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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

무조건적 선택 교리가 어떻게 목회를 지탱하는가
by Jeramie Rinne2019-04-12

하나님의 은혜로 나는 지난 20여년 동안 목회자로 일해 왔다. 때로 이제 막 목회의 길에 들어선 젊은 목사들이 내가 오랫동안 성공적으로 목회를 이끌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묻기도 한다. 그럴 때면 나는 종종 "칼빈주의자가 되라"고 말해준다. 물론 농담이지만 근거가 없는 말은 아니다.


칼빈주의자가 아닌 목회자 중에서도 성경을 올바로 믿고, 복음을 잘 가르치며, 아름다운 결실을 거두는 목회자들이 많이 있다. 나는 이들을 형제라고 여기며 그들의 수고에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나는 일반적으로 '칼빈주의'라고 부르는 신학적 틀, 특히 무조건적 선택 교리야말로 나의 목회 사역을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또한 여러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도록 했다고 생각한다. 무조건적 선택 교리는 내 목회를 지탱해 준 핵심이다.


무조건적 선택 교리(Unconditional Election)란?


무조건적 선택 교리가 교회 안팎의 사역에서 그토록 유익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그 교리가 무엇인지 정의해야 한다.


무조건적 선택은 적어도 다음의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1. 창세 전에 하나님이 구원받을 사람을 선택하거나 예정하셨다.


2. 누군가를 구원하기로 한 하나님의 선택은 오직 그분의 주권과 선의에 근거하며, 그분 자신 외의 어떤 외적 조건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므로 '무조건적'이라는 말의 의미는 하나님이 먼저 선택하셨기 때문에 그 선택을 받은 이들이 복음을 믿는다는 뜻이다. 하나님은 자신이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사람에게 사랑을 베푸신다. 그분은 구원의 주권자이시다.


나는 여기에서 무조건적 선택에 대한 성경적 논의를 하지는 않고자 한다. 성경에서는 이 교리의 원리를 드러내는 구절들이 많다. 요한복음 6장에 나타난 예수님의 말씀과 에베소서 1장 및 로마서 9장에 나오는 바울의 가르침이 그 예이다. 나는 또한 이 교리를 설명하기 위하여 철학적으로 접근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 대신, 이 교리를 목회 현장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를 고민해보고자 한다.


무조건적 선택 교리는 목회 성공의 의미를 재정립한다


무조건적 선택 교리에 대한 정의가 사역 중에 있는 목회자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다 줄까? 무조건적 선택 교리를 목회에 어떻게 실천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방안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하나님의 의지가 구원 사역에서 절대적인 위치에 있다는 사실을 알면, 목회 사역의 목표를 근본적으로 다시 세울 수 있게 된다. 간단히 말하자면, 무조건적 선택이 사역에서 의미하는 바는 목회자의 우선적인 책무가 하나님에 대한 신실함이라는 것이다.


그렇다. 하나님은 자신의 목적에 따라 사역의 결과를 결정하신다. 따라서 그분은 자신이 선택한 사람들을 구원하고 성화시킬 것이다. 하지만 핵심은 우리가 선포하고, 가르치고, 순종하는 말씀과 복음을 통해서 하나님이 그 백성을 구원하시고 성화시키신다는 사실이다. 바울은 “믿음은 들음에서 나며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말미암았느니라”(롬 10:17)고 말한다. 하나님은 선택 받은 자의 구원뿐만이 아니라 그 수단(하나님의 말씀)까지 정해 놓으셨다.

 

무조건적 선택 교리를 목회 현장에 적용할 때, 구원이 전적으로 하나님의 주권에 있으니 목회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어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다. 분명, 목회자가 담당해야 하는 역할이 있다. 즉, 우리가 선포하고 가르치고 순종하면 하나님은 그분의 때에 맞춰 그 목적을 성취하신다. 무조건적 선택 교리 위에 세워진 사역의 성공은 성도의 숫자가 아니라, 하나님 말씀을 선포하고 가르치고 순종하는 그 신실함으로 측정된다.


무조건적 선택 교리는 목회를 지탱한다


사역의 성공이 종의 신실함이라고 보게 되면, 목회자로서 우리의 짐이 가벼워진다. 하나님은 우리가 스스로의 본분을 다하고 나머지 영역에 대해서는 그저 그분을 신뢰하기를 바라신다. 이 진리를 깨달을 때에, 비록 오래 기도하며 힘써 온 사역의 결과가 빈약하더라도 지난한 목회 사역을 계속해 나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그렇다면, 무조건적 선택 교리가 어떻게 목회를 지탱하는지를 네 가지 영역에서 살펴보자.


