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과 긍휼의 사역은 뗄 수 없는 친구!
by Cynthia Ruble2019-12-05

18년 전 일본에 선교사로 처음 도착했을 때, 나는 내 발걸음의 목적을 명확히 해 두어야 했다. 그곳의 비기독교인들은 내 사역의 성격과 의도에 대해 매우 궁금해 했다. 한 일본인 크리스천은 심지어 내게 “일본에는 더 이상 선교사가 필요 없어요!”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리스도께로 사람들을 회심시키는 것이 내 목적이었다면, 나의 일은 인기가 없는 일임이 분명했다.


우리의 전도 활동에 대해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사람들을 만날 때, 우리는 “당신을 회심시키려는 것이 아니고, 그저 섬기려는 겁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당신에게 보여 주고 싶어요.”라고 응수하고 싶은 유혹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런 식의 사고방식에 빠지면 은혜의 복음을 놓칠 수 있다. 우리 주위의 문화와 더 적극적으로 상호 작용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더 큰 의미의 복음과 더 넓은 의미의 선교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제는 인식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그들이 우리의 말에 귀를 기울이도록 하는 일은 당연히 중요하다. 일본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내가 일본에서 하는 일이 고작 빈둥거리며 겉치레로 하는 것이라면, 내가 전하는 메시지는 존중받기 어려울 것이다. 매일 과로에 시달리는 일본인들의 눈에는 그저 게으름으로 비춰질 뿐일 것이다. 내가 대학에서 10년간 영어를 가르쳤던 것도 근면하기 이를 데 없는 이 회의론자들에게 인정을 받기 위함이었다.


사람들은 우리가 복음을 실천하며 살아갈 때에 비로소 우리의 말을 신뢰하기 때문에, 그리스도를 충실히 증거함과 동시에 다른 사람들을 섬길 수 있는 방도들을 모색해야 했다. 당시 일본에는 미혼모들을 위한 시설이 전무했고, 태어난 아이들은 입양되기보다는 주로 고아원으로 보내졌다. 낙태를 경험한 이들을 위한 상담 같은 것도 물론 없었다. 이 사역을 시작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인 내게 있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이것이 내가 몇몇 일본 그리스도인들과 함께, 임신한 여성들을 위한 시설이며 또한 낙태를 경험한 이들을 위한 상담소인 임신상담센터(Crisis Pregnancy Center)를 운영하기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 또한, 나와 함께 거주하는 미혼모들이 일을 할 수 있도록 우리 동네에 카페 하나를 열어 운영하고 있다.


오랫동안, 나는 “말씀 사역”과 “긍휼 사역”을 동시에 해 온 셈이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사회적 실천주의(social activism)에 깊이 천착한 이들이 “우린 그저 사람들을 ‘회심시키려고만 하는’ 이들과는 달라. 우리는 이 세상과 전인적으로 소통하면서 이곳을 더 좋은 세상으로 만들어 가고 있지”라고 말하며 너무도 쉽게 자기 의의 덫에 빠지는 것을 많이 목격해 왔다. 


분명 하나님은 우리 중 누군가를 사회적 행동에 참여하도록 부르신다. 그렇다면 소위 바꾸고자 하는 이 세상과 같아지지 않으면서도 우리가 사회적 실천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우리에게 가장 우선되는 부르심은 ‘지상 대명령’에 순종하는 것임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단순한 기독교 사회 운동가들이 아니라, 십자가 군병들이다.    


십자가 군병들


사회 정의 사역을 하면 이 세상이 우리의 이야기에 더욱 귀를 기울이게 되고, 우리가 사람들의 삶을 개선해 줄 수도 있다. 다 좋은 일이긴 하지만, 사람들이 결국에는 그리스도를 모른 채 죽는다면, 적어도 그들에게 있어서는 모든 것이 끝나 버리는 것이다. 십자가 군병들로서 우리는 언제나 자신의 사회적 실천을 통해 사람들이 복음을 듣고, 믿고, 그것에 순종할 수 있도록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 


2011년에 한 일본 영화 제작자가 만든 입양 장려 다큐멘터리에서 우리의 사역이 소개되었고, 거기에서 나는 기독교 선교사로 안내되었다. 이 다큐멘터리를 필두로 연이어 나온 작품들을 통해 일본 내에서 입양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바뀌었다. 이 다큐멘터리 때문에, 그리고 다운 증후군이 있는 남자 아이를 입양한 나의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일본 내 입양 지지자들로부터 하나의 부탁을 받았다. 바로 입양 규제 정책을 새로이 입안 중인 일본 정부 관료들을 동경에서 만나 그들을 설득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결국 그 관료들은 기독교 입양 단체 같은 사립 입양 기관의 활동을 계속 허용해 주기로 결정했다. 정말 신속하게, 일본 정부는 입양에 반대하는 쪽에서 입양을 장려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꾸었다. 내가 사는 지역의 지방 자치 단체는, 매일 밤 나와 함께 예배를 드리고 또한 교회도 다녀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미혼모들을 우리 단체로 보내어 거주하게 한다. 


