 정상’의 구체적 실례를 나열한다. 그것은 재소자들을 다른 방식으로 대우하게 되었다는 것이요, 생존하기 위한 자원이 필요한 가난한 이웃들에게 관대하게 지원되고 있다는 것 등이다. 저자는 이것을 가리켜‘하나님이 행하시는 새 일’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사야 43장 18-19절을 통해 우리는 지금 이사야 선지자의 발자취를 따라 새로운 역사적 가능성에 관련된 대담한 상상에 참여하도록 부름을 받고 있다고 알려준다. 이를 위해 저자는 4장에서 교회는 선전과 마술에 벗어난 언약에 근간을 둔 기도를, 5장에서 자신만의 행복을 목적으로 하는 이기적 종교에서 하나님 앞에서 경외와 경탄과 전율을 느끼는 완전히 자유로우며 상상력이 넘치는 종교로의 이동이 시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4. 탄식의 행렬


7장에서 저자는 ‘탄식의 행렬’로 글을 마감한다. ‘탄식의 행렬’이란 새로움을 갈망하고,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희망한다면 실패한 피조 세계를 인정할 뿐 아니라 그에 대해 깊은 탄식과 슬픔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슬픔 없이 하나님으로부터 위로는 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새 창조의 도래는 옛 창조에 대한 극심한 고통의 탄식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외칠 때 하나님께서 주시는 것이라고 말한다.


예상치 못한 ‘COVID-19’로 인해 전 세계는 혼란에 빠져 있다. 신뢰받던 과학, 힘을 자랑하던 정치와 경제는 나약함을 드러냈다. 교회와 신자들도 허둥대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를 위해 사명을 가지고 여러 목회자나 신학자들이 방향을 제시하는 책들을 내놓았다.


하지만 본서가 그들의 것과 다른 것은 구약성경을 통해 현재의 통찰력을 가르쳐 준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에게 구약성경이 과거의 고루한 것이 아니라 현재를 읽어 내는 살아 계신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새삼 상기시켜준다. 그러므로 현상에 지각이 멈춰 단순히 불안, 슬픔, 고통 가운데 서 있을 것이 아니라 구약성경을 통해 현실 문제를 진단하고 시대를 변혁시키는 예언자적 상상력을 가질 것을 강조한다.


또한 저자는 본서에서 자신의 교회론을 잘 드러내고 있다. 그의 교회론은 소비중심주의, 군국주의, 국가주의의 주도적인 세력에 대항할 수 있는 반대 담론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 교회의 사명이라는 것이다. 그는 본서에서 그 담론을 교회가 사회적으로 그리고 정치적으로 이웃과 함께 하는 새로운 정상에 도전하라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