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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독교는 세계 기독교를 어떻게 섬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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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옥성득  /  작성일 2020-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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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대전이 끝나고 국제화 바람과 함께 스페인 독감이 유행하면서 20세기 국제 질서가 바뀌었다. 100년이 지난 올해,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유행하는 세계적 전염병(pandemic) ‘코로나19’는 21세기 대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럽과 미국에서 맹위를 떨치며 사망자가 급격히 늘어나자, 먼저 경험한 중국과 한국의 사례를 주시하며, 특히 한국을 모델로 삼아 지역을 봉쇄하는 등 사태 극복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전염병으로 문명사의 전환기를 맞이한 오늘, 한국의 방역 모델이 세계에 통한다면, 과연 전염병을 대처하는 한국 교회 모델도 세계 교회에 통할 수 있을까?


한국의 투명하고 민주적인 항바이러스 모델


지난 2주 동안 각국의 정치 지도자나 방역 책임자들은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중국과 한국 중 어느 쪽을 모델로 할 것인가를 논의했다. 동아시아 3국 중에서 올림픽에 매달려 환자 수를 은폐한 것으로 의심되는 일본은 의료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쓰게 되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언론 통제, 환자 인권 무시, 도시의 강제 봉쇄를 통해 환자 수를 줄일 수 있었다. 반면 한국은 보편적 의료 보험과 발달한 기술을 이용하여 대량의 신속한 검사와 투명한 정보 공개를 했다. 그리고 초중고 임시 휴교, 대학 온라인 강의, 교회 온라인 예배, 상가 폐쇄 등의 비약물적 대응을 병행하면서 우수한 의료진과 시설을 통해 완치자를 늘려 의료 체계의 우수성을 증명했다. 무엇보다 시민 개개인이 방역의 주체로 위생 수칙을 지키고, 물리적 거리 두기를 실천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공유하게 된 재난에 대한 공동체 의식으로 사재기를 하지 않고, 방역에 자원봉사로 나서는 건강한 시민의식을 보여주었다. 이는 국민 생명 보전과 경제 활동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모델이다. 이 모델은 준비(의료 보험, 의료시설, 의료진, 방역 관료)와 기술(IT 산업, 의학기술)과 국민 의식의 3박자가 들어맞아야 하므로, 다른 나라에서 바로 선택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최선의 모델이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는 당장 손쉬운 것, 강력한 정부의 통제와 봉쇄에 의존하는 중국식 모델을 택했다. 그러나 그들은 한국 모델을 배우기 위해서 발 벗고 뛰어오고 있다. 만일 한국이 없었다면 세계는 국가주의 모델로 가면서 자유와 민주, 경제 안정은 후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한국이 팬데믹 시대에 세계 민주주의의 첨병이 되었다.


위생 오리엔탈리즘의 종언


이로써 지난 150년간 주도권을 잡아 온 서구의 오리엔탈리즘(Western Orientalism)과 그를 모방한 일본의 이중적 오리엔탈리즘(서구의 오리엔탈리즘에 일본 제국주의 오리엔탈리즘의 시각으로 한국과 중국을 바라보는 동아주의 Pan-Asianism)의 시대는 종언을 고했다. 과거 한국을 소개한 그리피스(William E. Griffis)의 Korea, The Hermit Nation(1882)과 1883년 로웰(Percival Lowell)의 Chosőn the Land of Morning Calm(1883)은 “떠오르는 태양의 나라”인 일본과 비교하면서 한국을 우물 안의 은둔국, 잠자는 미개국으로 비하했다. 정치는 불안하고, 관리는 타락했고, 경제는 가난 속에 정체되었고, 사람들은 더럽고 게으르며 미신적이라고 묘사했다.

