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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양떼를 살피는 목자의 책임
by R. C. Sproul2020-09-30

신약성경이 그분에게 적용하는 명칭 중 하나도 ‘선한 목자’(the Good Shepherd)이다. 자기 양떼를 돌보는 목자의 이미지는 한 교회의 목회자가 감당해야 할 사역을 보여 주는 이미지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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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행전에 등장하는 초대교회 이야기를 살펴보면, 한 가지 눈에 띄는 현상을 주목할 수 있다. 곧 8장 1-2절에 소개되는 상황인데, 그 내용은 이렇다. “그 날에 예루살렘에 있는 교회에 큰 박해가 있어 사도 외에는 다 유대와 사마리아 모든 땅으로 흩어지니라 경건한 사람들이 스데반을 장사하고 위하여 크게 울더라”(행 8:1-2). 여기서 조금만 더 내려가면, 이런 내용도 확인할 수 있다. “그 흩어진 사람들이 두루 다니며 복음의 말씀을 전할새”(행 8:4). 여기서 우리는 당시에 두루 다니며 말씀을 전한 사람들이 사도들이 아니었음을 보게 된다. 그들은 모두 1세기 교회의 평신도였다. 그때 사도들은 예루살렘에 남아 있었기 때문에 박해를 피해 흩어진 무리에 속하지 않았다. 이와 같은 본문을 통해 우리는 평신도를 훈련시켜 그들로 하여금 복음을 더 효과적으로 전파하게 하는 일이 초대교회 리더들의 주요 임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러한 전례를 염두에 두었던 루터도 16세기에 만인제사장 교리를 내세웠다. 그 교리를 통해 평신도와 성직자의 차이를 없애려 한 게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이 교회의 사명을 성취하는 데 동참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런데 신약성경은 교회에서 평신도와 달리 지도자로 임명되는 자들이 있음을 또한 밝힌다. 그들은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지만, 일반적으로 목회자라는 직분을 들어 그러한 지도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목회 사역에 있어 최고의 패러다임 내지 최고의 모델은 단연 예수님의 사역이라고 할 수 있다. 신약성경이 그분에게 적용하는 명칭 중 하나도 ‘선한 목자’(the Good Shepherd)이다. 자기 양떼를 돌보는 목자의 이미지는 한 교회의 목회자가 감당해야 할 사역을 보여 주는 이미지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양떼를 살피는 목자란, 과연 어떤 책임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


우선 목자는, 양떼를 인도해야 할 책임을 지닌다. 만일 어떠한 목자도 돌보지 않고 지속적으로 살펴보지 않아, 말 그대로 아무에게도 인도를 받지 못하고 홀로 남겨진 양들의 행동을 관찰한다면, 제멋대로 사방을 돌아다니며 질서 없이 움직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양들은 목자의 보살핌이 없는 한, 길을 잃고 상처를 입고 공격을 당하기 십상이다. 마찬가지로 그리스도의 양떼도 그러한 특징을 보여 준다. 그러므로 양떼를 인도하는 일은, 그들을 목양하는 목회자의 가장 주요한 임무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오늘날 교회, 특히 개신교회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비극은, 목회자가 한 교회를 인도해야 할 책임은 부여받아도, 그에 부합한 권한은 제대로 부여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장로이든 집사이든 당회와 같은 치리 기관을 구성하는 사람들에게 고용된 일꾼 정도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에 목회자는 치리 기관에 종속된 처지에 있기 때문에, 그리스도의 양떼를 지도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전에 자신을 고용한 사람들의 눈치부터 살피게 된다.


많은 목회자들이 복음 설교를 올곧게 전하지 못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말씀을 너무 대범히 전하거나 양떼에 대한 지나친 관심을 드러내면 혹 해임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한편으로는 양떼를 살피고 또 한편으로는 자신을 고용한 사람들을 살핀다. 이는 성경이 제시하는 목회자의 모습이 아니다. 모세가 활약하던 구약 시대부터 이후로 신약 시대에 이르기까지 장로나 집사의 자리에 부름 받은 사람들은 목자를 돕고 보조하는 역할을 감당했다. 그리고 목자는 양떼를 인도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을 함께 부여받았다. 오늘날에는 그러한 권한을 부여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신의 개성에서 나오는 매력이나 리더십 기술 등을 사용해서 지도력을 발휘하려는 노력을 하기도 한다.


