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에서 유머를 사용해도 될까
by Jeff Robinson2021-04-13

적절하게만 사용하면 유머는 설교를 더 호소력 있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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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스펄전(Charles Spurgeon)이 사역하던 시대에는 설교와 웃음은 어울리지 않는 것이라 생각했다.


복음주의자들, 특히 개혁주의적 성향이 있는 이들은 유머 감각이 없는 것으로 유명했다. 스펄전은 자서전에서 제12계명이 있었다면 “주일에는 어두운 표정을 짓지 말지니라”였을 거라고 재치있게 말했다.  


스펄전은 유머와 거리가 먼 경향에 저항했다. 그는 위트가 넘치는 이였고 설교에서 유머를 사용했다. 위대한 스펄전은 복음에 대해서는 극도로 진지한 태도를 취했으나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스펄전은 설교에 관해 “삼십 분 내내 사람들을 졸게 하느니 차라리 잠시 웃기는 것이 더 낫다”라고 말한 바 있다. 스펄전이 설교 중에 했던 어떤 익살맞은 유머에 대해 교인 중 한 명이 이의를 제기했을 때 그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할 수 있는 재미있는 표현들이 많았지만 그것 하나만 한 겁니다. 사실 이의를 제기하실 게 아니라, 이렇게나 많이 절제한 저를 칭찬해주셔야 해요. 자제하지 않으면, 저는 정말 웃기거든요.”


스펄전이 유머를 무턱대고 쓴 것일까? 하나님에 관한 깊은 진리를 다룰 때 지나치게 히히덕거리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까? 톰 네틀스(Tom Nettles)가 쓴 전기를 보면 설교자의 황제(Prince of Preachers)라 불리는 스펄전은 유머를 복음이라는 낚시 바늘에 다는 일종의 미끼로 보았음을 알 수 있다. 톰 네틀스는 이렇게 썼다.


“비록 그의 유머가 저속하다 생각한 이들도 있었지만, 스펄전은 설교 곳곳에서 유머를 사용하는 것은 물고기를 유인하는 '미끼' 같은 것이라 믿었다. 스펄전은 당시 설교자들이 '지루하고 단조롭고 길기만 하고 뭔가 불쾌한 표정으로' 설교를 하기 때문에 회중석이 그렇게 텅 빈 것이라 했다.”      


오늘날의 설교자들이 스펄전을 따라 해야 할까? 설교를 듣는 이들이 마음 편히 웃을 수 있게 하는 유머를 써도 되는 걸까? 필자의 생각에는 강단에서의 유머 사용에 관한 한 스펄전에게는 매우 균형 잡힌 관점이 있었던 것 같다. 그의 원칙은 “당신의 성향에 맞다면 유머를 사용하라. 하지만 유머가 복음 진리로부터 사람들의 주의를 빼앗거나 복음 진리를 훼손하지 않도록 주의하라”였다. 스펄전의 아내인 수지 스펄전(Susie Spurgeon)은 강단에서의 유머 사용에 관한 남편의 원칙을 다음과 같이 아주 명확하게 묘사했다. “남편은 유머를 지나치게 쓰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해서 유머 사용을 일부러 피하지도 않았어요.”     


내 자녀들은 익히 알고 있는 바이지만 나는 유머 감각이 출중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웃는 것이 좋고 진지한 사람들이 적절하게 유머를 사용하는 것을 참 좋아한다. 나는 적절하게만 사용하면 유머는 설교를 더 호소력 있게 만들 수 있다는 데 대해 스펄전과 생각이 같다. 그의 관점대로, 내가 내 설교에서 유머를 사용함에 있어 도움을 얻었던 가이드라인 네 개를 소개하고자 한다.   


1. 당신의 성향에 자연스럽게 맞을 때에만 유머를 사용하라


안 좋은 예를 먼저 들자면, 뼛속까지 진지함으로 가득한 어떤 설교자가 설교 중에 자기 아내에 대해 농담을 했다고 한다. 시시한 유머였을 뿐 아니라 자기 아내에 대한 아주 고약한 농담이 되고 말았다. 회중석에는 적막만 흘렀고 그 설교자는 망신을 당했다. 내가 그 설교자였다면 엄청난 수치를 느꼈을 것이다.   


마틴 로이드존스(Martyn Lloyd-Jones)의 ‘설교와 설교자’(Preaching and Preachers)를 보면 그가 유머에 대해 ‘결코’ 반대하는 입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로이드존스는 이렇게 쓴다. 


“유머는 자연스러운 경우에만 설교에서 허용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저 웃기려고 애쓰는 이는 가증한 사람이며 결코 설교자로 세워져서는 안 된다. 회중의 환심을 사려고 주도면밀하게 유머를 쓰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성향 자체가 그렇기 때문에 유머를 아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현대 복음주의 설교자들의 예는 넘쳐난다. 스코틀랜드 억양이 그의 유머를 한껏 고양시켜주는 알리스테어 벡(Alistair Begg)이 있고, 맷 챈들러(Matt Chandler), 케빈 드영(Kevin DeYoung), 러셀 모어(Russell Moore), 트립 리(Trip Lee), 그리고 고(故) R. C. 스프로울(R. C. Sproul) 박사 같은 이들이 그 예다.  


2. 유머는 절제하며 사용하라


성경에도 유머가 나온다. 잠언은 현명하지 못한 아내의 어리석음을 재미있게 그려낸다. 또 솔로몬은 무기력에 빠진 이들에게 “게으른 자여 개미에게 가서 그가 하는 것을 보고 지혜를 얻으라”(잠 6:6)라고 말한다. 예수께서도 자신만의 풍자를 사용하셔서 바리새인들과 우리들에게 이르시기를 다른 이들의 눈에 있는 티를 보기 전에 우리 눈에 있는 들보를 빼라 명하신다(마 7:1–5). 성경 안에서 사용된 유머의 예는 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성경은 유머를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한다.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에게 진지함을 요구한다. 우리가 하는 설교 역시 이를 반영해야 마땅하다. 