일본은 이를 모방하여 야만과 불결의 땅 한국은 일본이 식민지로 만들어 계몽하면 근대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일본 작가는 1898년 일본 도쿄의 긴자 거리와 시궁창에서 돼지가 노는 서울의 불결한 이미지를 대조했다. (사실 서울은 이듬해 도쿄보다 먼저 전차를 개통시키면서 근대 도시로 탈바꿈하던 때였다.) 이제 그런 제국주의의 시대 위생 오리엔탈리즘의 시대는 역전되었다. 나중 된 자가 먼저 된다. 일본이나 서구의 여러 나라가 위생 후진국이 되었지만, 한국은 전염병 방역 체계를 선도하는 나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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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98년 일본 화가가 그린 서울의 왜곡된 모습과 2020년 서울의 드라이브 스루 선별 진료소


세계 기독교 시대 한국 기독교의 모습은?


1984년 전후에 남반구의 기독교 인구가 북반구의 기독교 인구를 능가하기 시작하면서 세계 기독교(world Christianity) 시대가 열렸다. 기독교의 무게 중심이 서구에서 비서구로 이동한 탈서구 기독교(post-Western Christianity)의 한 무게 중심인 한국 기독교가 과연 팬데믹으로 고통받는 지구촌과 세계 기독교에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일부 교회는 예배나 기도회를 지속하면서 바이러스 차단의 훼방꾼 이미지를 심기도 했다. 정부가 온라인 예배를 권고하자, “술집은 영업하는데 왜 교회만 문을 닫아야 하는가?”라며 교회의 공공성을 무시하고 사설 영업소와 동일시하기도 했다. “우리는 자영업자랑 똑같아. 예배 몇 번 건너뛰면 문 닫아야 해"라고 말하는 자칭 자영업자 목사도 있다.


그러나 다수의 교회는 위생 수칙을 준수하고 온라인 예배를 드리면서 적극적인 디아코니아 사역에 나섰다. (1) 유명한 대형교회들이 앞장서 수양관을 경증환자 입원시설로 제공했다. (2) 많은 교회가 방역진과 의료진에게 성금을 전달하고 커피와 빵을 대접했다. (3) 대전의 한 교회는 대구의 중증장애인들을 위해 속옷을 제공하고,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제작한 마스크를 제공했으며, 교인 중에 월세를 내지 못하는 자들을 파악해서 도왔다. (4) 평택의 한 교회는 마루 공방에서 수제 마스크 수천 개와 손 세정제 수백 개를 제작해서 지원했다. (5) 상가의 방역 지원, (6) 외국 유학생에게 마스크 전달 등을 했다. 또한 교회 간의 코이노니아 사역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분당의 어떤 교회는 700개 미자립 교회의 월세를 대납하기로 했으며, 많은 교회가 작은 교회의 온라인 예배 시설과 방송을 지원하는 등 교회가 하나 된 모습을 보였다.


이제 재난은 밀려오고 세계적 전염병은 토착화하면서 주기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교회는 전도와 예배만 영적인 일로 여길 것이 아니다. 사회와 세상의 치유, 방역, 자비 사역도 교회가 마땅히 해야 할 일임을 깨닫게 되었다. 나아가 바이러스와 싸우는 영성으로 교회 내의 성범죄, 성차별, 세습, 설교 표절과 전투하고, 사회 정의와 평화를 위해 부조리한 악과 싸우는 정의의 십자군들도 양성해야 할 것이다. 오랫동안 한국 교회의 방향은 교회 성장을 위해서였다. 이제 팬데믹 시대에 새로운 선교적 교회 모델을 세계 기독교 앞에 내어놓자. 건물을 짓는 해외 선교가 아니라, 세상과 세계 교회를 살리는 영적 프로그램을 수출하는 한국 교회가 되자.

작가 옥성득

옥성득 교수는 서울대 영문학과와 국사학과를 거쳐 장로회신학대 신학대학원, 미국 프린스턴신학교(ThM), 보스턴대학교 신학대학원(ThD)에서 공부하고, 현재 UCLA 한국기독교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 ‘대한성서공회사’(전 3권), ‘첫 사건으로 본 초대 한국교회사’, ‘다시 쓰는 초대 한국교회사’ The Making of Korean Christianity, '한국 기독교 형성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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