복음 전도


하나님은 누군가를 선택하시고 복음의 선포를 통해 구원하시기 때문에, 전도의 목표는 복음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그 복음을 들은 사람이 이를 믿느냐 믿지 않느냐는 우리의 손에 달려있지 않다. 목회자는 선포하는 일을 하는 것이지 회심시키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은 그분의 계획대로 구원에 이르는 믿음을 허락하실 것이다. 바울이 안디옥에서 이방인에게 설교할 때, “영생을 주시기로 작정된 자는 다 믿[었고]”(행 13:48), 또한 그가 빌립보 루디아에게 설교할 때 “주께서 그 마음을 열어 바울의 말을 따르게 하[신]”(행 16:14) 것처럼 말이다.


누군가 복음을 거절할 때, 당신이 전도에 실패한 것처럼 느낄 필요가 없다. 혹여 “잘못된 예를 거론했나, 설득을 더 잘 했어야 했나, 아니면 미소를 더 지었어야 했나, 내가 잘했다면 그 사람을 믿도록 할 수 있었을 텐데…”라고 생각하며 조바심을 낼 필요가 없다. “내가 그 자를 믿게 할 수 있다고 확신했는가?”를 묻지 말라. 그 대신, “복음의 메시지가 확실했는가?”를 물으라. 첫 번째 질문은 우리를 지치게 할 수 있지만, 두 번째 질문은 적용 가능한 목표이다. 그리고 말씀을 전하는 순간 받는 이가 예수님을 거절했다 하더라도, 그는 여전히 선택받은 사람일 수 있고 나중에 언젠가는 믿음으로 나아올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러한 가능성은 복음 전도를 하나님이 주신 기회로 여길 수 있게 하고, 또한 복음에 폐쇄적인 사람에게도 이를 계속 전해야 한다는 믿음을 갖게 한다. 신실함이 곧 목회의 성공이라는 사실은 복음 전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설교


노인, 청년, 기혼, 미혼, 비기독교인, 새신자, 형식적 크리스천, 성숙한 크리스천 등 성도들의 배경은 매우 다양하다. 어떻게 하나의 설교로 이토록 다양한 모두가 예수님을 알도록 이끌 수 있을까? 매주 서로 다른 계층의 성도들에 맞추어 메시지를 전할 것인가? 아니면 특수 계층을 목표로 교회의 철학을 설계할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좋아하므로 영화 제목을 가지고 설교 시리즈를 만들어 다수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어떤가? 


하나님이 무조건적으로 구원할 사람을 선택하여 그분의 말씀을 통해 그를 성화시킨다면, 설교의 목표는 성경을 명확하고 정확하게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전달하는 것이 되어야만 한다. 본문의 주제가 설교의 주제가 되게 하고 그 주제를 교회와 삶에 적용하는 방법에 대해 바르게 제시했다면, 우리의 설교는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씨가 나서 자라되 어떻게 그리 되는지를 알지 못하느니라”(막 4:27)라고 말씀하신 예수님의 비유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설교자가 문화 분석이나 추세 분석, 비디오 편집자나 변증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다. 매주 가능한 한 신실하고 명확하게 성경을 설명 및 적용하는 설교자가 되고, 선택된 자에게는 하나님의 때에 말씀이 역사할 것임을 굳게 믿기만 하면 된다.

 

더 나아가, 선택 교리은 목회자로 하여금 성경의 어느 구절을 가지고 설교하더라도 주님이 반드시 역사하신다는 확신을 갖게 한다. 왜냐하면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기 때문이다]”(딤후 3:16). 하나님은 요한복음뿐 아니라 레위기를 통해서도 예정된 사람들에게 역사하실 수 있다. 이는 설교자인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평생 동안 설교할 수 있는 효과적인 설교 자료가 이미 준비되어 있으니 우리는 본문 선택의 문제로 너무 힘들어 하지 않아도 된다.

 

상담


상담은 목회 사역 중 내가 가장 어려워 하는 부분이다. 사람의 문제는 매우 복잡하다. 성도들이 중독, 부부 갈등, 학대 및 큰 슬픔과 같은 거대한 문제에 당면해 있을 때, 어떻게 하면 그들이 바르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까?

 

목회이 방향을 신실함에 두게 되면, 목회자는 긍휼을 베풀고 성경적 상담을 제공하는 역할에 집중하면 된다. “너희 안에서 착한 일을 시작하신 이가 그리스도 예수의 날까지 이루실 줄을 우리는 확신하노라”(빌 1:6)라고 하신 그 말씀을 확실히 알고 믿음으로써 영혼의 치유는 하나님께 맡기면 된다. 다시 말하지만 사역에 무조건적 선택 교리를 적용한다면, 신실함이 곧 목회의 성공이다. 따라서, 상담에서도 복음을 삶에 적용하고 이를 나누는 것에 목표를 두면 된다.


