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함께해 온 칼빈주의와 교회 개척
by Jeff A. Medders2019-03-22

목회자들의 책장에는 칼빈주의에 관한 서적이 많다. 그들은 (칼빈주의가 주창하는) 은혜의 교리를 설교와 상담과 양육 사역에 실천적으로 적용하는 일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그 교리가 단지 탁상공론으로 머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실 칼빈주의는 신학적인 지식을 넘어, 특별히 교회 개척을 지향하는 신앙 체계라고 할 수 있다. 아마 이 말에 많은 사람들이 뜨거운 마음으로 동의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칼빈주의가 어떻게 교회 개척을 일으키고 지속시키는지에 대해서는 흔히들 생각해 보지 않는다.


교회 개척에 동기를 부여하는 칼빈주의


교회 개척이란 핵심 멤버를 모으는 일부터 쉽지 않은 사역이다. 예를 들어 가족을 이끌고 외딴 지역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해 보라. 온몸에 진땀이 흐를 것이다. 저조한 출석 인원, 비어 있는 예배당, 이래저래 따라올 수 있는 상황적인 압박 등은 제 아무리 믿음의 용사라도 맥 빠지게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힘든 개척 사역을 어떻게 지탱해야 할까? 이에 대한 답변을 칼빈주의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는 먼저 구원 역사에 미치는 하나님의 주권이 개척에 대한 우리의 사명을 극대화시킨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곧 하나님만이 누구도 멈출 수 없고 좌절시킬 수도 없는 능력의 근원이시며 우리는 바로 그 능력을 지니신 이와 더불어 사명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 우리의 마음과 시선은 잃어버린 자들을 향해 열리게 된다. 여기서 은혜의 교리는 우리의 노력과 인내를 무의미하게 만들지 않고, 오히려 그에 힘을 불어넣으며 왜 우리가 교회를 개척해야 하는지를 상기시켜 준다. 그 이유란 다름 아닌, 하나님이 죄인들을 구원하시기 때문이다. 요나의 표현을 빌려 말한다면, “구원은 여호와께 속하였”으며(욘 2:9), 그 주님이 우리와 함께하시기 때문이다.


칼빈주의 5대 교리와 교회 개척


칼빈주의 5대 교리는 개혁주의 구원론을 정리하는 데서 그 역할을 다하지 않는다. 오히려 5대 교리는 교회 개척을 위한 신학을 제공하고, 다른 지역으로 사람을 파송하게 만들며, 총체적인 선교학을 견고히 세워 준다.


전적 타락


인간이 전적으로 죄악에 물들어 있다는 전적 타락의 교리는 누구라도 스스로를 구원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가르친다. 따라서 도시나 시골이나 교외, 그 어디에 살고 있든 상관없이, 모든 이들은 복음을 듣고 받아들여야 한다. 이때 영적으로 타락하여 죽은 사람을 소생시키는 일은 오직 구원자만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개척을 통해 각 지역에 교회들이 확산되게 함으로써 복음의 메시지를 세상에 전파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무조건적 선택 및 제한 속죄


이 두 가지 교리는 하나님이 예수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에만 근거해서 “각 족속과 방언과 백성과 나라 가운데서 사람들을” 구원하신다는 사실을 가르친다(계 5:9). 이 사실대로라면, 주님이 오실 때까지 교회는 그분의 은혜 가운데 계속 성장하게 된다. 왜냐하면 주님이 세계 모든 지역에서 자신의 양을 돌보고 계시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과제는 무엇일까? 바로 나팔을 불어 이 소식을 알리는 것이다. 그 선하신 목자에 대해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카페에 있든, 학교에 있든, 시장에 있든, 우리는 그 어디서나 예수님을 알리기 위해 힘써야 한다. 거기에 그분의 양이 있다면, 그(녀)는 우리를 통해 전해지는 목자의 음성을 듣게 될 것이다(요 10:27).


불가항력적 은혜


불가항력적 은혜의 교리는 우리가 지고 있는 부담을 덜어 준다. 왜냐하면 하나님 자신이 영적으로 죽은 자들을 그리스도 안에서 소생시키신다고 가르치기 때문이다. 사역의 성공은 우리에게 달려 있지 않다. 즉 우리의 설교나 전략이나 세련되게 갖춘 예배 형식이 사람들을 구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직 하나님만이 그 일을 하신다. 이런 관점은 우리의 잘못된 부담을 덜어 주면서, 동시에 사역에도 정진하게 만든다. 다름 아닌 하나님이 그분의 약속대로 일하시기 때문에, 우리는 확신을 가지고서 교회를 개척하고, 복음을 전하며, 지속적으로 제자 삼는 일을 추진할 수 있는 것이다. 교회 개척은 지상 사명을 성취하고 예수님과 동행하는 삶을 실천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일이다. 따라서 우리는 그 길에서 교회를 자라게 하시는 하나님을 신뢰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전 3:5-7).


성도의 인내


성도의 인내에 관한 교리는 하나님이 우리로 하여금 마지막까지 신앙을 지키도록 하신다는 내용을 가르친다. 그런데 여기서 신앙을 지키며 인내하는 여정은 홀로 걷는 길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 교리는 신자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을 가리키는 복수형으로 표현된다(perseverance of the saints). 즉 인내는 세상에서 부름 받은 사람들의 모임인 교회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의미이다. 달리 말하면, 성도의 인내란 (다른) 성도와 함께하는 인내이다. 이때 지역 교회는 마지막까지 신앙으로 인내하는 성도의 여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감당하게 된다(히 10:24-25).


