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징에 대한 로마 가톨릭과 개신교의 견해 차이
by Jeremy Kimble2019-03-14

로마 가톨릭과 개신교의 교리 차이에 대해서는 수세기 동안 다양하게 논의되어 왔다. 예를 들어 이신칭의, 세례, 성찬, 성인 숭배, 교회의 조직 등 넓은 범위에 걸친 주제들을 다루며 양측이 논쟁해 온 것이다. 그런데 권징에 관해서는 둘 사이의 차이를 다룬 설명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먼저 이 주제에 관한 역사적인 배경을 간략히 소개하고, 다음으로 권징에 대한 두 교파의 견해를 살펴본 후에, 마지막으로 그들의 견해를 평가하고 성경적인 권징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역사적인 배경


처음 몇 세기 동안에는 교회가 성경의 가르침을 따라 권징을 일관되게 적용해 온 것으로 여겨진다. 분명히 초대 교회는 거짓된 교리를 퍼뜨리거나 도덕적으로 순결하지 않은 교인들을 징계했다. 당시 대부분의 교회는 두 가지 종류의 회개가 있음을 인정했는데, 곧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구원받을 때 수반되는 단회적 회개와 그 결과로 신자가 된 사람이 일생동안 죄와 싸우게 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반복적 회개를 인정하였다. 따라서 과중한 죄에 계속해서 직면한 그리스도인들은 그들의 잘못을 교회 앞에 시인함으로써 친교를 회복하도록 힘써야 했다.


그런데 3, 4세기에 이르러서는 (그와 같은 회개를 통해) 교회에서 원래의 직분을 회복하는 일이 어려워졌다. 왜냐하면 ‘참회의 권징’(penitential discipline)을 받으며 회개하는 자가 기존의 교인 자격을 완전히 회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죄에 대해 타인의 기도를 간청하거나 성찬 참여가 금지된 상태에서 예배에 참여하는 등 더욱 구체적인 단계를 수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규정된 참회의 행동이 결국에는 교회의 권징 방식을 바꾸는 데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처럼 시간이 흐르며, 마태복음 18장에서 가르치는 방법과 같은 성경적인 권징의 절차는 동서방 교회를 막론하고 점차 사라지거나 바뀌게 된다. 교회의 지도자들은 원리적으로는 권징을 부정하지 않았지만, 실천적으로는 그 관습을 서서히 버리게 되었다. 그리고 바로 그 자리에, 속죄를 위한 참회의 과정이 제도화되어 등장한다.


권징에 대한 로마 가톨릭의 견해


이 참회의 방식은 결국 로마 가톨릭의 역사에서 성문화된 규범으로 확립된다. 가톨릭교회는 가르치기를,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은 “저지른 죄에 대한 슬픔과 혐오”를 수반하며 미래에 그 죄를 더 짓지 않겠다는 결심을 가져온다(로마 가톨릭교회 교리문답, 1490). 이때 참회는 뉘우침을 표현하는 세 가지 종류의 행위로 이루어져 있다. 회개(repentance), 사제에게 행하는 죄의 자백(confession), 삶의 개선을 표현하는 보상(reparation)이 그것이다.


회개는 반드시 믿음으로 가득 찬 동기와 하나님에 대한 사랑으로 수행되어야 한다. 또 하나님 및 교회와의 관계를 회복하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자신의 양심을 철처히 살펴본 후에 기억나는 모든 죄, 즉 아직 자백하지 않은 모든 과중한 죄를 사제에게 말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죄를 자백하는 사람은 “죄로 인하여 손상된 문제를 보상하고 그리스도의 제자에 합당한 습관을 재정립하기 위해” 참회하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이 행동에는 금식과 기도와 구제가 포함되지만, 공의를 행하고, 고통을 감수하며, 성경을 읽거나, 전례주년(the liturgical year)의 절기와 일자를 준수하는 일 등도 포함될 수 있다.


그리고 로마 가톨릭에서는 사도의 후계자라고 간주되는 사제들만 “교회의 권위로부터 용서하는 직분을 받아 화해의 사역을 행하며”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죄를 용서할 수 있다. 참회의 결과로는 하나님 및 교회와 더불어 화목하게 되는 상태, 대죄(mortal sins)에 대해 주어진 영속적 형벌이나 다른 죄에 대해 주어진 일시적 형벌의 면제, 양심의 평안과 안정, 영혼의 위안, 그리고 신앙의 전투를 위한 영적 활력의 증가 등이 따라온다.