3. 유머를 무턱대고 쓰지 말라


내가 설교 사역을 시작하던 때 경험 많은 한 목사가 조언을 하길 유머 모음집을 하나 사서 웃긴 일화나 이야기들을 최대한 많이 머리에 넣어두라고 했다. “매 설교를 시작할 때마다 농담을 몇 개 던지면 회중들이 워밍업이 되는 거라네. 그러고 나서 본격적으로 진지한 이야기를 하는거지.” 감사하게도 나는 에이드리언 로저스(Adrian Rogers)나 우리 가족이 출석하던 교회 목사님의 설교를 들으며 성장했기에, 그 경험 많다던 목사의 말을 흘려들을 수 있었다. 유머는 우리의 설교 전달을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지 설교 자체를 지배해서는 안 된다.  


허튼소리는 전혀 하지 않았지만 분명히 유머 감각이 있었던 로이드존스나 천성적으로 아주 쾌활했던 스펄전 역시 설교자는 그저 웃기는 것 자체를 위해 웃기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뜻을 같이 했다. 강단에서의 유머는 천박해져서는 안 된다. 스펄전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하나님의 종은 적용점 없이 진부한 농담이나 쓸데없는 이야기를 던지며 회중의 환심을 사려고 하는 연예인 같은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중략] 성경 배우는 일을 재미있게 만드는 것과 아무런 목적 없이 그저 히히덕거리며 웃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다.”  


로이드존스 역시 지혜로운 조언을 준다.


“설교에서 절대 유머를 쓰면 안 된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하지만 설교 사역의 위상 때문에, 그리고 우리가 가르치는 진리의 성격 때문에, 유머 사용은 최소화되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4. 유머가 하나님의 말씀의 중대함으로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빼앗지 말아야 한다


잘 쓰면, 유머는 회중에게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틈을 줄 뿐 아니라, 특히 그 유머가 우리 일상 생활에 적용이 될 때는, 진리를 깨닫도록 빛을 비춰주는 역할도 한다. 하지만 유머는 주의해서 다루어야 한다. 예를 들어 지옥에 대해 설교할 때 나는 결코 유머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하나님의 거룩하심에 대해 설명할 때, 죄의 치명성에 대해 가르칠 때나 회개를 촉구할 때 역시 유머를 쓰지 않을 것이다.   


지옥에 대해 설교하면서 농담을 연이어 던지는 설교자의 설교를 들어본 적이 있다. 그 농담 때문에 회중은 주제의 엄숙함으로부터 주의를 빼앗겼고 결국 전체 설교에 악영향을 미치고 말았다. 죽음은 우스운 것이 아니다. 죄에 대한 하나님의 분노 역시 웃긴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유머는 항상 적절한 상황에서만 사용하고 그 표현에 있어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풍자와 희화


로이드존스는 사람들을 웃기는 설교자들이 비판받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그는 유머 남용에 대한 위험 때문에 유머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유머의 남용을 방지한답시고 설교가 지루하고 특색도 생명력도 없는 지경에 이르지 않도록 주의하라. 우리 자신에 대해서는 잊되 우리의 대적이 우리를 노린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면 설교에서의 유머 사용은 결코 잘못된 길로 가지 않을 것이다.”  


스펄전의 설교는 그의 진리에 대한 끓어넘치는 열정을 담아냈지만 그의 모든 설교가 항상 그런 식인 것은 아니었다. 스펄전은 교회사를 공부하며 하나님이, 예를 들자면, 마틴 루터(Martin Luther) 같은 이들을 사용하셔서, 유머를 통해 어두움에 빛을 비추셨고 당시의 부조리를 풍자하게 하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웃음은 종종 어두움과 죄를 일격에 몰아내는 의의 정예 무기가 된다. … 눈물 만큼이나 웃음 속에도 거룩함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나는 확실히 믿는다. … 우리는 조롱이라는 무기를 사용하여 사탄에게 대항할 수 있다. 종교개혁은 인간 안에 있는 유머 감각에도 힘입은 바가 크다는 것을 나는 강조하고자 한다. 루터의 친구들이 내놓았던 유머로 가득한 풍자와 희화화는 오히려 로마 가톨릭 교회에 대한 탄탄하고 무게 있는 논증들보다 더 독일인들의 눈을 열어주었고 사제직의 가증함을 보게 하는 역할을 감당했다.”    


아멘. 우리가 섬기는 하나님은 주권자이실 뿐 아니라 그 자신이 행복하신 분이시다. 그렇다. 우리 자신에 대해서도 웃을 줄 알고, 다가올 날들에 대해서도 웃는 우리들이 되도록 하자(잠 31:25). 




출처: www.thegospelcoalition.org   

원제: Should We Use Humor in Our Preaching?

번역: 이정훈

유머는 우리의 설교 전달을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지 설교 자체를 지배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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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Jeff Robinson

제프 로빈슨은 The Southern Baptist Theological Seminary에서 박사학위(PhD)를 받고, 현재 미국 TGC의 편집장으로 섬기고 있다. 켄터키주 루이스빌에 위치한 Christ Fellowship Church의 부목사이며, Andrew Fuller Center for Baptist Studies의 연구교수이며, Southern Seminary에서 교회사를 가르치는 겸임교수이다. 목회 사역을 시작하기 전에 약 20년 동안 신문기자로 활동했다. 공저서로 한국어로 번역된 '천국 묵상'과 'To the Ends of the Earth: Calvin’s Mission Vision and Legacy'와 '15 Things Seminary Couldn’t Teach Me'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