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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켈러의 '중간지대' 신학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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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김상일 /  작성일 2020-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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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Norbert Kundrak on Unsplash

“목회자들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 가운데 하나는 개인적으로 영향을 끼친 방법이나 프로그램을 무조건 반복하는 것이다. 어떤 곳에서 영향력 있는 사역을 경험하고서는, 그 방법론이나 프로그램을 그대로 다른 세계에 가져다가 전혀 변화 없이 반복하는 것이다. 만일 그들이 45분 동안 한 절 한 절 강해하는 설교에 의해서 영향을 받았다면, 또는 특정한 형태의 찬양 사역에 은혜를 받았다면, 또는 특별한 예배 순서나 시간에서 도움을 받았다면, 그들은 그것을 아주 자세한 세부 사항까지 그대로 복제한다. 그들은 이미 부지불식간에 방법론 중심, 프로그램 중심이 되어 사역 방식을 자기 자신에게 맞추고 있는 것이다.”(센터처치, 206쪽)


팀 켈러는 이제까지 30권이 넘는 책을 낸 베스트 셀러 작가이자, 1989년부터 최근까지도 뉴욕 맨하탄의 리디머장로교회에서 사역했던 목회자다. 그가 낸 책들은 하나같이 모두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아왔다. 그 중에서도 그의 목회와 신학을 총망라한 책을 꼽으라고 한다면, 독자들은 아마도 ‘센터처치’를 가장 많이 꼽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켈러가 ‘센터처치’에서 보여주는 근본적인 문제의식은, 신학이 본질적으로 어떤 학문인지, 어떻게 해야 신학을 잘 배우고 가르칠 수 있는지,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어떻게 해야 신학교 교육이 더 질 높은 목회자 후보생들을 키워낼 수 있는지에 대한 탁월한 통찰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 문제의식이란 이렇다. 오랜 시간 사역을 하면서 켈러는 신학과 기독교 사역 관련 서적들이 크게 두 가지 흐름을 타고 출간되는 것을 발견했다. 그 한편에는 성경과 교리적 전통, 그리고 신학에 충실하지만, 실제적인 목회 사역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하지 않는 책들이 있다. 켈러는 이런 흐름에 속한 책들이 전통과 신학, 교리에 대한 충성(faithfulness)이라는 비유로 대변된다고 보았다. 또 다른 한편에는 성경과 교리적 전통, 신학에 대해서는 별 언급이 없지만, 실제적인 사역 방법론이나 사역의 팁(tip)을 제공하는데 치중하는 흐름에서 나오는 책들이 있다. 켈러는 이런 흐름에 속한 책들이 목회적인 성공(success)이라는 비유로 대변된다고 보았다.


앞으로 목회자 후보생들이 목회 현장에 들어가게 되면, 그들은 그 현장이 가지는 지역적, 문화적, 상황적 독특성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1) 복음이 어떤 메시지이며, 2) 복음을 따르는 삶이란 어떤 것인지를 명확하고도 설득력 있게, 또 심지어 복음을 따르는 삶이 돈이나 권력, 혹은 행복을 추구하는 삶보다 더 아름답고 매력적이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충성으로 대변되는 책들도 성공으로 대변되는 책들도 어떻게 해야 현장에서 이런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지 않았다. 켈러가 바라보는 신학함이란, 단지 과거에 어떤 탁월한 신학자가 어떤 말을 했다는 것을 그대로 답습해서 할 수 있는 것도, 또 특정한 현장에서 어떤 프로그램이나 방법론이 잘 먹힌다고 해서 그걸 그대로 가져와서 나의 목회 현장이나 삶의 현장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켈러에게 있어서 제대로 된 신학함이란, 목회자 후보생 각자가 처한 독특한 목회 현장과 삶의 현장 속에서 사람들이 던지는 질문이나 고민들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가 교리와 신학적 전통에서 흘러 나와서 목회적 방법론이나 프로그램으로 열매 맺게 되는 그 창조적 작업 자체를 가리킨다.