상담에 있어서 건강한 경계선을 세우고 이를 지킴으로써 내담자의 구세주가 되려는 충동을 저지하는 것은 무척 중요한다. 상담자는 내담자가 털어놓은 힘든 상황을 어떻게 해서든 모두 해결해주어야 한다는 과한 책임감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 무조건적 선택 교리는 우리가 충분히 노력한 후 그것을 내려놓아도 된다는 신학적 기초를 제공해주며, 결국 이는 목회자가 탈진하지 않고 오랫동안 사역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 준다.


고난


거의 모든 목회자는 고난을 경험함에도 불구하고, 신학교는 고난을 다루는 일에 관해서 주요하게 가르치지 않는다. 바울은 디모데에게 이렇게 권한다. “그리스도 예수의 좋은 병사로 나와 함께 고난을 받으라”(딤후 2:3).


고난은 박해라는 형태로 교회 외부로부터 오기도 한다. 고난은 또한 교회 내부에서 배신, 실망, 배교, 중상 모략, 비현실적인 기대, 불만과 비난, 위기와 외로움 등의 다양한 형태로 발생한다. 게다가 우리는 무엇인가 계속해서 더 해야만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바울이 “날마다 내 속에 눌리는 일이 있으니 곧 모든 교회를 위하여 염려하는 것이라”(고후 11:28)라고 말했듯이 목회자들도 그렇다. 바울은 모든 회중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감당했을까? 나는 겨우 한 교회를 섬기는 일에도 이토록 어깨가 무거운데 말이다. 역량을 보이려고 애쓰지만 우리는 때때로 혼돈스럽고 지치며 또한 두렵기까지 하다.


나는 교회의 운명이 목회자에게 달려있지 않다는 사실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하다. 하나님은 단지 시험 중에도 신실하라고 하신다. 바울은 “내가 전한 복음대로 다윗의 씨로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신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라 복음으로 말미암아 내가 죄인과 같이 매이는 데까지 고난을 받았으나 하나님의 말씀은 매이지 아니하니라 그러므로 내가 택함 받은 자들을 위하여 모든 것을 참음은 그들도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구원을 영원한 영광과 함께 받게 하려 함이라”(딤후 2:8-10)라고 했다.


바울이 한 말의 의미를 이해했는가? 그는 택함 받은 자들을 위하여 고난을 견뎠다. 우리가 환란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이 구원받을 사람을 택하셨으며, 하나님의 약속을 변치 않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선택한 자녀들을 그분의 집으로 데려오기 위하여 우리의 고난을 사용하신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불가능한 사명?


나에게 무조건적 선택 교리는 단지 신학적 이론이 아니다. 이는 내 목회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핵심 원동력이다. 나는 현재 중동의 큰 국제 교회에서 목회자로 섬기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 안에는 다양한 문화가 존재하고, 교회 밖에는 복음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만일 하나님의 사역이 이 모든 문화를 해석하고 각각에 맞는 복음 전도의 방법을 찾아내는 능력, 혹은 복음에 미접촉된 사람들을 믿게 하는 목회자의 능력에 달려 있다면, 나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한 사회에는 통하는 방식이 다른 사회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조건적 선택 교리는 내게 소망을 준다. 예수님은 “아버지께서 내게 주시는 자는 다 내게로 올 것이요 내게 오는 자는 내가 결코 내쫓지 아니하리라”(요 6:37)라고 하셨다. 모든 택함 받은 자들은 그분에게로 나아올 것이다. 예수님이 그분의 말씀으로 그들을 부르시기 때문에 반드시 올 것이다. “내 양은 내 음성을 들으며 나는 그들을 알며 그들은 나를 따르느니라”(요 10:27). 목회자로서 나의 본분은 복음과 성경을 지속적으로 선포하고, 예수님이 가르치시고 먹이실 것임을 믿는 것이다.


하나님의 계획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우리 교인들에게 무엇이 당신을 교회로 이끌었냐고 묻는다면, 그들은 매번 똑같이 대답할 것이다. 성경과 복음의 중심성 때문이라고 말이다. 복음은 초자연적인 자석처럼 힘을 발휘하여 다양한 양떼들이 함께 모이게 한다.

 

따라서 나와 당신의 사명은 명백하다. 신실하게 말씀을 전하고, 말씀으로 상담하고, 말씀을 노래하고, 말씀으로 기도하며, 말씀에 순종하는 것이다. “사람이 마땅히 우리를 그리스도의 일꾼이요 하나님의 비밀을 맡은 자로 여길지어다 그리고 맡은 자들에게 구할 것은 충성이니라”(고전 4:1-2).




출처: www.9marks.org

원제: How Unconditional Election Sustains Pastoral Ministry

번역: 정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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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Jeramie Rinne

제라미 리네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위치한 Evangelical Community Church의 담임목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