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이 너무 세련되어도 괜찮을까
by Greg Forster2019-06-13

과거에는 물건을 사면 부서지거나 고장이 날 때까지 쓰는 게 보통이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그렇지 않다. 가령 스마트폰 한 대를 1년 넘게 쓰거나, 10여 년 동안 부엌을 리모델링하지 않으면, 스스로 시대에 뒤쳐졌다고 느끼곤 한다. 물론 오래된 것을 그대로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새 것을 선호하고 또 새로운 모델이 나오면 앞다투어 그것으로 바꾸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우리가 크리스천으로서 새로운 물건과 서비스에 많은 관심을 두며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게 바람직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서는 균형 잡힌 복음의 시각이 필요하다. 체조 선수들이 평균대에서 균형을 잃으면 떨어지듯이, 어느 한쪽으로만 답을 구하다 보면 결국 넘어지고 말기 때문이다. 나는 취미 생활에 필요 이상의 돈을 쓰며 새로운 물건을 사는 버릇이 있다. 반면, 너무 사지 않아 문제가 되는 정반대의 예도 있다. 언젠가 아내는 내 구두를 가리키며, 아무리 좋아해도 그렇지 신발에 구멍 날 때까지 신고 다니냐며 지적한 적이 있다. 낡아빠진 구두를 혼자 멋있다고 생각하며 계속 신고 다니는 모습이 심지어 게을러 보이기까지 한다고도 말했다. 아내는 비 오는 날 괜히 창피를 당하지 않으려면 얼른 가서 새 신발을 사라고 나를 재촉했다.


우리가 이 평균대에 올라가 어느 한쪽으로 떨어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균형 잡힌 삶이란, 자랑이나 자기만족을 위해 쓸데없는 사치를 하지 않고, 그렇다고 성경적인 근거도 없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며 지나친 율법주의를 추구하지도 않는 상태를 의미할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이러한 모습에 이르고 또 그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까? 


여기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실이 있는데, 바로 하나님은 우리 모두가 맛보며 즐거워할 수 있는 대상으로 이 세상을 창조하셨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분이 지으신 세상을 마치 누리지 말아야 할 대상으로 생각한다면, 또한 지나친 금욕주의를 신앙의 척도로 생각한다면 이는 잘못된 접근이다. 칼빈이 들려주는 어느 수도사의 이야기가 있다. 이 수도사는 자신이 얼마나 적은 양의 빵과 물만 먹고 살 수 있는지에 도전했다고 한다. 결국 하루에 빵 한 조각만으로 살게 된 이 수도사는 옆방에서 탐욕스럽게 과식하는 동료를 비웃게 된다. 왜냐하면 그는 터무니없게도, 하루에 빵 두 조각을 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지어낸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칼빈이 이를 통해 지적하려던 바는 실제로 우리의 영혼에 큰 위협이 된다고 할 수 있다.


현대 사회는 대량 생산과 기술의 빠른 발전을 특징으로 한다. 즉 과거 어느 때보다 좋은 상품이 빠르게 또 끊임 없이, 그리고 대량으로 생산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개인의 소비 패턴을 완전하게 바꾸어 놓았다. 먼저 기술의 발전에 따른 변화를 살펴 보자. 예를 들어 내 경우는, 크리스천에게 검소한 생활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3년 이상은 쓰려고 하는 편이다. 하지만 만일 폰을 앞으로 10년 동안이나 더 쓰겠다고 결심한다면,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의 속도로 인해 나는 수많은 불편함을 겪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과 상품에 대한 구매 주기가 이전보다 자연스럽게 짧아진다. 이번에는 대량 생산에 따른 변화의 예를 들어보자. 산업의 발달로 인해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상품과 서비스의 시장 가격은 점진적으로 하락했다. 만약  내가 새로운 양말을 사서 신는 데 천 원 내지는 이천 원의 비용이 드는데 굳이 오래되어 다 떨어진 양말을 꿰매는 데 많은 시간을 쓴다고 가정해 보자. 이는 부가 가치가 높은 다른 일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그 시간에 하나님과 그분이 지으신 세계를 위해 더 잘할 수 있는, 더 큰 가치를 이룰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하지 않겠는가? 따라서 이는 합리적인 소비라고 말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이 두 가지의 예를 통해, 소비 문제의 중심은 결국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하느냐의 물음이란 사실을 알 수 있다.


우선순위와 균형을 구하는 일에 있어서, 소비를 죄악시하는 관점을 조심하고 합리적 소비를 감안해야 하는 것 못지 않게 우리가 크리스천으로서 또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사실이 있다. 바로 검약과 절제 및 섬김은 금욕과 마찬가지로 신앙생활에 빠져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각자가 가진 재물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인생의 모습을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마 제대로 된 신앙을 가진 크리스천 치고, 정욕을 일삼는 행위가 자신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그 심각성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안타까운 현실은, 자신이 소유한 돈으로 무엇을 하는지도 그만큼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크리스천은 별로 많지 않다는 것이다.


C. S. 루이스는 ‘순전한 기독교’(Mere Christianity)에서, 크리스천이 어떻게 검소하게 행하며 베푸는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관한 원칙을 제시한다. 그는 자신과 동일한 문화권에 살면서 비슷한 수입을 얻는 사람들의 소비 생활과 나의 생활을 비교해 보라고 조언한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자신이 상대보다 눈에 띌 만큼 적은 수준의 소비 생활을 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라고 제안한다. 우리는 이러한 평가를 통해 욕심에 탐닉하는 소비는 점차 줄이고, 타인과 나누기 위한 소비는 더욱 늘려가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크리스천의 검소함이 매일의 생활에 반영되도록 힘써야 한다. 이 원칙은 성경적인 관점에서 우리가 어떠한 소비 생활을 이루어야 할지를 판단하도록 도와준다. 나와 당신은 오늘을 살아가는 크리스천으로서 사회적 맥락과 자신의 경제 활동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지를 깊이 생각해야 할 뿐만 아니라, 우리는 세상과 다르게 살아가도록 부름 받았다는 사실을 삶을 통해 드러내야 한다. 




출처: www.thegospelcoalition.org

원제: Is It Morally Okay to Keep Updating My Things?

번역: 장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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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Greg Forster

그렉 포스터는 Yale University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Oikonomia Network의 디렉터와 Trinity International University의 외래교수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