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워도우, 기다림의 미학
by Timothy Willard2020-06-21

사워도우(Sourdough)가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COVID-19 팬데믹이 두려움, 공포, 편가르기식 분노를 일으키긴 했지만, 배우고 마스터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 빵 굽기 같은 옛 전통을 다시 부활시키기도 했다. 격리로 인해 갑자기 시간이 많이 생겨버렸기에 많은 이들이 밀가루 반죽을 하며 사워도우 빵 굽기에 도전하고 있다.


뉴스를 보면 사워도우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직접 빵을 굽는 사람들이 갑자기 늘어나면서 발생한 효모와 밀가루의 부족 현상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한 가지 팁은 슈퍼마켓에 밀가루가 떨어졌다면 가까운 농장에 문의해 보라는 것이다. 필자는 노스캐롤라이나 더럼(Durham)에 있는 유기농 농장으로부터 유기농 빵 밀가루, 통밀가루, 다목적 밀가루를 대량으로 주문했다.


CNN은 사워도우 빵 굽기가 전염병 사태와 관련된 불안감을 다루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방송했다. 어떤 작가는 고립감을 해소하는 데 사워도우 빵 굽기가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뉴요커 잡지는 사워도우 발효종(starter)이 만드는 실존주의적 생각들을 시간 순으로 정리한 아주 재미있는 글을 싣기도 했다.  


인류 역사의 어느 한 시점에서는 모든 빵이 “밀가루와 물만으로 만들어 효모 ‘없이’ 발효시켜 만든 반죽”인 사워도우로 만든 빵이었다. 빵 전문가들은 발효빵의 기원이 공기, 밀가루, 심지어 인체로부터 발효되어 나온 야생 효모를 사용해 빵을 굽거나 맥주를 빚었던 이집트라고 생각한다. 이집트 벽화를 보면 빵도 그려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 사람들 역시 빵을 발효시켰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모세오경을 보면 출애굽 사건이 너무도 순식간에 일어나 'starter,’ ‘sponge,’ 또는 ‘mother’라고도 일컫는 효모 없는 빵을 구워 나올 수 밖에 없었다고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빵 굽기는 이집트와 이스라엘을 거쳐 그리스, 로마, 그리고 프랑스까지 퍼져 나갔고, 특히 프랑스식 사워도우가 많은 사랑을 받았다. 프랑스인들은 수 세기 동안 사워도우 만드는 일에 높은 수준을 견지해왔다. 프랑스식 사워도우는 1898년 클론다이크(Klondike) 지역 골드러시(Gold Rush)를 통해 결국 샌프란시스코까지 전해졌다. 광부들과 서부 개척자들은 자연 발효 과정이 계속될 수 있도록 사워도우를 몸에 지니고 다녔다. 이로 인해 광부 자신들이 “사워도우”라 불리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점점 바삐 돌아가기 시작했고 20세기에 이르러서는 사람들이 시중에서 파는 효모를 널리 사용하기 시작했다. 빠르고도 편리한 오늘날의 제빵 기술로 인해, 시간이 많이 걸리던 사워도우 빵 굽기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아름다움은 시간을 요한다


빅토리아 시대의 예술가요 비평가였던 존 러스킨(John Ruskin)은 그의 독자들이 속도(pace)가 아닌 관찰(sight)의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고 썼다. 러스킨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들은 가장 쓸모 없는 것들이라는 말을 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극도로 실용주의적이고 “안 되면 되게 하라”는 식인 이 세상에서는 논란이 될 수 있는 말이다. 러스킨의 요점은, 아름다움을 ‘보려면’ 시간과 주의를 들여야 한다는 것이고, 아름다운 것들을 만드는 데도 시간이 든다는 것이다. 


