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어장’을 선점하라
by 김돈영2020-07-11

복음 전파를 위한 황금 어장, 군부대 선교는 생각보다 결코 쉽지 않다. 성경을 가르치고 양육할 사람과 시간이 부족하다. 전도 활동을 적극적으로 할 수 없으며, 다양한 휴게 시설과 휴대 전화 등은 병사들이 예배당보다는 생활관에 머무르게 한다. 게다가 교묘한 방법으로 포교 활동을 하는 이단은 신앙이 있는 병사들에게도 위협이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가 드러났기에 우리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으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은 뭘까? 당신의 대안은 무엇이냐고 물을 것이다. 그런 물음에 시원하게 대답하고 싶지만, 그렇게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수학 문제처럼 딱 떨어지는 답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눈으로 보고 듣고 경험했던 일을 나누려 한다. 이러한 사례를 통하여 각기 다른 모습으로, 각기 다른 방법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생각하고, 그것을 위해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으면 좋겠다.


마음이 있는 소수가 있다


“많은 사람이 오지 않아도 됩니다. 성경에 관심이 있고, 성경을 알고 싶은 병사들, 성경을 배우고 싶은 병사들은 꼭 오도록 해주십시오. 단 한 명이 와도 괜찮습니다.”


부대 교회를 담임하는 목회자에게 당부하는 말이다. 외부에서 부대를 방문할 때면 많은 병사가 모이도록 요청하는 일은 으레 있는 일이다. 행사를 계기로 초청하여 복음을 전할 기회로 삼는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거의 모든 행사가 그렇다 보니 발생하는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신앙이 있는 병사들과 말씀에 갈급하고 좀 더 깊은 것을 갈망하는 병사들에게는 더 큰 갈증만 유발하게 한다. 실제로 현역병으로 있을 때 경험했던 일이기도 하다. 깊은 말씀을 듣고 싶고 간절하게 기도하고 싶은데, 위문 예배라는 이름의 행사는 언제나 학예회와 같은 시간이었다. 노래하고 율동하고, 선물과 간식으로 마음을 끌었지만 정작 말씀은 ‘수박 겉핥기’였다. 김빠지고 미지근한 음료수를 마시는 느낌만 들었다.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선택한 것이 성경 공부다. 정확하게 말하면 스스로 성경을 읽을 수 있도록 전체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다. 말씀의 풍성함을 알고, 부대에 말씀을 읽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그래서 성경에 관심이 있는 병사만 오도록 한 것이다. 관심도 없는데 앉아 있으면 서로가 힘들다. 무엇보다도 집중하고 공부하려는 병사들에게 영향을 주어 집중할 수 없도록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부대 교회의 목회자와 뜻이 같아야만 가능한 일이다.


스스로 성경을 읽다


보통 10명에서 20명 안팎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초롱초롱한 눈으로 집중하기를 기대하지만, 그것은 욕심이다. 신학교 수업 시간에도 집중력이 흐려지는데 병사들은 말할 것도 없다. 몇 시간의 수업이 끝나고 나면 다음 강의 때까지 공부한 부분을 읽기로 한다. 보통 6주의 간격을 두고 강의를 진행한다. 부대 교회의 담임 목회자와 군종병은 성경을 6주 동안 매일 읽을 수 있는 분량으로 나눈다. 창세기와 출애굽기를 강의하면 다음 강의 때까지 창세기와 출애굽기를 매일 읽을 수 있도록 분량을 나누는 방식이다. 그 계획에 맞춰 하루에 두 세 장씩 성경 통독을 해 나갔다.


두 번째 강의를 시작하면서 지난 6주 동안 통독표에 따라 성경을 읽은 병사가 있는지 물었다. 한 명이 손을 들었다. 그리고 다시 6주가 지났다. 이번에는 세 명이 6주 동안 매일 성경을 읽었다고 했다.


“훈련을 나가니 밤에는 아무것도 할 게 없었습니다. 그래서 성경책을 읽었는데 강의 때 들은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신기하게 성경 내용이 이해되니 재미있게 읽혔습니다. 어려서부터 교회에 다녔는데 처음이었습니다. 훈련 가서 성경책을 제일 많이 읽은 것 같습니다.” 성경 읽기에 성공한 병사의 소감이다. 훈련 나가서 밤중에 성경을 읽었다는 그 말이 인상적이다. 또 다른 병사의 소감이다. “성경책은 어렵고 읽을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컴퓨터나 TV, 핸드폰 등을 더 좋아해서 성경책을 읽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앞으로 성경책에 더 관심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우리의 청년이고, 우리가 만날 목회자다


세 번, 네 번 강의를 진행할수록 성경 읽기 미션을 완수한 병사들의 수가 늘어났다. 한 명에서 세 명으로, 그리고 일곱 명, 여덟 명으로 늘어났다. 교회의 변화도 있었다. 주일 예배에 와서 서로 얼마나 읽었는지 묻기도 하고, 같이 읽자고 독려하는 등 병사들이 조금씩 달라졌다고 말한다. 작은 불씨와 같이 성경 읽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중이다.


