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을 마신다고 지혜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by Benjamin R. Merkle2020-08-25

지혜로운 사람이 항상 경험이 많은 것은 아니다

The wisest person isn’t always the most experienced.

Share this story 페이스북으로 공유하기 트위터로 공유하기

지혜로운 사람이 항상 경험이 많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힘든 과정을 통해서 배웠다.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당시, 나는 교회에 있으면 가장 마음이 편안해지는, 복음주의에 심취한 순진무구한 학생이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마냥 교회에서만 편안함을 느끼는 내가 뭔가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일말의 불안감을 떨칠 수 없어 안정되지 못한 상태에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던 중 바짝 마른 내 몸에 근육을 키울 수 있으면 좀 더 안정감을 갖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해병대에 들어갔다. 다행히도 내가 살던 동네에서 별로 멀지 않은 곳에 탱크를 담당하는 예비 부대가 있었고, 그 덕에 나는 주중에는 대학을 다니고 주말이면 탱크를 모는 두 가지 생활을 병행할 수 있었다. 만세! 나는 이제 “내가 말이야, 해병대에 있을 때….”와 같은 말을 남들에게 할 수 있는 진짜 남자가 된 것이다. 


화생방 훈련이 기억난다. 방 하나에 최루가스를 잔뜩 채워놓고 훈련 교관은 우리를 그 방안에서 한참 뛰도록 한 후에 마스크를 벗으라고 명령했다. 잠시 방을 나갔다가 다시 들어온 교관이 주먹을 들면, 우리는 다시 마스크를 쓸 수 있었다. 시간은 꽤 빨리 흘러갔고 교관이 돌아올 때까지 충분히 숨을 참을 수 있었다. 다시 마스크를 쓸 때, 중요한 것은 마스크 필터를 손으로 빼서 마스크 안에 있는 공기를 밖으로 세게 불어야 했다. 그렇게 해야 마스크 안에 있던 모든 최루 가스가 사라지고, 필터를 통해 들어오는 맑은 공기를 호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주 쉽다.  


내가 속한 화생방 훈련 그룹의 시작은 괜찮았다. 우리는 마스크를 벗고 숨을 참았다. 일 분 정도 지났을 때 교관은 우리에게 다시 마스크를 쓰라는 신호를 보냈다. 나는 잘 참았다. 이제 다시 마스크를 쓰고 그 속의 공기만 깨끗하게 만들면 된다.


나의 어리석은 생각


그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최루 가스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아이다호 주에서 자란 깡마른 기독교 청년들 중에 나 같은 이런 경험을 한 친구가 얼마나 있을까? 생각은 계속되었다. 이제 나는 피부와 눈으로는 최루 가스의 위력을 충분히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 가스가 폐로 들어오면 어떤 느낌일까? 결심이 섰다. 마스크 쓰기 전에 가스를 조금만 마셔보는 건 어떨까? 그렇게 되면 나는 새로운 또 하나의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고, 그 경험 때문에 조금 더 지혜로운 사람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최루 가스를 아주 조금 마셨다.


내 폐는 순식간에 불이 붙은 것처럼 터질 것 같았고, 나는 미친 듯이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마치 네이팜 폭탄이 내 목구멍 안에서 터진 것 같았다. 패닉에 빠진 나는 급히 마스크를 썼지만 마스크 속 오염된 공기를 제거하기 위해 숨을 내쉴 산소가 내 폐에는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나는 이제 마스크 속 최루 가스까지 마시고 있었다. 엄청난 패닉이 몰려왔고 마스크를 벗었다. 머리 속에는 어떻게든 문으로 달려가 이 방을 나가는 생각 뿐이었다. 


그러나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다시 마스크를 썼다. 마스크 속 최루 가스 속에서 끙끙거리고 헉헉거리며 필터를 통해 들어오는 깨끗한 공기의 일부라도 마실 수 있을 때까지 어떻게든 참았다. 


금지된 지혜


사실 그것은 엉뚱한 충동에 빠진 것이었다. 이 얘기를 듣고 “와, 잘 했네”라고 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고, 누구나 다 “아니, 왜 그런 짓을 했는데?”라고 물을 뿐이었다. 애초 내 생각이 멍청했고, 게다가 실행까지 한 것은 더 어리석었다. 멍청하게 들린다는 걸 알지만 굳이 변명하자면, 나는 그때 그것을 하나의 기회로 보았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나를 구분시켜줄 아주 좋은 기회로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결코 경험한 적 없을 거라는 생각에, 그 기회는 더 근사하게만 보였다.


이런 어리석음은 우리 모두를 괴롭히는 기본적인 오류고, 그것은 우리의 첫 선조 때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뱀은 금지된 과일을 먹고 선과 악을 알게 되면 눈이 떠지고 하나님처럼 될 것이라고 하와를 유혹했다(창 3:3). 사탄의 유혹이 가진 매력은 단지 선악과의 맛만 보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그 경험으로 인해 차원이 달라질 것이라는 사탄의 말을 들은 하와는 그 유혹에 굴복했다.