간혹 칼빈주의자로 자처하는 사람들 중에는 정교한 개혁신학의 요점을 다루며 앉아서 토론만 하거나 인터넷상에서 다른 신학 전통에 대해 비판하기만 좋아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진짜 칼빈주의는 그런 일에 시간을 보내도록 우리를 놔두지 않는다. 만일 칼빈주의가 우리로 하여금 불필요한 논쟁에서 벗어나 잃어버린 영혼들을 향해 하나님의 은혜를 선포하도록 이끌지 않는다면, 그 전통은 설익은 신앙 체계에 불과하거나, 아니면 아예 해롭고 위험한 사상일지도 모른다.


진짜 칼빈주의는 선교적 칼빈주의이다. 여기에 역사적 칼빈주의의 진면모가 있다. 가령 칼빈 자신이나 옛 칼빈주의의 전통을 고수했던 찰스 스펄전과 같은 인물은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전파하는 사명의 중요성을 제대로 알고 있었다.


교회 개척의 선두 주자, 칼빈


칼빈은 서재에만 틀어박혀 산더미처럼 책을 쌓아 놓고 공부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교회 개척에 대해 뛰는 가슴을 품은 목회자였다. 그래서 그의 사역도 저술과 설교 및 주석 작업을 넘어 더욱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 제네바에서 목회하는 동안, 칼빈은 목사후보생들을 훈련하고, 양성하며, 파송해서 교회를 개척하게 했다. 이에 대해 존 스타크(John Starke)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1555년이 될 때까지 칼빈은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그의 동역자들과 더불어 총 5개의 교회를 프랑스 지역에 개척했다. 4년 후에는 프랑스에 개척된 교회가 100여 개가 되었다. 1562년에 이를 때까지는 칼빈이 목회하던 제네바와 그 주변 도시들의 협조로 2,000개 이상의 교회를 프랑스에 개척하게 되었다. 이렇듯 당대 유럽에서 칼빈은 교회 개척의 선두 주자였던 셈이다. 그는 교회 개척에 요구되는 사역의 전 과정을 이끌었다. 곧 선교사와 교회 개척자를 훈련하고 평가하며 파송한 후에 그들을 위해 기도했을 뿐 아니라, 계속해서 상담하고 편지하며 사역을 지도했던 것이다.”


이처럼 진짜 칼빈주의자라면, 교회 개척의 불씨를 꺼뜨리기보다 타오르게 할 것이다.


교회 개척의 전략가, 스펄전


우리는 교회 개척 프로그램이 마치 현대에 고안된 새롭고 유익한 대안인 것처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오래 전에 스펄전이 영국에서 세운 목사후보생 대학에서 그런 프로그램을 이미 운영했기 때문이다. 스펄전은 단지 위대한 설교자만이 아니었다. 그는 열방에 사람들을 보내 교회를 개척하고 갱신시키는 프로그램 운영자였다.


스펄전을 연구하는 톰 네틀스(Tom Nettles)는 이렇게 말했다. “스펄전은 적극적이고 창조적인 수단을 사용하여 어려운 지역에서 전도하는 교회 개척자가 되도록 학생들에게 매우 분명한 동기부여를 했다.” 또한 스펄전 자신은 그가 창간한 월간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다. “우리가 간절히 원하는 바는 이 학교가 국내에서든 해외에서든 점점 더 선교 사역을 위해 쓰임 받는 것이다. 우리 기도에 주님이 응답하여 그 일을 이루시리라고 믿는다.” 물론 주님은 그 일을 실제로 이루셨다.


네틀스의 기록에 의하면, 스펄전의 목사후보생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은 영국, 스페인, 남아프리카와 북아프리카, 뉴질랜드, 호주, 자메이카, 터키, 도미니카공화국, 하이티, 남미, 인도, 캐나다, 미국 등지에서 교회를 개척했다. 1891년부터 1892년까지 스펄전의 목사후보생 학교에서는 거의 900명의 사람들이 훈련을 받았다. 그리고 약 30년 전인 1864년부터 추산한다면, 약 100,000명의 사람들이 스펄전이 배출한 교회 개척자들에 의해 세례를 받게 되었다.


지금도 함께하는 칼빈주의와 교회 개척


칼빈주의와 교회 개척은 이렇듯 오랜 관계를 맺고 있다. 칼빈과 스펄전뿐 아니라, 오늘날 호주, 부르키나파소, 칠레, 콩고, 인도, 일본, 케냐, 레바논, 말라위, 모잠비크, 파키스탄,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터키, 아랍에미리트, 우간다 등에 740여 개의 교회를 두고 있는 Acts 29(사도행전 29장) 운동 역시, 칼빈주의자들이 얼마나 진지하게 교회 개척을 추진하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처럼 하나님의 은혜는 너무나도 선하고, 영광스럽고, 눈부셔서 우리의 책장 속에만 갇혀 있을 수 없다. 오히려 그 빛은 거기서 나와, 오늘도 우리가 개척하는 사역 현장 속으로 침투할 수밖에 없다.




출처: www.thegospelcoalition.org

원제: Calvinism and Church Planting Are Old Friends

번역: 장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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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Jeff A. Medders

제프 A. 메더스는 텍사스주 톰볼에 위치한 Redeemer Church의 담임 목사로 jamedders.com의 운영자이며, 작가들을 위한 팟캐스트 Home Row의 호스트이다. 대표 저서로 '겸손한 칼빈주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