사역에 임할 때 기억해야 하는 것은 우리가 사람들을 구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씨를 뿌릴 수는 있다는 것이다. 의지가 강하고 성실했던 시주카(가명)는 아이를 낙태하지 않기로 결심했는데, 임신 초기에 나와 나누었던 전화 통화가 그렇게 결심하게 된 이유 중의 하나였다. 임신 40주 차가 거의 다 찼을 때, 시주카는 노숙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고 그로 인해 우리 센터에 들어오게 되었다. 들어올 때부터 나가는 순간까지 시주카는 분노에 차 있었다. 낙태를 했어야 했다며 나를 비난했다. 성경 공부를 할 때면 시주카와 그녀의 친구는 자주 조롱하는 말을 하곤 했다. 그녀는 그리스도인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이곳을 떠난 후, 시주카는 일을 구할 수 있었고 자기가 낳은 아들을 점점 더 사랑하게 되었다. 오랫동안 나는 그녀와 연락을 했고 계속 기도했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시주카의 마음이 녹기 시작했다. 그녀는 근처 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했고, 그 교회 목사의 아내가 시주카를 헌신적으로 도와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시주카의 세례식 사진을 받았다! 바로 며칠 전, 그녀는 아들과 함께 떠난 휴가지에서의 사진과 함께 편지를 보내왔다. 거칠기 짝이 없던 이 회의론자가 이제는 훌륭한 그리스도인이요, 어머니가 된 것이다.


그저 사회 운동가로만 사역한다면 나는 ‘내가’ 뭘 하는지에 집중할 것이다. ‘내가 정말 충분히 잘 하고 있는 건가?’ 하지만 내가 무엇보다 십자가 군병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면 ‘하나님’이 하시는 일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낙태를 경험한 내담자들과의 상담을 마치고 기도를 해도 되는지 허락을 받은 후에, 그들과 함께 기도하는 이유이다. 많은 경우, 상담을 받는 여성(혹은 남성)이 기도 중에 흐느껴 울고는, 복음에 초점을 맞춘 상담을 계속 받을 수 있는지 묻곤 한다.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다. 내가 하는 일이 아니다.   


우리는 십자가 군병들로서 자신이 뿌린 씨가 언젠가는 화려하게 피어나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은 그 사람이 구원을 받고 제자가 되기를 소망하면서, 그 모든 일을 예수님의 이름으로 하는 것이다. 우리에겐 우리 자신뿐 아니라 우리가 섬기는 이들을 위한 궁극적이고도 영원한 관점이 있다.


근본적 문제, 근본적 해결책


예수님께서는 잃어버린 양 한 마리를 구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분명히 말씀하셨다. 천사들마저도 기쁨으로 춤추게 만드는 일이다. 그리스도인인 우리들은 이웃을 사랑하기 원하고 또한 최대한 많은 이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주고 싶어 한다. 하지만 사람을 구원하는 힘은 오직 은혜의 복음에만 있다. 결국, 모든 사람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하나님께 자신들의 죄를 용서받는 것이다(마 9:1–8). 이를 무시하면, 이생에서는 개선된 삶을 살더라도 종국에는 멸망에 이르는 넓은 길로 사람들을 인도하는 위험에 빠지게 된다. 


덧붙여 말하지만, 십자가 군병은 그리스도의 다시 오심을 애타게 기다린다. 그리스도만이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최후의 전사이시다. 그때까지 우리는 지상 대명령을 받들어 행할 뿐이다. 


우리가 그분을 증거하고자 할 때, 하나님은 우리로 하여금 문화의 어떤 국면들을 새롭게 접하도록 하신다. 또한 우리가 그분의 양 떼를 먹이고 단조로운 삶 속에서도 신실하게 섬기도록 하시며, 때로는 우리를 박해나 순교의 자리로 부르시기도 한다. 이를 분별하는 일에는 많은 지혜가 필요하다. 이 땅에서의 우리 삶은 짧기 때문이다. 우리 각각을 향한 독특한 부르심과는 별개로, 그리스도인들은 언제 어디서나 “그의 치욕을 짊어지고 영문 밖으로 그에게 나아가자 우리가 여기에는 영구한 도성이 없으므로 장차 올 것을 찾나니”(히 13:13–14)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출처: www.thegospelcoalition.org 

원제: Evangelism and Social Action Are Close Friends

번역: 이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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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Cynthia Ruble

신시아 루블은 Reformed Theological Seminary(MA)를 졸업하고 Life Hope Network을 섭립했으며 현재 일본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