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과 슬픔은 늘 공존한다
by Winston T. Smith2019-11-09

용서와 기쁨은 내 신앙의 오랜 초석이었다. 복잡할 것도 없이, 하나님이 내 죄를 용서하셨으므로 나는 기뻐한다는 식의 생각으로 교회를 다녔으며, 내가 출석하는 교회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주일 예배에서는 하나님의 은혜를 기쁨으로 찬양하기에 열광적인 곡들을 불렀으며, 또 비슷한 내용의 설교를 들었다. 내가 아는 한 그것이 ‘복음’이었다. 한동안 그럭저럭 도움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오랜 기간 전문 상담가로 일하면서, 죄 용서와 기쁨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점점 어려워졌고 심지어 고통스럽기까지 했다. 나는 하루 일과 중 많은 시간을 어려움을 겪고, 깨어지고, 고통 중에 있는 이들과 함께 보내야 했다. 그 결과 나 자신도 고통을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 주일 교회에서 내가 보고 느낀 것과는 너무도 다른 세상을 보는 일이 점점 더 힘들게 다가왔고, 내 솔직한 감정들을 숨겨야만 할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내가 ‘정말로’ 복음을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그런 불협화음이 나를 진지하게 만들었다. 예수께서 내 고통을 알고 계시는지 간절히 알고 싶었고, 내가 고통을 겪는다고 해서 내가 영적인 실패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다. 마침내, 기쁨과 슬픔은 영적 대차 대조표에 적힌 자산과 부채처럼 서로를 상쇄하는 대척점에 서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기쁨과 슬픔은 똑같이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타내주는 것임을 알게 된 것이다.


그리스도와의 연합


우리는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는 지체들이다(고전 12:27). 우리는 그리스도로 옷 입은 자들이다(골 3:12). 그가 우리 안에 거하시고 우리는 그 안에 거한다(요 15:4). 이곳 및 다른 본문에서 성경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그의 아들과 연합시키셨음을 가르치는데, 이는 단순한 법적 거래 이상을 의미한다. 그리스도께서는 신비하고도 지극히 실제적인 방법으로 우리의 삶을 통해 드러나고 우리의 인생은 점점 더 그리스도의 삶의 모습을 닮아가게 된다. 우리가 성숙해갈수록, 그리스도의 기쁨이 우리의 기쁨이 되고 그리스도의 슬픔이 우리의 슬픔이 되어간다.


이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해당되는 것이지만 목회자들이 특히 잊지 말아야 한다. 목사의 소명은 단순히 그리스도에 ‘대해’ 가르치는 것뿐 아니라 그가 섬기는 성도들에게 최선을 다해 그리스도의 모습을 비춰 보여주는 것도 포함한다. 바울이 썼듯이, 진정한 사랑은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게 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게 한다(롬 12:15). 즐거워하는 것과 우는 것 모두 자기 백성을 향한 그리스도의 사랑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목사의 사명은 기쁨과 슬픔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성도들을 섬기는 과정에서 그 둘이 적절하게 구현되어야 하는 것이다. 


누군가 기뻐하고 있다면 나도 그 기쁨에 동참한다. 슬픔에 잠긴 이를 보면 그 슬픔에 동참한다. 종종 기쁨과 슬픔은 마구 섞인 채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자주, 오랜 기쁨 또는 오랜 슬픔의 시기를 통과하기도 한다. 또한 너무도 자주, 목사는 슬픔에 빠진 이를 기쁨으로 인도하고, 즐거워하는 이들을 주어진 상황에 맞게 슬픔으로 인도하기도 해야 한다. 슬픔을 기쁨으로 바꾸는 것이 우리의 목표가 아니라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한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


지난 6년은 내게 매우 고통스러운 시기였다. 이 시기에 부모님뿐 아니라 내 형님까지 세상을 떠났다. 가까운 지인들은 만성 질환, 우울증 등 다양한 비극들을 겪었다. 최근 친구 한 명과 함께 내 어려운 시기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놀랍게도 그 시기 내내 나를 향한 하나님의 불쌍히 여기심과 사랑하심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예수께서 하신 말씀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마 16:24)를 생각하고 있었을 때, 내 친구가 라 스토르타(La Storta)에 있던 로욜라의 이그나티우스(Ignatius of Loyola)를 그린 작은 그림 하나를 보여 주었다. 그 그림에서 이그나티우스는 십자가를 진 그리스도께서 자기 자신을 부르시는 환상을 본다. 이 그림을 그린 화가는 다른 사제들이 상처 입은 어떤 사람을 업고 걸어가는 모습을 배경에 그려 넣었다. “목회는 단순히 ‘자네’ 십자가만 지고 가는 것이 아니라네. ‘다른 이들’ 역시 십자가를 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지. 거기서 자네가 위로를 얻기 바라네.”      