사워도우 빵 굽기에는 시간, 헌신, 끈기가 필요하다. 성령의 열매 중 하나지만 오늘날처럼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보기 힘든 인내를 계발하는 데 도움이 된다(갈 4:22). 내 친구이자 라이프스타일 작가인 베다니 더글라스(Bethany Douglas)는 “빵 굽기는 인내와 기대를 키워준다. 이 둘이 주는 긴장감으로 인해 우리는 더디 가면서도 주의를 집중해야 한다. 거품이 나고, 반죽이 부풀고, 또 반죽을 치대는 것 등 각 단계마다 우리는 멈추고, 바라보고, 들어야 한다”라고 썼다.  


사워도우의 느림에서 얻는 교훈


사워도우 빵 굽기는 내게 있어 요리하면서 느끼는 단순한 기쁨이라기보다 속도와 관련된 영적 훈련 같은 것이다. COVID-19로 인한 격리로 인해 우리는 더 이상 바삐 살아가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사워도우 빵 굽기가 더디게 가는 것을 요구한다는 사실은 내게 특히 다음 세 가지를 가르쳐준다.  


1. 잠시 속도를 늦추고 중요한 것들을 돌아보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하게 된다


첫째 딸과 둘째 딸에게 발효종(starter) 만드는 법을 가르쳐준다. 발효종을 만드는 것은 3분 남짓이지만 이 일에 전심으로 집중하지 않으면 발효종이 죽어버리고 만다. 이 일로 인해 헌신이 주는 기쁨을 배울 수 있다. 어떤 일이 지루하다거나 단조로워도 그 일을 꾸준하게 감당해내는 것의 기쁨 말이다. 이는 주의를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하기 그지없는 이 세대에 중요한 훈련이다. 


2. 주의를 가지고 둘러보면 하나님의 선하심은 도처에 널려 있다


사워도우 빵 굽기의 느림으로 인해 우리는 제빵이 주는 기쁨 안에서 서로 친밀해지고 가까워지는 시간을 누릴 수 있다. 효모가 부풀어 오르는 것을 보며 함께 즐거워할 수 있다. 반죽을 잡아당길 때는 서로 순서를 정해서 함께 한다. 아침에 오븐에서 퍼져 나오는 빵의 향기로 모두가 즐거워진다. 우리는 “여호와의 선하심을 맛보아 알지어다”(시 34:8)를 체험한다. 


3. 편하게 사는 삶보다 느리게 사는 삶이 낫다


현대 사회의 편리함은 삶의 리듬을 망가뜨릴 수 있다. 우리는 너무 자주 신속한 해결책을 선택하곤 한다. 가령 “그냥 가게에 들러서 사와” 또는 “온라인으로 주문하자” 등이 우리가 쉽게 하는 말이다. 사워도우 빵은 내가 편리함을 포기하기로 의지적으로 선택해야만 구울 수 있다. 잘 구울지 아니면 망칠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내가 정한 목표를 위해서는 내 시간을 들여야 한다. 설사 망쳤다 해도 나는 인생에서 뭔가를 배운 셈이고, 만약 잘 구워냈다면 다른 사람들과 레시피를 나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사워도우 빵 굽기가 성례는 아니다. 하지만 때로는 우리가 속도를 늦추고 소매를 걷어 올려 반죽을 잡아당겨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왕국을 부풀어 오른 반죽에 비교하시기까지 하셨다(마 13:33). 바로 그 앞에 나오는 겨자씨 비유처럼(마 13:31–32), 복음서에 나온 다른 음식과 농사 비유 중에서, 누룩 비유는 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일하심을 특징 짓는 성장, 과정, 그리고 인내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사워도우 빵 굽기는 우리로 하여금 이런 속도에 대해 묵상하라 초청한다. 우리가 생명을 지탱하게 만들어주는 빵이 점점 모양을 갖춰가는 그 신비한 과정을 보며 즐거워하라 초청한다. 




출처: www.thegospelcoalition.org 

원제: Sourdough and the Spiritual Discipline of Pace

번역: 이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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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Timothy Willard

티모시 윌라드는 영국의 King’s College에서 수학(PhD)했으며,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아내와 세 딸이 함께 살고 있다. 현재 TGC 작가로 활동하며 세 권의 책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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