“저는 신학교를 다니다 왔는데, 솔직히 성경을 처음부터 정리하면서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제 전역을 하지만 이렇게 성경을 읽는 것이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성경을 읽는 습관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신학교를 다니다 온 군종병이 전역을 앞둔 마지막 수업 때 했던 말이다. 그 외에도 몇 명의 신학생 병사들을 만났지만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그들은 지금 병사 중 한 명이지만, 전역하면 신학교에 복학할 것이다. 그리고 어느 시점이 되면 사역자로 교회에 갈 것이다. 길어야 1년에서 2년, 어쩌면 전역하고 바로 그렇게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그가 우리 교회에 사역자로 오게 될는지 누가 알 수 있겠는가.


병사들을 양육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우리 공동체의 청년이고, 앞으로 우리가 만날 수도 있는 전도사, 목사가 바로 이들이기 때문이다. 신앙을 잃지 않도록 보살피고, 바르게 신앙 생활을 하도록 돕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청년층이 흔들리고 사라지는 것이다.


균형이 중요하다


강의가 끝나고 깜짝 놀라는 경우가 있다. 진지하게 듣고, 질문에 대답도 잘하던 병사가 군대 와서 처음으로 교회 나왔다는 것이다. 훈련소에서 처음 교회에 갔고, 세례를 받은 후 자대에 온 것이다. 성경이 궁금했는데 마침 성경 공부를 한다기에 참석했다고 한다. 성경이 재미있고, 무엇을 믿는 것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고 말한다. 말씀을 대하는 태도가 진지하고, 무언가를 자꾸 질문하는 모습에 기쁨을 느낀다. 신앙 생활을 시작한 지 이제 고작 3개월에 접어들고 있다. 그런 병사를 종종 만난다.


어쩌면 이 모습이 ‘황금 어장’에 접근하는 좋은 본보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많은 병사를 향한 전도 활동이 중요하다. 한 사람씩 양육하고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 둘 사이에 협력이 잘 되었을 때 비로소 황금 어장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한쪽으로만 치우칠 때 문제가 되는 것이다. 전체를 살피고 우리는 어느 곳에서 어떤 포지션을 취해야 하는지 생각하고 접근해야만 한다.


가까이 있는 부교역자


성경 강의에 오는 간부들을 만난다. 소대장, 대대장, 연대장 등 다양한 계급으로 주일에는 집사로 봉사한다. “20년 군 생활 가운데 군부대에서 성경 강의를 들은 것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항상 위문 공연 같은 것만 오는데, 이런 공부가 정말 필요합니다. 자주 있으면 좋겠습니다.”


현역 대대장인 집사님과의 대화다. 지역 사회에는 너무나 많은 기회가 있다. 많은 강사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부대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다. 따라서 부대의 간부들도 병사와 마찬가지로 성경 공부를 할 만한 여건이 되지 않는다. 더욱이 신앙인으로서 말씀의 갈급한 마음을 채울 방법이 별로 없다. 담임 목회자 혹은 군목에게 신앙 상담을 하거나 성경 공부를 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간부들이 성경을 알고, 바르게 신앙인으로 선다면 부대 교회는 큰 힘을 얻을 것이다.


간부들은 몇 년에 한 번씩 근무지를 이동하며 자연스럽게 교회도 옮긴다. 간부들이 성경을 가르칠 수 있다면 어느 곳으로 가든지 부교역자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부대의 상황과 병사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영향력이 있기에 이보다 좋은 부교역자는 없을 것이다. 실제로 간부 집사님들의 도움이 있는 곳은 강의 진행이 훨씬 수월하다. 함께 강의를 듣고 교제를 나누다 보면 마음은 있지만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고민하는 분들을 만난다. 생각보다 가까이에 좋은 동역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왜 우리는 못 하는가?


면회를 통해 포교를 할 수도 있다. 면회를 가서 내 아들만 부르지 마라. 자녀와 공동체 생활을 하는 병사에게 밥 한 끼 나눠줄 수 있을 것이다. 함께 할 수 있는 병사가 있다면 푸짐한 음식을 나누어 보면 좋겠다. 만일 함께 면회하는 것이 어렵다면 위병소나 면회실 근무자, 인솔자 등 눈에 보이는 병사에게 친절하고 따스한 말 한마디, 최소한 음료수 하나라도 건네보라. 다만 음료수 한 캔, 피자 한 조각, 치킨 한 조각을 나누면서 호구 조사 하듯이 묻고, 교회 나가라고 압박하는 일은 제발 하지 말자. 그냥 나눠라. 즐거우면 되는 거다. 아무 말 하지 않아도 그들은 당신이 교회 다니는 사람이라는 것을 다 알고 있다. 이웃을 사랑하는 작은 실천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우리는 공교회를 말한다


“군대 가면 다 교회 가잖아요. 그러니까 군 교회는 가만히 있어도 애들이 오는 거 아니에요?” 실제로 들었던 말이다. 그것도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에게 들었던 말이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어쩌면 이 말이 군 선교를 대하는 다수의 솔직한 마음이자, 현실이 아닐까 생각한다.


