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감당할 수 없는 가족
by Tim Keesee2019-05-29

인생을 돌아보니, 나는 언제나 우리 가족의 역사가 담긴 물건을 수집하고, 그 이야기를 기록하며, 서로의 모습이 찍힌 사진을 소중히 간직해 왔다.


모두가 비슷하지 않나 싶다. 자신에게 소중한 이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나 그에 대한 기억을 귀하게 여긴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런데 이 땅에서 맺은 가족 관계는 너무도 귀하지만 결국에는 끊어지고 사라지는 법이다. 마치 우리의 인생살이와 같다. 오직 그리스도의 은혜로 맺게 된 가족만이 영원히 남는다. 나는 세계에 흩어진 그 믿음의 가족을 돌아보느라 지난 20여 년을 보냈다. 주로 기독교 신앙에 적대적인 국가의 크리스천들과 함께 했는데, 과거에는 ‘철의 장막’ 너머에 있는 나라들에서부터 최근에는 전쟁의 상흔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보스니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 이르기까지 80개국 이상의 나라를 다녀왔다. 그런 곳을 오가며 보고 들은 소식을 함께 나누며 그 긴 세월을 보낸 것이다.


믿음의 가족은 그리스도의 피로 인해 우리의 영혼이 거듭날 때 세워진다. 이는 그분이 우리를 입양하여 하나가 되게 하신 가족으로서 영원히 존속될 뿐 아니라 그 구성원도 모든 대륙과 문화 및 역사 속에 널리 퍼져있다. 이렇듯 우리 모두는 통치하시는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이다. 물론 성경에 등장하는 신앙의 선배들까지 다 한 가족이다. 이와 같이 널리 흩어진 다양한 민족과 세대가 모여 조화로운 대가족을 이룬다는 사실 자체가 얼마나 놀라운 신비인가? 피보다도 진하고 죽음보다 강한 그 관계를 생각하면, 오직 은혜만이 그런 가족을 세운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교회사는 한 가족의 이야기


수년 전, 알바니아에 간 적이 있다. 발칸 반도에 자리한 그 나라는 지난 오십 년간 잔혹한 공산주의 독재 정권을 경험했다.


냉전 시대의 알바니아는 동유럽의 ‘북한’(North Korea)이라고 불릴 정도로 수십 년 동안 국제 사회로부터 고립된 상태였고, 국민들은 빈곤과 핍박 등으로 고통받았다. 1990년에 공산주의 정권이 무너졌을 때, 그 나라 전역에서 교회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알바니아 국민을 향한 하나님의 자비가 깊어, 시간이 흐르며 나라의 구석구석에 복음이 전파되었다. 그 결과, 20년 만에 모든 도시와 대부분의 마을에서 예배의 처소인 교회가 세워졌다.


그렇게 알바니아에 복음의 자유가 선포되며 확장되던 때에, 거기서 사역하던 한 친구가 자신이 돌보는 작은 회중을 대상으로 교회사에 관해 강의해 달라고 내게 요청해왔다. 그 회중은 알바니아의 1세대 크리스천들이었다. 나는 그 요청을 받아들였고, 매일 밤 그들과 함께 지난 역사를 누비면서 그리스도를 신실하게 따랐던 형제자매들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시간을 통해 그들이 깨달은 바가 있었다. 이는 자신들이 듣고 믿게 된 복음이 다름 아닌 바울과 폴리캅(Polycarp) 그리고 페르페투아(Perpetua)가 믿고 순교했던 바로 그 복음과 동일하다는 사실이다. 또 자신들이 가진 믿음은 마틴 루터(Martin Luther)가 그토록 변호하고자 했고, 또한 허드슨 테일러(Hudson Taylor)가 지구 반대편에서 중국어로까지 설교하며 전파하고자 했던 그 믿음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더 나아가 윌리엄 틴데일(William Tyndale)이 영어로 번역하고 윌리엄 캐리(William Carey)가 벵골어로 옮기고자 했던 그 책, 바로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이 이제는 자신들의 모국어인 알바니아어로 전파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러한 깨달음이 생기자, 그들의 눈에서는 빛이 나고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해졌다. 그리고 지난날 미신에 속아 어리석은 행동을 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렇게 교회사의 이야기를 듣고 나자, 이제 그들이 바라보는 교회란 그저 한 아파트 거실에 둘러앉은 4, 50명의 사람들이 아니라, 전세계에 흩어져 있으나 분리될 수 없는 모든 크리스천이 되었다. 그들은 곧 역사와 국경을 뛰어넘어 모든 나라와 세대 가운데 자신의 가족을 부르고 계시는 예수님의 구원 사역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교회사에 등장하는 ‘믿음의 영웅들’을 만나자 마음에는 강철과 같은 담력이 생기고, 여전히 직면해야 했던 박해와 조롱도 견뎌낼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되었다. 이런 확신에 차서 그들은 찰스 웨슬리(Charles Wesley)의 다음과 같은 찬송시를 고백하게 되었다.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찬양과 사랑을 고백하라