이러한 관습들에 더하여 로마 가톨릭에서는 필요한 경우에 출교도 시행한다. 이는 가톨릭 법에 의거하여 중대한 죄를 범한 사람에게 교회가 행할 수 있는 가장 엄격한 형벌이다. 이 형벌은 “성찬만이 아니라 교회에서의 다른 활동도 하지 못하도록 금지한다. 이 형벌을 받는 자에 대해서는 교회법에 따라 교황과 지역 주교, 그리고 그들에 의해 특별히 권한을 부여 받은 사제 외에는 사죄를 행할 수 없다.”


이때 출교가 성경과 그 가르침에 관한 역사의 권위있는 해석과 조화될 경우에는 오류가 없는 권징으로 간주된다. 또한 출교된 사람은 참회의 방법으로 그들의 죄를 사죄받지 못하기에 교회 밖으로 추방되어 저주를 받는다. 결국 요약하자면, 로마 가톨릭의 권징은 사도적 후계자에 귀속된 권위 아래 행해지는 죄의 자백, 참회, 그리고 특정한 경우에 주어지는 출교라는 방법을 통해 시행된다고 할 수 있다.


권징에 대한 개신교의 견해


로마 가톨릭이 규정한 자백이나 참회의 방법과는 달리, 권징에 대한 개신교의 가르침은 신자의 제사장 직분에 의해 행해지는 회개(repentance)와 회복(restoration)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마틴 루터(Martin Luther)는 스스로 로마 가톨릭의 참회 제도를 깊이 경험한 자로서 그 권징 방식에 대해 비성경적인 관습이라고 비판하였다. 지역 교회에서 각 신자가 행하는 참된 회개와 통회의 대체물이 되어 버린 가톨릭교회의 관습을 루터가 비판하자, 이는 종교개혁을 촉발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이 움직임은 또한 다른 이들로 하여금 권징에 대한 성경적인 이해와 적용을 더욱 추구하게 만들었다.


루터의 많은 작품들이 이 주제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세 편의 소논문 내지 설교가 구체적인 설명을 제공하고 있다. 바로 ‘금지에 관한 설교’(A Sermon on the Ban, 1520), ‘열쇠’(The Keys, 1530), ‘공의회와 교회에 관하여’(On the Councils and the Church, 1539)라는 작품이다. 이러한 문헌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논의는 참회와 교황의 권위에 대한 로마 가톨릭의 관점에 반대하는 루터의 입장을 대변하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루터는 마태복음 18장 15-17절, 고린도전서 5장 1-13절, 데살로니가후서 3장 14절, 요한이서 1장 10-11절과 같은 본문을 인용하며, 그리스도인이 자신의 영적 유익을 위해 지역 교회의 권징을 따라야 한다고 권한다. 그에 의하면, 신자가 자신의 죄에 대해 가슴 깊이 회개하며 뉘우치는 과정에서 권징은 영적 열매를 맺게 하는 방편이 된다. 그러나 하나님이나 회중으로부터 용서를 얻기 위해 다른 부가적인 참회의 행위를 할 필요는 없다.


또한 루터는 (가톨릭교회에서 권위를 상징하는) ‘열쇠’란 교황이나 주교가 아니라 성도가 가지고 있는 권위라고 강조했다. 가령 마태복음 18장과 고린도전서 5장은 교인들이 권징에 참여하는 과정을 설명하는데, 거기서 권징은 단지 사도들의 명령에 의해서만 시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권징의 목표는 누군가를 영원히 교회 밖으로 추방하여 소망을 갖지 못하게 하려는 데 있지 않고, 참된 회개를 통하여 원래의 신앙을 회복하도록 돕는 데 있었다. 따라서 교회 전체가 권징의 과정에 참여했으며, 혹 출교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성경의 가르침에 일치되게 그 판결을 행할 책임이 교회에 있었다. 그러나 교회의 책임은 거기서 다하지 않았고, 그 출교된 자를 권하여 회개하게 하는 데에도 교인들의 지속적인 역할이 요구되었다.


또 다른 종교개혁자인 존 칼빈(John Calvin)은 또 다른 구체적인 목표를 염두에 두고 권징을 시행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교회가 올바른 교리와 하나님의 영광과 그 백성의 경건한 삶을 보존하기 위해 권징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의하면, 권징은 범죄하는 사람의 교정과 회복을 위해 시행되어야 하는 방편이었다(기독교강요 4권 12장 113절).