이런 식의 유혹은 여전히 엄청난 힘을 가지고 지금도 우리를 끌어당기고 있다. 우리 또한 금지된 무언가의 맛을 보게 됨으로써 엄청난 지혜를 갖게 되고, 또 다른 사람들 눈에도 더 멋진 사람으로 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아직까지 짓지 않은 여러 죄를 짓게 됨으로 얼마나 큰 수치심을 느낄지를 말이다. 게다가 스스로 봐도 너무 순진하기 그지 없었다는 생각에 더 부끄러워질 것이다. 세상에 그 누가 순진하고 경험 없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할까? 결혼할 때까지 성 관계를 하지 않는 것이 옳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아직 동정(virginity)을 지키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부끄러워 하는 기독교 학생들이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은가? 


이런 혼란 속에서 순수함은 어느새 불안정으로 바뀐다. 그러나 그런 혼란은 이 간단한 질문을 하나 던짐으로 정리될 수 있다. 죄를 통해 얻는 경험이 당신을 더 지혜롭게 만들까 아니면 더 어리석게 만들까? 진짜 죄에 빠지는 것이 당신으로 하여금 꿈꾸는 모습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가게 할까 아니면 피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자책하도록 만들까?


진짜 남자는 경건한 남자다


이 원칙은 남자와 여자 그리고 어른과 아이를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적용된다. 여기서는 남자들에 관해서만 이야기하도록 하자. 기독교인 남자는 경건하면서도 남자답고 싶은 부담까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육체의 정욕에 빠진 이 세상에서 사탄은 진짜 남자라면 남이 하는 건 다 해봐야 한다고 유혹한다. 술에 취해서 정신도 잃어봐야 하고, 이곳저곳에서 섹스를 하고, 또 주먹질도 몇 번은 해야 한다고 말한다. 간단히 말해서, 이 모든 것을 다 하는 남자는 기독교인이 해서는 안 되는 모든 것을 다 하는 사람이다. (물론 이런 사람이 나중에 구원받으면 간증 때 할 얘기는 아주 많다.)


이 세상은 하나님이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을 하는 남자가 진짜 남자라고 말한다. 이 세상 기준에 따르면, 남성다움은 그리스도가 없는 상태(Christlessness)다. 


이 점을 분명하게 이해해야 한다. 이 세상이 말하는 남성다움은 하나님을 저버린 상태다. 지금 교회는 하나님을 믿지 않는 남자들이 뭘 하고 사는지 궁금해서 세상 담장 너머를 기웃거리고 있을 여유가 없다. 세상이 말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 거짓말을 제대로 꿰뚫어보지 못한다면, 교회는 결코 남성다운 기독교(masculine Christianity)의 바른 모습을 제시하지 못할 것이다. 죄를 맛보는 것이 더 나은 남자로 만들 거라는 생각은 최루 가스를 마시는 게 더 지혜로운 사람으로 만들 거라는 생각만큼이나 어리석기 그지 없다. 


이미 충분하다


죄에 찌든 세상 경험이 우리를 경건한 기독교인으로 성장시키지 않는다. 마약과 방탕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구해준 하나님께 감사하는 간증이 듣기 좋다고, 그런 간증하는 인생을 꿈꿔서는 안 된다. 베드로 사도는 이렇게 말했다. “너희가 음란과 정욕과 술취함과 방탕과 향락과 무법한 우상 숭배를 하여 이방인의 뜻을 따라 행한 것은 지나간 때로 족하도다”(벧전 4:3). 


간증이 지루하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하나도 없다.


죄를 많이 지었든지, 아니면 적게 지었든지, 죄는 그것으로 족하다. 지루한 간증을 한다고 이상할 것 하나도 없다.


독과 지혜를 혼동하지 말자. 지혜는 결코 죄를 맛본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지혜는 오로지 하나님의 말씀을 깊이 마시고, 또 그 말씀이 당신의 일부가 되도록 할 때에만 생긴다. 이것이야말로 기독교인에게 가장 중요한 경험이다. 




출처: www.thegospelcoalition.org

원제: Sipping Poison Won’t Make You Wise (Take My Word for It!)

번역: 무제


생각해보자. 아직까지 짓지 않은 여러 죄를 짓게 됨으로 얼마나 큰 수치심을 느낄지를 말이다

Think of how easily we can feel embarrassed by all the sins we haven’t committed!

Share this story 페이스북으로 공유하기 트위터로 공유하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 공유하기
  • 공유하기

작가 Benjamin R. Merkle

벤자민 머클은 모스크바에 있는 New Saint Andrews College의 학장이다. 저서로는 'The White Horse King: The Life of Alfred the Great'과 'Defending the Trinity in the Reformed Palatinate: The Elohistae’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