위아래에 있는 모든 성도여

하늘과 땅에 있는 교회여

그 사랑을 늘 고백하여라”


한 가족의 여러 얼굴


세계를 창조하신 하나님의 손길은 대자연에서 경이롭게 드러난다. 나 역시 만물을 지으신 그분의 솜씨에 많은 순간 감탄한다. 크레용처럼 빨갛게 세상을 물들이는 저녁 노을을 바라보았을 때, 나뭇가지로 엮인 둥지 안에서 지저귀는 아기새들을 발견했을 때, 또 아프가니스탄의 메마른 골짜기에서 깊고 어둔 밤하늘로 쏟아지던 은하수를 바라보았을 때, 그 모든 세계를 지으신 하나님을 찬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처럼 그분의 창조 사역이 자연을 통해 드러난다면, 그분의 구속 사역은 하나님의 백성 가운데 펼쳐진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차원에서 나는 구름처럼 빽빽한 믿음의 증인들과 그들이 남긴 이야기를 통해 큰 감명을 받곤 한다. 그리스도를 쫓아가고자 했던 그들의 걸음은 언제나 나의 걸음을 더욱 재촉한다.


그중 한 예로, 언젠가 중동에서 만났던 한 사역자가 생각난다. 그의 이름은 무함마드(Mohammad)였는데, 한 10년 전에 헤즈볼라(즉 레바논의 시아파 이슬람 조직)의 본거지 안에 교회를 세웠다. 그 옆에는 거대한 이슬람 사원이 자리하고 있고, 주변의 거리 곳곳에는 자살 테러범을 칭송하는 포스터가 나붙어 있다. 하지만 무함마드가 돌보는 교회에는 그리스도가 주시는 생명의 말씀을 듣고자 매주 사람들이 모인다. 협박이나 감옥이 기다리고 있어도 그들은 침묵하지 않는다. 한때는 이슬람의 사슬에 매여 있던 그들이 이제는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주시고 죽은 자를 일으키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구원을 받게 되었기 때문이다. 영생을 소유한 그들을 회유하며 협박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 되었다. 무하마드의 사역은 이렇듯 복음의 진전이 얼마나 놀랍게 이뤄질 수 있는지를 나에게 일깨워 주었다.


또 나는 셰릴(Cheryl)이라고 불리는 친구도 기억한다. 그녀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순교 당하기 전에 이사야 43장을 묵상하며 다음과 같은 시를 지은 적이 있다.


“물이 넘쳐 흐르고 강은 더욱 깊어져

밀려오는 파도가 내 위로 덮치네

물에 빠져 절망하며 숨조차 쉴 수 없을 때

나를 부르시는 그 음성


두려워 말라, 내가 너를 구속하였노라

놀라지 말라, 내가 너를 부르노라

오늘 내가 너로 마른 땅을 밟게 하리라

이제 너와 함께하리니 아무도 너를 휩쓸지 못하리라”


지금도 나는 이 시를 읊는 그녀의 목소리를 기억한다. 그리고 그 목소리를 떠올릴 때면, 우리를 구속하기 위해 고난 받으신 주님을 깊이 생각하게 된다.


한 가족의 닮은 모습


마지막으로 나는 또 다른 친구들인 이반(Ivan)과 오크사나(Oksana)로부터 받은 편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들은 지금도 이슬람 국가에서 사역을 하고 있는데, 거기서 보내 온 편지를 읽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결국 이슬람 급진파 신도들이 우리 형제들에게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더니 언젠가 한 율법학자가 베레조브카에 있는 형제들을 찾아와서는, 3일 간 시간을 줄 테니 그리스도를 부인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형제들은 그리스도를 따르기로 결심해서 그런 일은 없을 테니, 3일 동안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현장에서 답변했지요. 그때 그 목소리에는 사랑과 온유가 느껴지면서도 단호함이 서려 있었어요.”


가족이 서로 닮는 건 어쩔 수 없다. 베레조브카에 있는 형제들이든, 무함마드이든, 셰릴이든, 또는 “아무도 능히 셀 수 없는 큰 무리”(계 7:9) 중에 속한 그 누구이든 간에, 이 모두는 예수 그리스도를 닮은 가족이기에 그분이 보이신 부활의 능력을 함께 증언한다. 나는 죽음도 불사하며 참된 기쁨을 추구했던 그들의 이야기를 전할 때, 주님의 빛나는 영광과 변치 않는 구원의 약속을 느낀다. 마찬가지로 앞서간 가족의 이야기를 나누는 우리 모두도, 그 안에서 역사하신 하나님을 바라보며 큰 믿음의 격려를 얻게 될 것이다.




출처: www.desiringgod.org

원제: Across Continents and Centuries: Why Church History Is Our History

번역: 장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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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Tim Keesee

팀 키시는 Frontline Missions International의 설립자 겸 책임감독자으로 25년 넘게 섬기며 80개국 이상의 선교지를 순회했다. 다큐멘터리 시리즈 Dispatches from the Front의 책임 프로듀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