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목회자여, 너무 빨리 저술하지 마라
by Derek Brown2019-02-26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서른아홉 살의 젊은 목회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저술한 작품은 몇 권 되지 않는다. 출판되지 않은 박사 논문, ‘당신의 목회자를 위해 기도하는 방법’(How to Pray for Your Pastor)이라는 제목이 달린 작은 책자, 그리고 ‘성숙한 남성이 가져야 할 특성과 소명’(Strong and Courageous: The Character and Calling of Mature Manhood)이라는 최근 저서가 전부이다. 물론 다른 저술에 대한 구상도 가지고 있고, 가능하다면 나중에 더 출판하여 교회를 섬기고 싶은 바람도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나의 아내와 세 아이들, 사랑하는 교인들과 친구들, 그리고 양가의 부모님과 형제들에게도 시간을 내고 관심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조바심을 내지는 않으려고 한다. 언제인가 저술에 관한 주제로 팀 켈러가 젊은 목회자들에게 조언했던 내용을 통해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 그는 목회자가 책을 저술하는 일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충분한 연구와 가르침과 목회 경력을 쌓은 후에 천천히 시도하는 편이 낫다고 설명했다. 목회 여정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저술에 시간을 쏟게 되면, 나중에 성숙한 작가가 되는 데 필요한 자질들을 처음부터 잘 갖추지 못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성경의 모델


이런 문제에 대하여 나는 다름 아닌 성경에서, 특별히 누가복음을 통해 많은 유익을 얻었다. 이 복음서의 서론은 목회자가 저술 사역을 할 때 꼭 유념할 만한 모델을 제시한다.


누가는 복음서를 쓰게 된 이유를 밝힐 때, “그 모든 일을 근원부터 자세히 미루어 살핀”(눅 1:3) 후에 펜을 들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그는 인내심을 가지고 주제를 연구했고, 그에 관한 자료를 수집했으며, 다른 이들의 작업까지 검토한 후에 저술에 착수했다.


혹 그런 작업이라면 누가 자신의 개인적인 통찰은 별로 없었겠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을 선택해서 저술했고, 인류 역사의 중심에 있는 사건을 다루었다. 그러니 가능한 한 빨리 저술을 마치고 출판해야 하지 않았을까?


따라서 우리는 그가 당대의 사람들에게 “세상이 알아야 할 소식이 여기에 있다!”라며 책을 광고하는 모습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누가는 그런 조급함에 빠지지 않았다. 자신의 책을 즉각적으로 출판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거나 좋은 기회를 놓칠지도 모른다는 염려에 빠지지도 않았다. 그저 준비하고, 연구하고, 저술했을 뿐이다.


교회에 어떤 유익을 끼치기 위해 저술하고 싶은 열망을 가진 자들이 눈여겨봐야 할 지혜가 거기에 있다. 누가는 자신이 기록하는 이야기가 역사상 전례가 없을 만큼 긴급하게 알려져야 하는 메시지였음에도 불구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조심스럽게 작업했다.


주제에 관한 전문성


우리에게 어떤 아이디어와 노트북이 있다고 해서 책을 쓸 수 있는 자격이 갖춰졌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누가 역시 저술에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고 예루살렘 근처에 살았지만, 곧바로 책을 쓸 수 있는 요건을 갖추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는 몇몇 중요한 검증 과정을 거쳤다.


먼저 그의 곁에는 동역자인 바울이 있었다. 아마도 이 관계를 통해서 누가는 그리스도의 생애에 관한 신뢰성 있는 정보를 상당량 입수했을 뿐 아니라, 예수님의 구속 사역에서 구약성경이 어떻게 성취되었는지를 파악하게 되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 더 연장자이며 지혜로웠던 선배 크리스천을 따라다니며 배웠던 지식이 저술 작업에 매우 유익한 준비 과정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누가는 자신이 다루려는 주제를 연구하는 일에 능숙했다. 모든 연구 활동이 저술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올바른 자료를 수집하고 정확한 질문을 던지는 일은 그야말로 끊임없는 주의를 요구하는 작업이다. 우리는 서재를 한가득 채울 만큼의 자료를 모으고는 정작 그 자료를 어떻게 선별하여 주제 연구에 사용해야 할지는 모를 수 있다. 그럴 경우에는 연구하는 기술을 향상시키는 데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누가의 경우에는 이 연구 능력에서 더 나아가 성경의 진리에도 충실했다. 만일 어느 목회자가 성경의 신뢰성이나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 또는 대속의 완결성이나 이신칭의의 필요성에 대해 갈피를 잡지 못했다면, 저술 작업을 해서는 안 된다. 이 말은 성경의 가르침을 거칠게 반대하는 세상 속에 살아가는 크리스천들이 어떤 신앙의 내용에 관해서도 고민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내가 강조하고자 하는 말은 기독교의 근본적인 교리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들은 책을 쓰거나 목회 사역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누가는 그리스도가 존재하신다는 사실과 그분의 가르침이 온전하다는 사실을 확신했기에 그 두 가지 내용에 대하여 저술할 준비를 갖출 수 있었다.