앞에서 이미 여러 가지 이유를 말했다. 가만히 있으면 모두 빼앗길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먼저 이런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최소한 군대에 보낸 청년이 아직도 우리 공동체 소속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우리 청년이지만 다른 곳에서 예배하고 있다고 생각하라. 그렇다면 방법이 조금은 보일 것이다.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고 휴대 전화 사용이 가능한 시간이 있다. 지역 교회의 청년들에게 SNS나 전화, 카톡, 메신저 등으로 안부를 묻고 이야기 나눌 때 부대에 있는 병사에게도 해보자. 토요일이면 주일 예배에 참석할 수 있도록 권면해 보자. 그가 찬양팀으로 혹은 성가대나 교사로 봉사했다면, 군 교회에서도 계속할 수 있도록 권면하자. 성경 통독 방을 만들어서 말씀을 올리거나, 말씀을 읽고 나누는 일을 해보자. 그래서 여전히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라. 그렇게 한다면 최소한 군대에서 신앙의 방학은 막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군대에 와서 신앙 생활이 단절되는 병사들이 생각보다 훨씬 더 많다는 것을 기억하라. 선교 단체에서 활동했고, 여러 곳에 사역도 다녔다던 병사는 전입 후 한 번 예배에 참석하고 그 후에는 오지 않았다. 믿음의 가정에서 자랐다고 자신을 소개했던 한 병사는 예배 참석이 뜸해지더니 어느 날 다른 종교의 군종병이 되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고 한다. 입대 전에 했던 많은 봉사와 화려한 이력이 입대 후 신앙 생활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믿음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목적은 사람이다


가끔 선교 단체가 병사들을 양육하기 위해 협력을 제안한다. 사역자가 부족하고, 양육의 필요를 절감하는 교회의 입장은 무척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선교 단체의 장기적인 목표는 선교 단체의 일원을 만드는 것이다. 전역 후 지역에 있는 교회가 아닌 선교 단체 지역 모임으로 이끄는 것이다. 양육 교재나 내용 등도 선교 단체의 것이다. 극단적인 표현일지 모르지만, 단체의 확장을 위한 일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부대 교회가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기에 막을 수도 없고, 허용할 수도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병사를 양육하는 목적은 다른 게 아니다. 우리가 고백하는 공교회를 굳건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특정한 곳이 아닌 지역에 있는 교회로 인도하고, 거기서 바른 신앙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바르게 성경을 읽고 든든한 믿음을 세울 수 있도록 돕는 것까지가 우리의 일이다. 내 주머니를 먼저 채우려고 하다가 아무것도 가지지 못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결국은 성경이다


성경은 우리가 믿어야 하는 것과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을 기록하고 있다. 성경을 모르고 믿는다면 바른 믿음이 아닐 것이다. 감정적이고 자극적인 것으로 신앙을 고백하였기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더 크고 좋은 것에 자극이 되면 고민 없이 예배의 자리를 떠나는 것이다. 이것이 병사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황금 어장인 군 선교, 결국은 성경이다. 성경을 읽게 하고, 이해하도록 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자신의 믿음을 스스로 지키도록 하는 것, 신앙이 든든하게 서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진중 세례가 필요하고, 모으는 행사가 필요한 것이다. 성경을 가르치고, 양육하여 굳건한 그리스도인으로 세우기 위해서 말이다. 치우치지 않도록 전략을 세워야 한다.


우리는 또한 공교회를 말한다. 군에 있든지 사회에 있든지 그들은 모두 우리의 청년이다. 일정 시간 다른 공간에 있을 뿐이다. 여전히 청년이자 병사인 그들에게 마음을 쏟아야 한다. 공식 예배에 참석하도록 권면하고, 신앙의 성장이 있도록 계속해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필요하다면 군부대 교회에 협력자로 가라. 누군가를 파송하라. 청년이 있는 기간이라도 함께하며 양육할 기회를 만들어라. 정기적으로 면회를 가서라도 성경을 가르쳐라. 온라인 성경 강의나 성경 통독방 등 다양하게 시도해보라. 현실성 없는 이야기라고 비난할 생각은 하지 마라. 이미 그보다 더 열심히, 더 치밀하게 하는 이단들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생각하는 것보다 더 치열한 황금 어장의 전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관심에서 멀어지는 순간 교회에서 청년들을 보지 못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지금이라도 긴장하자. 함께 생각을 모아서 방법을 찾고 진짜 복음의 황금 어장이 되도록 힘써야 한다. 우위를 선점해야 한다.


먼저 걷는 한 걸음이 뒤에 오는 누군가의 이정표가 되리라 생각한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지금 시작하라!
지금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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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돈영

김돈영 목사는 대한신학대학원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CTS라디오조이 ‘찬양의자리’ 진행자와 BASE성경교육원 공동대표로 섬기고 있다. ‘직장선교아카데미’와 ‘군세움프로젝트’를 통해 성경을 강의하며, 다양한 집필 활동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