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는 절대 모르는 복음 전도법
by 박용기2020-06-09

2020년 ‘꼰대’라는 단어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표준어처럼 사용되고 있다. 꼰대는 꽉 막힌 기성세대를 가리키는 은어다. “나 때는 말이야…. 내가 해봐서 아는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말이야…. 너 여기 좀 앉아 봐라…. 이게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야!” 꼰대가 자주 하는 말이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자신의 경험과 지식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기성세대의 근면, 성실 그리고 희생적 수고로 대한민국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이러한 점은 존경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1985년 이후 출생)에게 기성세대가 일해오던 방식을 그대로 강요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요즘 젊은 세대는 건국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갖추었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젊은 사람들이 그냥 더 똑똑하다”(Young people are just smarter)고 했다. 기성세대가 이러한 젊은 세대와 소통하고 협업하기 위해서 필요한 대화법을 소개하겠다.  


플라톤이 쓴 ‘소크라테스의 변명’에 이런 스토리가 나온다. ‘소크라테스보다 현자는 이 세상에 없다’는 신탁을 듣고 그는 당황했다. 소크라테스는 이 신탁의 의미를 알기 위해서 당대 현자로 알려진 정치가, 시인, 공예가를 찾아가서 대화한다. 현자들은 과연 그들의 분야에 대해서도 소크라테스보다 훨씬 지혜로운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지혜자들에게 나타나는 공통적 특징이 있었다. 그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분야에서 탁월하기 때문에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마치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했다. 이때 소크라테스는 신탁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고, 저들은 그들이 모른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내가 저들보다 지혜로운 것은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꼰대는 자신의 무지를 모른다. 자신의 경험, 지위, 나이에서 오는 우월 의식으로 다른 분야도 다 안다고 생각한다. ‘내가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때 비로소 우리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할 수 있다. 바울이 1세기 소크라테스의 고향인 아테네에 도착했다. 그는 도시에 우상이 가득한 것을 보고 ‘격분’했다(행 17:16). 바울은 꼰대처럼 아테네 사람들에게 “성경에 의하면, 내가 믿는 진리에 의하면, 너희들은 다 우상을 섬기고 있는 거야”라고 일방적으로 설교하지 않았다. 바울은 거룩한 분노에 가득차서 광장으로 나가서 “날마다 만나는 사람들과 변론”(행 17:17)했다. 바울이 했던 ‘변론’은 헬라어 ‘디아레고마이’로 질문하고 대답하는 이성적 ‘대화’였다. 바울이 했던 ‘변론’은 상대방의 의견을 먼저 경청하고 공감되는 부분은 공감하면서 질문하고 대답하면서 진리를 찾는 대화 방법이다. 팀 켈러 목사는 바울이 아테네 광장에서 사용한 대화 방법을 ‘소크라테스 대화법’이었다고 말하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먼저 우리는 두 세계관이 전혀 다른 것을 알아야 합니다. 당신은 당신의 세계관으로 다른 사람의 세계관을 바보 같다고 판단하는 대신에 당신은 먼저 다른 세계관에 대해서 공감의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다른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처럼 생각해야 합니다. 그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들으려고 해야 합니다. 내가 저 사람처럼 생각하고 있다고 상상하면서 공감하려고 하면서 들어야 합니다. 비웃으면 안 됩니다. 고함쳐도 안 됩니다. 상대방이 ‘얼마나 멍청한가!’가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으로 들어가 보는 것입니다. 그런 후에 당신은 상대방 세계관의 전제와 기준으로 그들의 주장을 비판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기준에 의하면 당신은 이런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울이 사용한 대화법입니다.”(팀 켈러, 리디머장로교회 주일설교, 2015년 10월)


바울은 제우스 신전과 파르테논 신전 그리고 여러 신전들이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는 아테네 도시 한복판에서 격분했다. 그러나 광장으로 나가서 아테네인들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경청했다. 바울은 아테네인이 ‘범사에 종교심이 많다’고 인정해주었고 ‘알지 못하는 신에게’라는 제단을 언급하면서 그들이 알지 못하는 신을 소개하겠다고 했다(행 17:22-23). 아테네인은 범신론, 이신론, 무신론, 자연신론을 믿고 있었다. 아테네의 에피쿠로스 철학자들은 신이 세상을 만들고 인간 세계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이신론을 믿었지만, 바울은 하나님이 만물을 창조하셨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역사를 주관하시고 개입하신다고 소개한다(24, 26, 28절). 아테네인은 웅장한 신전을 건축함으로 신들을 섬겼지만, 창조주 하나님은 신전 안에만 갇혀 계시지 않고 그 백성의 일상 가운데 동행하신다(28절). 아테네인은 물질을 드림으로 신들을 달래고 얼러 안전과 축복을 얻어 내려고 했다. 바울은 창조주 하나님은 인간에게 무엇을 받으려는 분이 아니라 오히려 온 인류에게 생명과 호흡을 주시는 분이라고 소개한다(25절). 바울은 영은 선하고 물질은 악하다는 세계관을 가진 스토아 철학자들에게 죽음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증거했다. 바울은 아테네인들에게 그들이 신을 섬기는 노력으로 행복을 얻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부활을 믿음으로 최후 심판에서 구원받을 수 있는 복음을 전했다(31절).

2018년 9월에 LG화학 임원 300여 명이 참석하는 워크숍에 신입 사원 여섯 명이 강사로 초빙되었다. 소크라테스 대화법을 알고 있는 임원들이 신입 사원과 함께 일하기 위해서 ‘경청’의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신입 사원들은 임원들에게 ‘일방적인 지시가 아니라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설명을 부탁했고, 업무와 함께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의 가치도 인정해 줄 것’을 이야기했다.


성경을 모르는 사람들을 전도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서 상대방의 가치와 세계관을 파악한 후, 그 전제와 가치관을 바탕으로 그들의 부족한 점을 드러내어 보여 주고 그 대안으로 복음을 제시함으로써 예수님과 직면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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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박용기

박용기 목사는 사우스웨스턴신학교에서 목회학을 공부(DMin)하고 사우스웨스턴신학교 초빙교수와 샌앤젤로한인침례교회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으며, 저서로 ‘팀 켈러의 변증설교 15편 분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