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기세덱은 누구인가
by Moses Y. Lee2020-07-17

성경에 거의 등장하지 않을 뿐 아니라 구약에서도 가장 애매한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살렘의 왕이자 제사장인 멜기세덱은, 이스라엘 왕 중에서는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왕과 제사장이라는 영광스런 두 직분(dual honor)을 예수님이 어떻게 동시에 감당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인물이다.  


이 신비스런 인물은 과연 누구인가? 이 멜기세덱 왕조의 순서를 통해서 우리는 어떻게 그리스도의 왕과 제사장 역할의 본질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까? 


만찬을 준비한 왕


성경에 등장하는 아주 적은 양에 비해 구속사에 있어서 멜기세덱이 감당하고 있는 중요한 역할은 다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그의 이름은 문자적으로 “의의 왕”이고 그는 살렘(“샬롬” 즉 조화로운 평화를 의미한다)을 다스렸다.


그의 삶과 사역을 묘사하는 세 구절에서(창 14: 18-20) 우리는 살렘의 왕이자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제사장”인 그를 만난다. 그는 하나님을 “천지의 주재이시요 지극히 높으신 분”이라고 말한다. 그는 전쟁에서 이긴 아브라함에게 “떡과 포도주”를 권한다. 아브라함은 그에 대한 보답으로 멜기세덱에게 모든 것의 십일조을 드렸는데, 이것은 멜기세덱이 가진 영적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이 속에는 성찬식에 대한 함의가 숨어있다는 사실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더 나은 왕을 기다리며


신약성경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시편인 시편 110편은 왕과 제사장직을 수행하는 그리스도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그 무엇보다 세심한 관찰이 필요한 구절이다. 다윗 왕은 미래의 왕을 생각하며 이 구절을 썼다. 어쩌면 기원전 971년 왕위에 오르기 전 솔로몬을 생각하면서 썼을 수도 있고, 그게 아니면 다윗의 핏줄에서 나올 후대 메시아를 생각했을 수도 있다. 


이 시편은 미래의 왕이 과거 그 어떤 왕보다 더 큰 영광과 능력 그리고 권위를 가질 것이라는 선포로 시작한다. 그는 야훼의 대리인으로서 가장 영광스런 자리인 야훼의 오른쪽에 앉을 것이다(110:1). 그렇게 함으로 그는 야훼로부터 받은 권위를 바탕으로 왕의 권능을 행사하며 주의 원수를 굴복시킨다(110:2). 또한 왕의 왕국과 그의 백성을 보호한다(110:3). 


그러나 이런 메시아적 인물은 단지 왕으로 그치지 않는다. 그는 또한 멜기세덱의 서열을 따른 제사장이기도 하다(110:4). 한마디로 이것은 새로운 게 아니다. 다윗 가문의 왕은 레위 지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경우에는 예배를 인도하고 전체 기도를 주관하며 또한 제물을 바치는 것과 같은 “제사장적” 역할까지 수행했다.


그러나 이 구절은 다윗 왕조의 제사장 기능을 더 발전시켜서, 한때 예루살렘을 통치했던 여부스 가문의 왕-제사장과 완벽하게 연결하고 있다. 그 결과, 다윗 왕조는 약속의 땅을 통치하는 데 하나님의 신성한 지지를 확보했을 뿐 아니라, 창세기 14장 18절부터 20절에 나오는 아브라함을 향한 멜기세덱의 축복도 성취하게 되었다.


5-6절은 다윗 왕과 야훼의 관계라는 측면에서 2-3절과 평행을 이룬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1절을 보면 왕이 야훼의 오른쪽에 앉아있지만, 5절을 보면 야훼는 왕의 곁에서 그를 신성한 힘으로 지키고 도와주고 있다. 2-3절이 왕을 전쟁의 주역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5-7절을 보면 야훼, 또는 신성한 전사(Divine Warrior)가 주인공임을 알 수 있다. 그가 왕으로 하여금 적을 물리치도록 돕는데, 그 적은 개인적 차원과 집단적 차원, 그리고 우주적 차원의 적이다(“여러 나라”, “뭇 나라” 등). 


이것은 기존 이스라엘 영토를 크게 벗어나는 확장이다. 달리 말해 그 적장 왕들은 혼란에 빠진 우주적 힘을 상징하는 것이며, 야훼는 그 적들을 이스라엘 뿐 아니라 온 나라를 대신해서 그의 궁극적인 멜기세덱 족속의 제사장-왕을 통해서 물리치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야훼의 구원 속에 있는 적용점은 단지 개인의 영혼 차원을 넘어서 육체적 측면 또 집단적 시스템, 나아가서 전 우주적 힘에까지 이른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시편은 시냇물을 마시면서 원기를 회복하는 야훼의 모습으로 마친다(110:7). 이 구절이 처음엔 이상하게 보일지 몰라도, 이것은 우리 인간의 상태를 공감하고 이해하는 야훼의 모습을 묘사하는 것이다. 


영원한 멜기세덱 족속의 왕-제사장


신약에 가면 히브리서의 저자는 멜기세덱의 수준을 아예 성육신하기 전의 그리스도(pre-incarnate Christ-figure)의 모습으로까지 끌어올린다. 멜기세덱은 영원한데 그에게는 “아버지와 어머니”도 없고, “하나님의 아들과 닮아서 항상 제사장으로 있다”(히 7:3). 멜기세덱에게 아브라함이 십일조를 바친 것이 바로 멜기세덱의 위대함에 대한 확증이다(히 7:4). 


멜기세덱을 따라서, 그 어떤 인간도 하지 못한 완전한 삶을 사신 예수님은 진정한 의의 왕(“멜기세덱”)이 된다. 또한 희생적인 죽음과 부활을 통해 이 땅에 평화를 주기 위해 온 예수님은 진정한 평화의 왕(살렘)이다. 예수님은 또한 레위 계통이 아니기에(히 7:14), 그의 제사장직은 훨씬 더 우월하며(히 7:11) “영원히 멜기세덱의 반차를 따르는 제사장”(히 7:17)이다. 


그 결과 예수님은 “더 좋은 언약의 보증”이 되었다(히 7:22). 예수님은 “영원히 계시므로 그 제사장 직분도 갈리지 아니한다”(히 7:24). “그러므로 자기를 힘입어 하나님께 나아가는 자들을 온전히 구원하실 수 있으니 이는 그가 항상 살아 계셔서 그들을 위하여 간구하심이라”(히 7:25). 


예수님이 무한한 능력과 공의로 다스리는 완전한 왕이시기에 우리 믿는 자들은 안심할 수 있다. 또한 예수님은 우리를 향한 무한한 자비로 우리의 약함을 아시는(히 4:15) 완전한 제사장이라는 사실 때문에도 안심할 수 있다. 


그리스도와 하나가 된 결과, 이제 믿는 자들은 우리도 멜기세덱 족속의 한 사람으로서 소명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것은 이제 하나님 왕국의 가족으로서 진리와 공의를 통해서 예수님의 왕국을 확장하고 또한 이 세상 뿐 아니라 언약의 공동체를 향해 자비와 치료의 통로가 되는 것이다.  




출처: www.thegospelcoalition.org

원제: Who Is Melchizedek?

번역: 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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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Moses Y. Lee

모제스 Y. 리는 메릴랜드에서 교회 개척을 준비 중이다. 그는 조만간 출간 될 'Hear Us, Emmanuel'의 공저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