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진정한 공교회를 생각할 때
by 정요석2020-03-26

여러 언론 매체들이 불교계의 스님 환자는 한 명도 없다고 보도했다. 이에 비하여 개신교는 성남의 어떤 교회를 비롯해 많은 확진자가 나온다고 했다. 왜 불교와 천주교보다 개신교에 확진자들이 많이 나올까? 그 이유를 개신교 교회는 목사 개인의 운영으로 인해 전체적인 통제가 취약하지만, 불교의 사찰과 천주교의 성당은 중앙에서 통제가 되기 때문이라고 언론은 분석했다.


불교계 대표 종단인 대한불교조계종은 총 3번에 걸쳐 모든 법회와 행사를 중단하라는 공문을 보냈고, 전국 24곳의 교구 본사와 각 사찰이 잘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조계종은 불교 최대 명절인 초파일 행사 일정을 4월 30일에서 5월 30일로 한 달간 연기했다. 불교계 내부에서도 강력한 반대와 논쟁이 있었겠지만, 국가적 재난극복이란 차원에서 결단이 이루어졌고, 모든 사찰이 중앙의 결정에 따르고 있다.


한국 천주교는 236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미사를 전면 중단했다. 3월 19일에 한국 천주교주교회의는 지역 상황에 맞춰 교구장의 재량에 따르면서도 정부 방침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초중고교 개학일인 4월 6일 즈음 미사 재개 일정을 정하기로 했다. 이런 중앙의 결정을 일반 성당들이 잘 따르고 있다.


이에 비해 개신교는 개별 교회의 권한이 강해서 교회당에 모여서 예배를 드리는 교회도 있고, 온라인 예배를 드리는 교회도 있다고 보도했다. 언론은 재정의 어려움을 겪는 소규모 교회들은 주일에 헌금을 걷기 위해 주말 예배를 거행하는 비율이 높다고 덧붙였다. 어떤 언론은 지방 정부가 여의도순복음교회와 같은 대형교회에 전화해서 소규모 교회들의 임대료 납부를 도와서 주말 예배가 열리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했다는 소식까지 전했다.


개신교에 중앙 조직이 없는 것이 아니다. 총회와 노회가 있다. 총회와 노회에서 정한 결정을 각 지교회들은 충실히 잘 따르고 있다. 문제는 개신교가 여러 교파와 교단으로 분열된 것이다. 장로교, 감리교, 성결교, 침례교, 오순절교 등으로 나뉘었고, 각 교파는 또 여러 교단으로 나뉘었다. 한국의 대표적 교파인 장로교는 무려 200개 이상의 교단으로 나뉘어 있다. 그래서 많은 교단의 총회와 노회에서 정부 방침에 협조할 것을 결정해도, 다른 교파와 교단들이 문제를 일으키면 개신교 전체가 비난을 받게 된다.


천주교는 다른 교파와 교단이 없다. 천주교에서 이단이 나와도 교파와 교단으로 형성되지 않고 개인 몇 명의 문제로 국한된다. 그런데 개신교는 신천지와 같은 이상한 집단이 수십만 명의 규모로 성장하기까지 한다. 별의별 신학과 신앙을 가진 교파와 교단들이 존재하고, 이들에 대하여 다른 교파와 교단이 간섭하거나 영향을 미치기 힘들다. 70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와 큰 물의를 일으킨 성남 은혜의강교회는 한국독립교회선교단체연합회 소속인데, 이 연합회는 명칭 그대로 교회들이 독립적으로 행하는 것을 보장하는 조직체이므로 강한 영향이 없고, 간섭할 수도 없다.


건전한 교단들은 소속된 교회에게 바른 내용의 결정을 전달하고, 지교회들은 충실히 따르고 있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정부의 7대 수칙도 잘 따르고 있다. 그런데 건전하지 못한 일부 교회들, 즉 정상을 벗어난 일부 지교회들과 목사들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개신교의 부끄러운 점은 지교회들 간에 재정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지교회들이 천주교처럼 평균을 이루지 못하고, 개교회주의가 되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의 주일 예배 제한에 대하여 적지 않은 교회와 목사들이 반발하는데, 반발하는 대부분은 정부의 7대 수칙을 잘 따르는 분들이다. 정부가 문제 삼는 것은 이렇게 잘 따르는 교회들이 아니라, 정부 방침에 협조하지 않는 소수의 몇몇 교회들이다. 전염병이라는 것은 슈퍼 전파자 몇 명만 있으면 지역감염수준으로 빠르게 퍼진다. 게다가 신천지 집단이나 몇몇 교회처럼 밀접하게 모여서 예배를 드리면 슈퍼 전파자들이 대거 양산되어 전국으로 퍼질 수도 있다.


정부의 주일 예배 제한을 종교탄압이라며 반발하는 일부 목사들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되지만, 그러기에 앞서 개신교의 분열과 조직의 질서가 없는 것에 대하여 반성해야 한다. 정부는 천주교와 불교 등과 대화할 때는 연락할 중앙 기관이 분명하지만, 개신교는 특정할 수 없어 곤란을 겪는다고 한다. 어느 교파, 어느 교단에 연락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다. 개신교는 늘 교파와 교단으로 이루어진 연합기관을 만들어 정부 등을 상대해왔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연합기관마저 분열되고 있다. 이권과 권력과 이념에 빠져 통일된 공신력을 확보한 연합기관을 갖지 못한 것이다. 개신교는 천주교를 개혁하겠다고 나왔지만, 최소한 교파와 교단의 분열과 교회 간의 빈부 격차 면에서는 천주교보다 못하다.


코로나19 감염 방역을 위해 정부는 교회들에 소독액과 분무기 등을 제공하고, 각 교회의 주일 예배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정부의 도움 없이 개신교 자체가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개신교에는 이렇게 할 수 있는 행정과 재정 능력이 부족하고, 의지 자체도 약하다. 개신교는 정부가 교회에 내린 여러 지침에 대하여 비판과 변호도 해야 하지만, 동시에 일탈한 몇몇 교회들을 자체적으로 통제하지 못함을 부끄러워하며 개선방법을 찾고자 골몰해야 한다. 개신교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행정 능력과 신뢰받는 연합기관을 갖추지 못하면 유사한 일들이 계속 발생할 것이다. 정부가 나서서 큰 교회들에게 작은 교회들을 도와주라고 당부했다니 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정부가 교회들을 돌아다니며 7대 수칙을 지키는지 살피기 이전에 개신교가 자체적으로 교회들을 점검하고 안내한다면 개신교는 사회의 신뢰를 얻을 것이다. 일반인은 일그러진 교회들도 똑같은 교회로 여긴다. 우리에게 억울한 면이 있지만, 우리의 관점보다 그들의 관점에 서서 그들의 요구를 경청하고 대응하려고 해야 한다. 이것이 진리와 사랑을 가진 신자들이 이웃을 넉넉하게 대하는 자세일 것이고, 이런 노력이 쌓일 때 개신교는 외인에게서도 선한 증거를 얻어 비방과 마귀의 올무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 공유하기
  • 공유하기

작가 정요석

정요석 목사는 서강대와 영국 애버딘대학교(토지경제학 석사),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MDiv), 안양대학교(Th.M.)와 백석대학교(PhD)를 거쳐 1999년 개척한 세움교회의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다. ‘기도인가 주문인가’, ‘소요리문답, 삶을 읽다(상ㆍ하)’,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 삶을 읽다(상ㆍ하)’, ‘전적부패, 전적은혜’ 등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