재세례파 종교개혁자인 발타자르 후브마이어(Balthasar Hubmaier) 역시 교회 권징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내세웠다. 후브마이어는 세례, 교인의 자격, 성찬, 제자도, 권징을 다 교리적으로 연결시켜서 그 모든 요소들이 서로 뗄 수 없게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교회 전체를 수호하는 가운데 회개하지 않은 죄인이 회개하기를 바라며 인내하기 위해서는 교회에 의해 행해지는 권징의 성경적 기준을 확고히 할 사명이 있다고 피력했다.


이와 같이 교회 안에서 권징을 시행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약간의 차이를 보일지라도, 이 대표적인 개신교 주자들은 로마 가톨릭이 내세우는 참회의 관습만이 아니라 교황과 주교가 교회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사상 자체를 비판했다. 오히려 지역 교회가 권징을 시행할 때 자체적으로 권위를 행사하여 교인들에게 회개를 요구해야 하며, 다른 참회 행위 따위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평가와 적용


앞서 설명한 각 견해에 대한 평가는 우선 ‘참회’ 사상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성경은 사람의 마음과 삶의 변화를 가져오는 회개를 가르친다. 이 회개는 사람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 하나님 앞에서 심히 죄악되다는 사실을 전제하며, 죄에 대한 슬픔과 그 죄로부터 의를 향해 돌이키는 결단을 수반한다. 그런데 이 회개의 과정은 저지른 죄에 상응하는 호의를 하나님으로부터 얻어 내려는 참회의 행위(즉 더 많은 죄를 지을수록 더 많은 참회가 요구되는 행위)와는 다르다. 분명히 회개가 변화를 동반하지만, 이는 은혜를 받아 내려는 과정이 아니다. 오히려 이미 주어진 은혜에 근거하고 있는 과정이다(빌 2:12-13). 그리고 죄에 대해 궁극적인 값을 치른 이의 공로를 인정하는 과정이다(롬 3:21-26). 따라서 회개에 대한 개신교의 견해가 성경의 가르침을 더욱 정확하게 보여 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음으로 천국의 열쇠를 사용하는 권한에 대한 평가도 해야 한다. 이 권한은 로마 가톨릭에서 사도직을 계승했다고 간주되는 권위자들에게 속해 있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모든 지역 교회와 교인들에게 속해 있으나 다만 그 사용 과정에서 지도자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이해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 원리는 마태복음 16장 19절과 18장 18절에서 예수님이 천국의 열쇠를 사용하는 권한을 부여하며 반복적으로 언급하시는 구절을 통해 분명히 발견되기 때문이다. “무엇이든지 너희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리리라.”


이 마태복음 18장에서 예수님은 교회 권징이 어떤 과정으로 시행되어야 하는지를 설명하시는데, 그 과정은 교회 전체가 참여하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또 이에 대한 다른 사례 역시 고린도전서 5장 1-13절에서 발견되는데, 여기서도 바울은 회개하지 않는 사람을 쫓아내는 일을 교회 전체가 하라고 명령한다. 따라서 열쇠의 권위는 지역 교회에 귀속되지, 교회의 정치 위계에서 상부에 자리한 어느 특정인들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와 같은 성경적인 가르침을 따르기 위해서는, 권징에 대한 개신교의 견해가 구체적인 원칙에 따라 적용되어야 한다. 여기서는 그중 세 가지 요점만을 언급하고 글을 맺고자 한다. 첫째로, 우리는 교회의 구성원으로서 서로를 권면하여 죄를 피하도록 돕는 일을 할 때 동료 지체에 대한 우리의 역할과 책임을 진지하게 이행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로, 지역 교회는 회개를 권하여 사람을 회복시키는 권징을 시행할 때 성경이 요구하는 바에 가감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셋째로, 권징이 오늘날 우리 문화에서는 그리 보편적이지 않을지라도, 교회의 모든 구성원은 권징을 가르치는 성경의 권위와 충족성을 신뢰하는 가운데, 제자를 삼고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며 거룩을 추구하는 본연의 소명에 신실해야 한다.




출처: www.9marks.org

원제: Two Views on Church Discipline: Protestant vs. Roman Catholic

번역: 장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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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Jeremy Kimble

제레미 킴블은 Southeastern Baptist Theological Seminary에서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그는 여러 학교를 대상으로 온라인 수업을 제공하며, 오하이오주 리마에서 Youth Ministry Institute에서 디렉터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