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계명의 개혁된 실천

예배의 날

저자명 Ryan M. Mcgr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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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조장훈 목사(더워드 사역본부장) /  작성일 2019-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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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그저 하나님을 향한 찬송이 좋아 찬양사역자로 사역자의 첫걸음을 내딛은 탓에 예배는 나에게 늘 중요한 주제 중에 하나였다.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예배에 관련된 책들은 웬만하면 어느덧 서재 책꽂이에 보관이 돼 있는 경우가 많다.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단지 예배라는 단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라이언 M. 맥그로우의 ‘예배의 날’도 자연스럽게 시선을 두게 되었고 곧장 나의 손에 들려지게 되었다. 물론, 나의 마음과 생각에 많은 요동이 치게 될 것은 예상하지 못한 채 말이다.


“우리는 주일성수와 관련해 매우 위태로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22)


먼저 이 책은 그동안 ‘주일성수’라는 개념에 대해서 구시대의 산물 정도로 여기는 풍토에 익숙해져 있었던 분들, 특히 보수적인 교단 혹은 보수적인 교회에서 소위 고리타분한(?) 어른들 틈에서 지나치게 율법주의적인 예배 교육을 받으며 자라다가 이제는 좀 자유롭게 본질만 추구해야 한다고 스스로 방향을 바꾸신 분들에게, 나도 그런 사람 중에 한 명이지만, 어쩌면 그런 분들이 읽는다면 불편한 마음이 들 가능성이 상당이 높은 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저자인 맥그로우는 묵묵하게 오늘날 유행으로 따지면 구식 같아 보일 수 있는 주일성수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차근차근 설명해 가면서 우리 안에 스며 들어있는 합리적 사고를 가장한 ‘나’ 중심의 성경해석의 틀에 균열을 가하고 모순을 발견하게 하기 때문이다.


“안식일을 엄숙히 하나님을 예배하는 날로 신중하게 구별하는 사람들에 대해 종종 제기되는 ‘율법주의’라는 비난은 율법과 복음의 관계를 이해하는 방식과 관련된 몇 가지 중요한 질문들을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구약 성경에 근거한다는 이유로 안식일 준수를 반대해 왔는가? 주 예수 그리스도의 성품은 주로 구약에 의존하지 않은가? 복음의 은혜 아래 있으면 율법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가? 율법 없이 복음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고, 율법을 사랑하지 않고서 어떻게 구원자이신 주님을 사랑할 수 있겠는가? 안식일의 명령이 너무 “엄격하다”는 이유를 내세워 생각과 말에 있어서까지 그날을 예배의 날로 여겨 거룩히 지키기를 거부하려는 것인가? 하나님의 계명 가운데 삶의 모든 측면에 구체적으로 적용되지 않는 계명이 어디에 있는가? 역사적인 개신교주의의 가장 큰 장점 가운데 하나는 하나님의 율법에 대한 순종에 근거해 기쁘고, 경건하게 살아가는 삶을 강조하는 것이다. 율법은 삶의 모든 영역에서 신자들을 인도하는 지침이요 안내자다. 율법은 그리스도의 속죄 사역의 핵심에 자리잡고 있으므로 그것은 복음의 토대다. 율법은 신약 성경의 교회가 알고 있던 성화의 유일한 패턴이다. 신약 성경은 신자들을 예수 그리스도의 패턴을 따라 하나님의 형상으로 새롭게 되어 가고 있는 사람들로 바라본다.”(208-209)


그럼에도 맥그로우의 성경읽기 방식에 점점 동의가 되어져가고 그동안 알게 모르게 쌓아놓은 자신의 해석에 대한 근거들을 저자의 머리말에 나와 있는 이 책의 목적처럼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특별히 소요리문답 60문의 답이 박제되어져 있는 유물이 아니라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다가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은 그동안 확고함으로 자리 잡았던 내면의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아 주기에 충분한 조건들을 제시해 준다.


