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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전염병 앞에 역사적 기독교회는 어떻게 했을까?
by 장대선2020-03-01

일반적으로 교회는 구약시대로부터 항상 있어온 것이지만, 특별히 그리스도의 중보사역을 바탕으로 하는 기독교회로서의 교회의 시작은, 예수 그리스도의 명하신 바에 따라 사도들의 사역을 통해 형성된 소위 ‘초대교회’(Early Church)로 본다. 그리고 그 때에 사도들과 전도자로서의 사역을 감당하던 자들을 가리켜서 교회의 ‘비상직원’(Extraordinary Officer)이라고 하는가 하면, 그 때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통상적인 교회의 직무를 감당하는 자들을 가리켜서 교회의 ‘통상직원’(Ordinary Officer)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지금 교회의 직원들 혹은 사역자들은 통상적인 직무를 수행하는 자들이며, 그런 직원들에 의해 유지되는 교회는 통상적인 형태로 운영되는 교회인 것이다. 따라서 교회의 운영과 관련한 치리규정들은 통상적인 운영의 원칙들과 규정들로 정해져 있다.


그러나 통상적인 교회의 운영이 항상 통상적이기만 한 것은 아닌데, 예컨대 전쟁이나 전염병 혹은 재해와 같은 비상적인 상황이 야기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들은 통상적인 교회의 운영을 기록한 여러 치리서들에서 쉽게, 혹은 세세하게 찾아보기가 어려운데, 독특하게도 16세기 프랑스 개혁교회의 치리서(1559)에서는 이미 그러한 경우들에 관해 상당히 상세하게 기록한 것을 찾아볼 수가 있다.


먼저 프랑스 개혁교회 치리서 제10장에서는 “신실한 모임에서 행해진 신앙 행위에 관하여” 다루는 가운데, 3조에 명시하기를 “쓰라린 박해의 때, 그리고 전쟁, 전염병, 또는 기근, 또는 다른 괴로운 고통의 때. 내용: 복음을 전하는 목사가 임직을 받을 때, 그리고 전국 총회의 소집에 관하여 의문이 생길 때, 하루 혹은 그 이상의 날을 공적 그리고 비상 기도, 그리고 금식. 그러나 어떠한 양심의 가책이나 미신이 없이 행하며, 또한 이 모든 것은 이러한 섭리의 근거와 명분의 성숙한 고려 하에 행해야 한다. 그리고 교회는 가능하면 금식을 시행하도록 조언하며, 그들이 만장일치로, 편리하게 그것을 위한 시간과 장소를 정한다면, 가능한 한 많이 행할 수 있다.”고 언급하여 명시한 것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성찬에 관하여 다루고 있는 12장에서도, 10조에서 “성찬이 시행될 때와 마찬가지로, 잡다한 병자들이 들어올 경우 건강한 가운데 있는 많은 사람들이 그 잔을 취하는 것을 조심하게 되므로, 이 경우에 목사와 장로들은 최대한의 신중한 태도로 이 일을 행하며, 경건한 질서가 유지되고 지켜지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한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공히 언급된 전염병의 상황에서 교회는 최대한 신중하고 성숙한 고려 가운데 행하도록 권장하되, 아울러 “비상 기도, 그리고 금식”과 같은 특별하고 비상적인 행실 가운데서 그처럼 신중함과 조심하는 태도를 취하도록 하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그러한 비상적인 위기의 상황에서 프랑스 개혁교회는 신중하고 조심스런 대책 마련뿐 아니라, 오히려 신실하고 간절한 기도와 금식으로서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 바이러스(COVID 19)로 말미암아 최근 한국의 교회들은 공예배 중지 및 예배당 폐쇄와 같은 초유의 일들을 급작스럽게 겪고 있다. 특별히 예배당에 모이는 집회와 행사들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던 그동안의 교회 운영으로 볼 때에, 그처럼 공예배 및 각종 모임들을 중지하거나 잠정적으로 폐쇄하는데 따른 대비책 또한 실질적으로 갖추고 있지 못한 실정이기에, 그 충격과 혼란이 상당하다 하겠다.