그러므로 켈러는 교리와 전통을 한 축에, 그리고 목회적 방법론이나 프로그램을 다른 축에 두고, 특정한 삶의 현장에서 그 두 가지를 유기적이고 창조적으로 연결하는 일, 즉 중간 지대의 작업이 바로 삶과 목회를 위한 신학함이라고 규정한다. 특히 켈러는 컴퓨터의 비유를 끌어들여서 신학과 교리적 전통을 하드웨어(hardware)로, 그리고 목회적 방법론과 프로그램들을 소프트웨어(software)로 비유한다. 이런 비유는 하드웨어가 잘 바뀌지 않고 유연성이 그다지 없는 반면, 소프트웨어는 필요나 상황에 따라서 유연성을 가진다는 면에서 꽤나 적절하다. 그리고 켈러의 이런 컴퓨터 비유가 가진 최대의 장점은, 진정한 신학함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사이를 연결시켜주는 미들웨어(middleware)같은 것이라고 보는데서 정점을 이룬다.


“나는 컴퓨터 전문가는 아니지만, 컴퓨터를 잘 아는 친구들에 의하면, 미들 웨어라는 것은 하드웨어 및 운영시스템과 다양한 유저 소프트웨어 사이에서 기능을 맡는 층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한 사람의 교리적 믿음과 사역 방법들 사이에는, 어떻게 복음을 특정 문화적 상황과 역사적 순간 안으로 가져갈 것인가에 대해서 잘 고안된 비전이 있어야 한다”(센터처치, 25쪽).


켈러는 바로 이 미들웨어, 즉 교리 및 신학적 전통과 목회적 프로그램 및 방법론이 한데 어우러져서 특정 현장에서 통합적으로 열매 맺는 비전을 신학적 비전(theological vision)이라고 부른다. 켈러는 자신이 바라보는 신학적 비전의 성격에 대해서 이렇게 규정한다.


“이것은 단순한 교리적 신념보다 훨씬 더 실천적인 것이며, ‘이렇게 하라’는 방법론들보다 훨씬 더 신학적인 것이다. 일단 이 비전이 서 있고, 바르게 강조되며, 가치가 부여된다면, 교회 지도자들이 도심에 있든, 주택가에 있든, 시골에 있든 간에, 예배, 훈련, 전도, 봉사, 사회 참여 등에 있어서 좋은 의사 결정을 내리는데 중추적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센터처치, 25쪽)


신학적 비전은 중간 지대에 존재한다. 교리나 전통의 단순한 반복도 신학적 비전이 아니며, 어느 교회에 교인들이 많이 몰리더라는 소문을 듣고 그 교회의 사역 프로그램을 무작정 가져와서 우리 교회에서 돌리는 일도 신학적 비전이 아니다. 특정 목회 현장의 신학적 비전은 오직 그 현장 속에서 고민하는 목회자와 교회 지도자들만이 만들어 낼 수 있다. 목회학 석사 3년의 공부를 통해서 학생들은 ‘앞으로 내가 목회 현장에 나가면 어떻게 신학을 해야겠다’는 감을 잡는데 도움이 되는 밑그림을 그리고, 또 어떻게 해야 그런 신학을 할 수 있는지, 그 방법에 대한 고민도 어렴풋이나마 할 수 있게 되어야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의 신학교 교육은 단지 백과사전 식으로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를 정리하는 수준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학적 비전을 세우는 일은(켈러처럼 예외적인 목회자를 빼면) 특정 목회자 개인이 혼자서 하기에는 너무나 버거운 일이다. 특히 목회 현장의 빡빡한 일정과 계속적으로 부딪히는 관계의 갈등을 생각해 보면 더더군다나 그렇다. 그래서 사실 신학적 비전을 키우는 일은 신학교에서부터, 교수님들의 지도 하에, 동료 신학생들과 함께 시작되어야 한다. 현재의 신학교 교육이 그런 초점을 가지고 신학생들을 교육시키고 있지 못하다는데 필자가 가지는 아쉬움은 매우 크다. 하지만 바로 그런 면에서 켈러가 ‘센터처치’를 비롯한 자신의 저서들에서 중간 지대 신학하기가 과연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작업이 가지는 의미 또한 매우 크다.

작가 김상일

김상일 작가는 UC 버클리(B.A.), 고든콘웰 신학교(M.Div) 졸업 후, 현재 보스턴 대학교에서 기독교 교육과 실천 신학으로 박사 논문을 쓰고 있다. 현재 서평 쓰는 남자 블로그(www.likeellul.com)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팀 켈러에 관해서 기독교 윤리 실천 운동 "좋은 나무" 웹진과 시니어 매일 성경에 글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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