“논쟁의 초점은 주일에 ‘세속적인 직업활동’과 ‘세속적인 오락’이 모두 금지되었느냐는 것이다. 나는 이번 장과 다음 장의 논의를 통해 안식일의 본질과 목적에 대한 우리의 전제가 이사야서 58장 13, 14절 해석의 방향을 이끌고, 결정하고, 한정한다는 점을 일깨우고 싶다. 하나님이 안식일 하루 전부를 공예배와 개인예배를 드리는 날로 정해 거룩하게 하셨다고 전제하면 ‘안식일에는 온종일 거룩한 안식을 취하면서 다른 날에 합법적으로 용인되는 세속적인 직업 활동과 오락까지도 모두 중단하고, 공적으로나 사적으로 하나님을 예배하는 일에 시간을 온전히 바쳐 거룩히 지켜야 한다’라는 결론에 도달하기 마련이다.(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60문)”(63-64)


사역현장에서 청년들을 지도하면서 하나님을 예배하는 지정된 시간마저도 언제든지 타협이 가능해지는 요즘 현실을 직면하게 된다. 말로는 하나님께서 힘든 시기에 보내주신 직장이라며 자랑하지만, 정작 그 직장에 얽매여서 직장의 상사들을 두려워하고 재정의 통로가 끊어질 것을 염려하면서 실은 모든 것의 근원이 되시는 하나님을 예배하는 날을 포기하는 모습들을 숱하게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먹고 살기 힘든 어려운 경제생활 가운데 믿음으로 살아야 한다고, 하나님 중심으로 살아야 한다고 말해주는 것이 더 이상 감흥을 주지 못하는 치열한 삶의 현장 한 가운데서 목회자인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어떤 것을 가르치고 있었는가? 하고 반문을 하게 해주는 책이다.


예배와 관련된 신학적인 논쟁이나 질문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이전에 하나님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와 예배의 날로써의 주일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하기에 충분한 도전을 주는 책이기도 하다.


“신자들이 안식일 준수의 문제를 논의하면서 종종 서로 엇갈리는 주장을 펴는 이유는 그날의 목적을 어떻게 이해하느냐 하는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된다. 안식일의 목적을 휴식으로 전제하느냐, 아니면 하나님을 엄숙히 예배하는 것으로 전제하느냐에 따라 이사야 58장 13-14절에 대한 해석이 달라진다.”(97)


일주일의 매일 매일을 예배자로 살아야 한다는 말은 분명 맞는 말이지만 주일 하루조차도 예배자로 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는  낭만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반문해 보게 된다. 합리적인 것과 논리적인 것에 익숙해져버린 우리들은 순종보다는 이해가 되고 계산이 되어야만 안정감을 더 가지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이런 사실에 자유롭지 못한 우리들일지라도 용기내어 말씀을 의지하고 삼위 하나님 중심적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한다면 점점 책에 대하던 불편함이 나의 내면에 책망으로 들려질 것이고, 그것은 곧 우리 신앙을 바로잡아 주는 기준이 될 것이다.


신대원 시절 스승 중의 한분이 늘 강조하시던 말씀이 있었다. “덮어두고 읽지 말고 펼쳐서 읽으시오!” 안식일과 예배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더욱 사랑하고 바른 예배가 무엇인지 알고자 하는 모든 분들께 귀한 책의 일독을 권한다. 


마지막으로 토마스 왓슨의 글을 인용한다. “이 복된 날이 다가오면 하나님이 하늘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수단을 한 번 더 허락하신 것에 감사하면서 마음이 벅차올라야 한다. 이날은 우리의 영적추수의 날이다. 성령의 바람이 우리의 심령의 돛에 불어와서 하늘을 향한 항해의 길에서 한 걸음 더 전진하게 한다. 신자들이여, 하나님이 또다시 절호의 기회를 허락하신 것에 감사하면서 마음을 고양시키라.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르니 기회를 잘 살리도록 하라. 은혜의 때는 한 번 놓쳐도 또다시 밀려오는 조수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