하지만 일찍이 프랑스 개혁교회 치리서에서는 그러한 경우에 “하루 혹은 그 이상의 날을 공적 그리고 비상 기도, 그리고 금식”을 하도록 했는데, “그러나 어떠한 양심의 가책이나 미신이 없이 행하며, 또한 이 모든 것은 이러한 섭리의 근거와 명분의 성숙한 고려 하에 행해야 한다.”고 하여, 그러한 기도와 금식이 결코 신비적으로나 미신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처럼 신비적이거나 미신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성숙한 고려 하에 시행하는 비상 기도와 금식과 같은 것의 실제적인 시행은 어떻게 이뤄질 수 있는 것이었을까?


이와 관련하여 우리가 파악해야 하는 것은 바로 ‘스코틀랜드 가정예배모범’으로 흔히 알려진 웨스트민스터 가정예배모범(The Directory for Family Worship)으로서, “개인 및 사적 예배와 성도 간의 상호 교화를 위해, 그리고 가정예배를 소홀히 하는 일들을 책망코자 총회는 아래와 같이 지침을 마련하여 준수하도록 결의한다.”고 한 문구를 배경으로 한 개인 및 사적 예배, 그리고 가정예배를 지도하는 개교회의 목사와 치리장로들의 역할이다. 즉 “본 총회는 개교회의 목사와 치리장로들이 개교회에 소속된 각 가정들에서 이 같이 중요한 의무를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닌지 부지런히 살펴보고 돌아보도록 명한다.


만일에 그러한 가정이 발견된다면 그 가정의 가장이 먼저 그 잘못을 시정하도록 사적인 권면이나 경고를 받아야 할 것이며, 그런데도 계속해서 그러한 잘못을 시정하지 않고 그대로 있으려 한다면 지교회의 치리회(혹은 당회)에 의해 엄중한 책망을 받도록 해야 한다. 만일 그처럼 책망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정예배를 소홀히 한다면, 그와 같이 심각하게 당회의 지침을 위반하는 그 강퍅함으로 인해 성찬을 받기에 합당치 못한 자로 간주되고 이를 뉘우치고 돌이키기까지 성찬참여를 금함이 마땅하다.”고 한 지침과 같은 맥락으로, 평소 예배당을 중심으로 하는 공적인 예배와 행사 뿐 아니라 사적이거나 개인적인, 그리고 각 가정에서의 예배를 통해서도 경건한 신앙을 유지하고 도모할 수 있는 훈련과 여건이 전제될 때에, “쓰라린 박해의 때, 그리고 전쟁, 전염병, 또는 기근, 또는 다른 괴로운 고통의 때”를 제대로 대비할 수가 있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신앙과 경건의 패턴에 있어서 그 동안 간과되었던 것이 바로 이러한 사적이고 개인적인, 무엇보다 가정예배를 통한 신앙과 경건생활이다. 양적 성장을 위주로 하여 구성된 대부분의 교회들 가운데서 이처럼 사적이고 개인적인 경건생활, 그리고 가정에서의 경건생활을 유지하는 예가 드물며, 그조차도 지교회의 지도와 치리와는 거의 별개로서 철저히 개인적인 사안으로만 인식되어 있는 실정인 것이다.

그러므로 어쩌면 그 동안 우리들이 드려온 예배와 공적인 모임들이 혹 하나님 보시기에 가증스러운 것이었기에 공적예배를 드릴 수 없는 형편으로까지 내몰리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그러한 재앙과 질병의 때를 극복할 사적이고 개인적인, 무엇보다 각 가정을 책임지는 영적인 가장으로서의 책임과 지원이 교회적으로 이루어져 왔었는지 진지하게 고려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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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장대선

장대선 목사는 도서출판 고백과문답 대표와 장로교회정치연구소장을 맡고 있으며 교리 연구가로 활동하며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스터디’, ‘스코틀랜드 장로교회의 제2치리서’ 등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