슬픔을 겪는 이들을 받아주고 심지어 그들을 업고 가는 것은 그리스도의 사랑을 선포하는 것이고, 이는 목사 소명의 중요한 부분이다. 다른 이들 역시 자기 십자가를 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회라는 것을 깨닫자 내게 힘과 용기가 생겼고, 역설적이게도 소망이 생겨났다. 내가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지? 넌 왜 ‘그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 거야? 도무지 답을 알 수 없을 때가 많지만, 우리가 확신하는 한 가지는 하나님께서 우리가 사랑 안에서 서로의 슬픔을 나눠  지고 함께 걸어가기를 바라신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그렇게 할 때, 우리의 슬픔은 그리스도의 사랑을 통해 억제되고 또한 성숙된다.


부활의 삶


당연히,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으심은 복음의 결말이 아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그 자체로서 하나님의 능력과 사랑의 표현이나, 하나님의 구속 계획을 완전한 형태로 보여주는 것은 그리스도의 부활이다. 그리스도의 부활이 우리가 경험할 부활을 보여 준다는 약속에 우리의 소망과 우리의 기쁨이 닻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죄와 죽음이 승리하고 우리 삶에 고통이 끝없이 일어나는 것 같아도, 그리스도의 부활에 그것들을 비춰볼 때 그것들은 일시적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우리가 지닌 기쁨은 이 세상에서는 잠시 억눌려질 수 있지만, 흔들리지 않는 미래의 구원의 약속 위에 굳게 서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승리는 ‘전적으로’ 미래 시제인 것만은 아니다. 부활의 사역은 아주 실제적인 방식으로 이미 시작되었다. 바울이 에베소 교인들에게 한 말을 기억하라. 그는 그 교회를 위해 기도하기를, “믿는 우리에게 베푸신 능력의 지극히 크심이 어떠한 것을 너희로 알게 하시기를 구하노라 그의 능력이 그리스도 안에서 역사하사 죽은 자들 가운데서 다시 살리시고”(엡 1:19–20)라고 하였다. 달리 말해 부활의 능력은 ‘이미’ 우리 안에 역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별히 우리가 고통의 시간을 통과할 때 이는 우리에게 중요한 기쁨의 근원이 된다. 이 세상에서는 우리가 언제나 어떤 형태로든 죽음을 경험할 수밖에 없지만, 동시에 우리는 부활의 삶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우리의 육체가 약해지고 있지만, 달리 보면 우리는 매일 새로워져 간다(고후 4:16). 하나님이 우리를 새롭게 하시는 방식을 관찰하고 실제로 그것을 발견하게 되면 우리는 기쁨을 배가할 수 있게 된다. 우리 삶 속의 하나님의 임재와 일하심에 뿌리를 둔 기쁨을 경험하면, 특히 어두운 고통의 터널을 통과할 때에, 지속될 뿐 아니라 자라기까지 하는 기쁨을 계속 누릴 수 있게 된다.


균형이라기보다, 사랑


우리는 바울의 신학을 흔히 “이미, 그러나 아직”이라는 말로 규정한다. 그리스도께서 이미 우리를 구속하셨으나 우리는 아직 우리의 영광스러운 최종 상태에 이르지 못하였다. 다시 말해 그리스도 안에서의 우리 삶은 여러 가지를 뒤섞어 담아놓은 봉지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님이 주시는 사랑과 구원으로 인한 기쁨을 경험하기도 하나, 이 타락한 세상에서 우리는 계속되는 죄악과 고통을 벗어날 수 없다. 현실이 그러하므로, 그 안에서 균형을 잡는 것보다는 그것들을 사랑으로 마주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다. 기쁨이나 슬픔은 올 때가 있고 갈 때가 있다. 모든 이들에게 그리스도의 임재와 능력이 더욱 구체적으로 보여지도록, 우리는 그저 사랑 안에서 그것들을 대할 뿐이다.




출처: www.9marks.org 

원제: In Ministry, Joy and Sorrow Don’t Cancel Each Other Out

번역: 이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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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Winston T. Smith

윈스턴 스미스는 펜실베니아주 아빙턴에 위치한 Saint Anne's Church의 교구목사이다. 대표 저서로 'Untangling Emotions'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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