둘째로, 목자는 양떼를 먹여야 할 책임을 지닌다. 예수님은 부활 후에 베드로를 만나 자신을 사랑하는지를 물으시며 이 책임을 강조하셨다. 그러면서 베드로에게 세 번이나 양떼를 먹이라는 사명을 주셨다. 잘 먹지 못하는 양들은 이내 마르고 약하고 수척해지며 쉽사리 병에 걸려 죽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돌보는 양들이 균형 잡힌 말씀으로 양식을 먹고 영양분을 섭취하며 건강하게 성장하는지를 확인하는 일은 목회의 급선무이다.


신약성경은 젖이나 먹고 단단한 음식과 같이 소화하기 힘든 말씀은 피하며 하나님의 진리를 제대로 배우려 하지 않는 신자들을 책망한다. 선한 목자는 어린 영혼에게만 해당하는 젖, 다시 말해 기초 원리만을 양들에게 제공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튼튼하게 자라 복음을 전할 수 있도록 다음 단계의 식단을 제공한다. 이러한 식단을 마련하는 일이 목회자에게 주어진 임무이다.


셋째로, 목자는 양떼를 보살펴야 할 책임을 지닌다. 요한이 사용한 목양의 이미지를 다시 떠올려 보면, 한 마리의 양이 상처를 받거나 병에 걸렸을 경우, 선한 목자가 그 상황을 알아차리고 다른 양떼로부터 아픈 양을 분리시켜 건강이 충분히 회복되도록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선한 목회자도 교인들의 아픔과 고통, 즐거움과 슬픔을 알고 그들의 필요를 돌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육체의 질고나 영혼의 고통 또는 마음의 괴로움에 교인들이 짓눌리지 않기 때문이다. 목자는 양들을 격려하고 돌보아 그들로 하여금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이 충만한 데까지 이르러 결국 그분의 형상을 닮아가도록 하기 위해 존재한다.


끝으로, 목자는 양떼를 가르치고 훈련해야 할 책임을 지닌다. 여기서 가르치는 사역과 훈련하는 사역에는 차이가 있다. 가르치는 사역은 다른 사람에게 지식과 같은 정보를 전달하는 일과 관련이 있다. 그러나 훈련하는 사역은 그 과정에 참여하여 훈련받는 대상에게 어떻게 특정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지를 몸소 보여 줘야 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양들에게 강해설교를 통해 단순히 어떤 정보를 전달하거나 믿음의 교리를 설명하는 일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제로 그들이 신앙의 성장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를테면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 어떻게 예배해야 하는지, 어떻게 전도해야 하는지, 어떻게 구제 사역에 동참해야 하는지를 알려 주어야 할 책임이 목회자에게 있다. 그리고 그 모든 사역에서 목회자는 예수님의 사역을 반영하고 드러내야 한다. 즉 성부가 맡기신 양들을 위해 자신을 온전히 내주신 그분의 사역을 보여 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목회자는 모든 성도를 바라볼 때 하나님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가 자신에게 맡기신 양떼로 바라보아야 한다. 그래야만 복음을 통해 충분히 성장할 수 있도록 그들을 잘 섬길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 www.ligonier.org

원제: Shepherding the Flock

번역: 장성우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 어떻게 예배해야 하는지, 어떻게 전도해야 하는지, 어떻게 구제 사역에 동참해야 하는지를 알려 주어야 할 책임이 목회자에게 있다. 그리고 그 모든 사역에서 목회자는 예수님의 사역을 반영하고 드러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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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R. C. Sproul

R. C. 스프로울 박사는 Ligonier Ministries를 설립했으며, 플로리다 주 샌포드 시에 위치한 Saint Andrew’s Chapel의 창립목사로, Roformation Bible College의 초대총장으로 봉직했다. 평생 동안 ‘하나님의 거룩성’(The Holiness of God)을 비롯하여 백여 권이 넘는 책을 저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