목회적 관심에 따른 동기


우리는 또한 누가가 단지 문학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데오빌로의 신앙을 향상시키기 위해 저술을 결심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데오빌로 각하에게 차례대로 써 보내는 것이 좋은 줄 알았노니 이는 각하가 알고 있는 바를 더 확실하게 하려 함이로라”(눅 1:3-4).


분명히 누가는 동료 크리스천의 신앙에 유익을 끼치기 원했을 것이고, 이에 세부적인 역사적 사실과 신학적 소재를 그의 복음서에 보충하였다. 비록 그는 목회자가 아니었지만, 그의 저술은 진정한 목회적 관심에 따른 동기로 이루어진 작업이었다.


나는 목회적 관심이 결여된 기독교 저술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전문 신학을 연구하는 학자라고 하더라도, 그의 가장 우선적인 저술 동기는 교회를 섬기고자 하는 마음이어야 한다. 그 섬김이 다른 사역자들을 준비시키는 과정이든, 혹은 일반 성도에게 교훈하며 그들의 믿음을 성장시키는 일이든, 아니면 비신자들에게 복음의 진리를 변증하는 작업이든, 그와 관련한 모든 저술 동기는 목회적이어야 한다.


그렇다고 나는 교회에서 누구나 다 읽을 수 있는 책을 집필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독자들의 신앙을 고양시킬 수 있는 저술 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만일 우리의 저술 동기가 반질거리는 책 표지에 새겨져 있는 자기 이름을 보려는 욕망이라고 한다면, 그런 책으로는 다른 이들을 도울 수 없을 뿐 아니라 결국에는 신앙적인 소득도 없이 자기 자랑에서나 싹트는 죽은 열매만을 거두게 될 것이다.


친밀한 관계를 위한 내용


신약성경의 다른 책들과 같이, 누가의 글도 개인적인 편지로 시작된다.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도 하나님이 우리에게 돌보라고 맡겨 주신 사람들의 유익을 위해 저술해야 한다. 또한 그 저술은 우리가 감당하는 목회 사역에 관심을 집중할 때 참된 열매를 맺게 된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내가 책을 저술하기 위해 펜을 드는 일과 (죄의 문제나 신학적 질문으로 씨름하는) 교회의 지체에게 장문의 이메일을 써야 하는 일 가운데 무엇을 선택할지를 놓고 고민할 때, 저술 작업을 해야 한다고 판단하기란 어렵다. 물론 지금도 나는 매일 글을 쓰고, 생각하며, 연구하지만, 그 모든 절차는 내가 섬기는 교회를 즉각적으로 돌보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또한 나는 성경 공부를 통해 얻은 교훈들과 그와 관련한 설교문들, 그리고 상담 노트와 잘 정리해 놓은 목회 일지와 더불어 앞서 언급한 유형의 이메일도 잘 보관해 둔다. 언제 유익한 저술 자료로 사용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나에게 맡겨진 주된 사역은 내가 목양하는 교회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설교하고 기도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속도를 늦추라


새로운 신학 작품과 성경 주석, 그리고 신앙 서적을 출간하는 일은 매우 가치 있는 사역임에 틀림없다. 그렇게 출판되는 책을 통해 들려오는 새로운 논의는 독자들의 사고를 자극하고, 그동안 묻혀 있던 주제에 관한 대화를 활발하게 불러일으키며, 다른 방법으로는 접촉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 글에서 나는 어떤 목회자가 저술을 해야 하는지 또는 목회자가 몇 권 정도의 책을 지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세우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또 개인적으로는 일찍부터 저술 사역을 시작한 존 파이퍼나 케빈 드영과 같은 목회자들에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사의 마음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일반적인 관점에서 목회자들이 좀 더 속도를 늦추어야 하고, 또한 많은 이들에게 유익을 주는 가장 충실한 작품은 뒤늦게야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성숙한 삶과 신앙적인 지혜, 정기적인 설교와 사람들과 함께하는 교제, 그리고 아이들과 어울리는 여러 가지 놀이를 통해—만약 그런 요소들이 없었다면 쓰지 못하였을—작품을 탄생시켜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에 훨씬 더 큰 유익을 끼칠 수 있다.


그 유익이 어떠한지는, 데오빌로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출처: www.thegospelcoalition.org

원제: Be Patient, Young Pastor. Your Best Writing Is Later.

번역: 장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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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Derek Brown

데릭 브라운은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 위치한 Creekside Bible Church의 부목사와 The Cornerstone Seminary의 교육처장으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