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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해방 이후, 격변하는 역사 속의 하나님
by 옥성득2020-04-28

한국 기독교 역사 연구는 1980년대까지 현대사 연구에 투자해야 한다. 1876년 이후 한국 근현대사를 흔히 개항기(1876-1910), 일제 식민지 시대(1910-45), 해방과 건국기(1945-1960), 독재와 경제 개발 시대(1961-87), 민주화 시대(1987-현재)로 구분을 한다. 현재 한국사 연구는 박정희 대통령 시대(1961-79)는 물론 전두환 대통령 시대까지 본격적으로 하고 있다. 41년 전에 박정희 대통령이 암살되었기 때문에 두 세대가 지난 시점이고, 소위 ‘87년 체제’가 끝난 지도 33년이 지났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 기독교 역사는 아직 일제 강점기 연구도 제대로 안 된 상태이며, 이승만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 시대의 연구는 초보 단계이다. 현재 한국 기독교의 여러 문제에 대한 역사적 이해를 위해서는 빨리 해방 이전 시대의 연구에서 60-80년대 연구로 들어서야 한다.

한국 근현대사는 격변의 연속이다. 10년마다 주요 사건이 발생하고 35년마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사회가 되더니, 최근에는 그 변화에 가속도가 붙어 10년에서 20년마다 대위기가 오고 체제가 변하고 있다. 그만큼 교회도 변해야 한다. 하지만 역사적 과제를 정리하지 못한 채 새 시대를 맞아야 하기에 발달 지체와 변화 지체라는 중증에 걸려 있다. 한국 근현대사를 다음과 같이 주요 사건과 위기를 중심으로 변동하는 주기를 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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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이전에도 위기가 많았으나 해방 이후에도 여러 차례 위기가 찾아왔다. 1910년의 일제 강점, 1929년의 대공황, 이후 계속된 몇 차례의 전쟁, 1950년 6.25 전쟁으로 정착된 냉전 체제, 그로 인한 1961년 5.16 쿠데타와 1972년 10월 유신 체제의 발전, 1980년 5.18 광주의 비극, 1997년 IMF 경제 위기, 2008년 세계 경제 위기, 2020년 코로나19 위기가 왔다.


그러나 우리 민족은 위기를 만날 때마다 이를 극복하는 저력을 보였다. 1919년 삼일운동 이후 자주독립을 추구했고, 자유민주 진영의 도움으로 1945년 해방과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을 맞이했다. 1960년 4월 혁명으로 되살린 민주주의 정신은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1987년 민주화 항쟁, 2017년 촛불 항쟁으로 이어졌다.


이런 한국 사회의 정치 경제적 대위기와 그것들을 극복하려는 민주, 자유, 평등의 정신은 당시를 살았던 세대에게 상징적으로 붙여서 말하기도 한다. 감수성이 강한 20세에 위기를 겪은 세대, 즉 1960년에 4.19 세대, 1980년에 86세대, 1997년에 IMF 세대를 탄생시켰고, 올해 20세는 코로나19 사태를 겪는 코로나19 세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제 그들은 만으로 80세, 60세, 43세, 20세로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네 세대를 대변한다. 현재 70-80대가 민주화로 출발하며 산업화를 이룬 세대라면, 50-60대는 산업화를 완성하고 민주화를 심화했으며, 지금의 30-40대는 한국을 세계화하는 주역이었다. 새롭게 맞는 팬데믹 시대에 10대와 20대가 어떻게 위대한 대한민국을 만들지 기대된다.


이런 사회와 세대의 역동적이고 창조적인 변동 속에서, 한국 교회는 세대별로 어떤 새로운 패러다임의 신학(교회론, 선교론, 정치론 등)을 가지고 살았는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깊이 있게 연구하고 토론해야 한다. 그중 하나가 한국 교회 자체의 문제와 씨름한 역사적 자료를 풍성하게 확보할 수 있는 한국 기독교 역사 연구이다.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역사가 내비게이션의 역할을 한다.


현재 한국 교회 역사 연구 현황을 보면 안타까운 실정이다. 첫째, 한국교회사를 연구하는 학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신학교에도 전공 교수가 별로 없다. 둘째, 얼마 되지 않는 학자 중 주류는 60대 이상이다. 30대와 40대 학자가 별로 없다. 셋째, 일제 강점기를 연구하거나 연구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넷째,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시대의 한국 교회 역사에 대한 연구물이 별로 없다.


한국 기독교 역사를 공부하려면 한국사와 세계 교회사를 공부하고 이어서 해당 시기의 1차 자료를 읽어야 한다. 해방 이전 시대를 연구하려면 한문과 일본어와 국한문이라는 세 가지 외국어를 해야 하므로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해방 이후도 여전히 영어 자료와 국한문 자료를 읽어야 하므로 어학 실력은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무엇보다 해방 이후는 다양한 1차 자료와 2차 자료가 넘치기 때문에 엄청난 양을 읽고 소화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사회과학과 인문학을 두루 섭렵하지 않으면 좋은 교회사 학자가 되기 어렵다.


한국 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알기 위해서는 역사를 공부해야 한다. 누가 그 어려운 공부를 할 수 있는가? 교회와 독지가는 한국 기독교 역사를 연구하는 여러 연구소를 지원하고, 석박사과정의 학생 장학금을 지원하고, 한국교회사 자료집 시리즈 프로젝트에 기부하고, 논문상과 저술상을 만들어 사학자들을 길러야 한다. 교회 건물 하나에 수백억을 투자해도 교인이 없으면 건물은 이단에 매각될 수도 있다. 그 수백억을 한국교회사 연구에 투자한다면, 한국 교회의 활로가 보일 것이다. 향방 없이 달리기보다는 멈추어 서서 반성하고 생각하는 교회라야 살 수 있다.


박물관 자료를 수집하는 교회사 공부가 아니라, 30년, 50년을 내다보며 교회의 방향을 제시하는 공부가 되기 위해서 해방 이전 70년(1876-1945)의 역사, 해방 이후 70년(1945-2015) 역사를 신학화하는 기독교 역사 공부가 되어야 한다. 한반도와 세계의 격변하는 역사 속에서도 인도하신 하나님께서 향후 30년의 역사 속에도 인도하실 것이다. 역사 안에서 활동하시는 하나님을 만나고 교회를 살리는 한국 교회 역사 연구에 20대와 30대 신진 학도들이 도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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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옥성득

옥성득 교수는 서울대 영문학과와 국사학과를 거쳐 장로회신학대 신학대학원, 미국 프린스턴신학교(ThM), 보스턴대학교 신학대학원(ThD)에서 공부하고, 현재 UCLA 한국기독교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 ‘대한성서공회사’(전 3권), ‘첫 사건으로 본 초대 한국교회사’, ‘다시 쓰는 초대 한국교회사’ The Making of Korean Christianity, '한국 기독교 형성사'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