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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과 신학

오순절 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
by Trevor Laurence2019-01-28

그리스도가 승천하시고 열흘 후, 모든 제자들이 예루살렘에 모여 있을 때였다. 불현듯, “급하고 강한 바람 같은 소리가” 들리더니 “불의 혀처럼 갈라지는 것들이 그들에게 보여 각 사람 위에 하나씩 임하”는 일이 일어났다(행 2:2-3).


바로 오순절 사건이다. 하나님의 영이 충만하게 임하신 것이다.


여기서 바람과 불이 등장한다.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구름과 불길이 있었는데, 이런 현상은 출애굽 시대에 하나님의 영광이 그 백성보다 앞서 가거나 뒤에서 따라갈 때 그분의 임재를 나타내기도 했고, 또는 그 영광이 성막에 거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도 했다(민 9:18). 그리고 나중에 솔로몬 성전이 세워졌을 때는 그 성전에 가득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기도 했다(왕상 8:10-11). 그런데 이제 오순절 사건에서는 그 영광이 하나님의 새로운 처소를 가득 채우는데, 여기서 그 처소란 다름 아닌 하나님의 백성, 곧 죄로 얼룩진 사람들이다.


이 사건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나타내는 바람은 강력하게 불어오지만, 그 백성을 쓰러뜨리지 않는다. 또 하나님의 임재를 상징하는 불은 그 백성 위에 타오르지만, 그들을 소멸시키지 않는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바로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죄를 지고 하나님의 거룩한 임재를 마주하는 고통을 받으신 결과, 하나님이 그의 백성을 성전으로 삼아 은혜 가운데 거하실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신비로운 순간에, 성령께서 제자들에게 충만히 임하셔서 그들이 서로 다른 언어로 말하는 이적이 일어난다. 이미 예수님은 제자들이 권능을 받아 땅 끝까지 증인이 되도록 그들에게 성령을 보내리라고 약속하셨다(행 1:8). 그리고 승천하신 후 오순절 날이 되자 이 약속을 지키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오순절 사건은 전체 구속사에서 어떤 부분을 차지할까? 그리고 이 사건은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을 어떻게 연결시킬까? 또한 우리는 그 사건과 관련된 문제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러한 질문들을 생각해보기 위해, 우리는 먼저 이 사건 현장부터 살펴봐야 한다.


바벨탑 사건의 역전


“경건한 유대인들이 천하 각국으로부터 와서 예루살렘에 머물러” 있다가(행 2:5), 큰 소동이 일어나자 서로 모여들었다. 그런데 이때 놀랍게도, 외국에서 자란 그 유대인들은 자신들에게 친숙한 언어로 어떤 사람들이 설교하는 광경을 보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바벨탑 사건을 잠시 떠올릴 필요가 있다. 그때 하나님은 언어를 혼잡하게 하여 사람들을 분리시킴으로써 그들의 죄악을 심판하셨고 또한 그 죄악된 일이 성사되지 못하게 하셨다(창 11:1-9).


그런데 지금 오순절 사건에서 하나님은 그 많은 사람들을 한데 곧 예수님에게로 모으기 위해 여러 가지 언어들을 사용하셔서 그들의 죄악을 용서하기까지 하신다. 다시 말해, 성령의 강림과 더불어 그리스도 안에 있는 은혜의 복음이 그 사람들에게 적용되어 죄악의 결과가 더 이상 그들한테 미치지 못하는 역사가 이루어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오순절 사건에서 바벨탑 사건의 역전 현상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 사건은 구약성경에 약속된 하나님 나라의 회복을 보여 준다. 이를테면, 구약성경은 장차 다윗의 후손으로 오실 메시아가 통치하는 시대가 오면 하나님의 분열된 백성이 하나가 되어 결국 그분의 나라가 회복된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겔 37:15-28). 그런데 이스라엘이 그토록 대망하던 하나님 나라에 대한 비전은 이제 전혀 예측하지 못한 방식, 즉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던 유대인들이 그리스도의 통치 아래 믿음으로 하나가 되는 방식을 통해 성취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회복의 역사는 이방인에게까지 미친다.


종말의 시작


이렇듯 그 기이한 일들을 목격하며 당황스러워 하던 사람들이 “이 어찌 된 일이냐”(행 2:12)라고 묻자, “어떤 이들은 조롱하여 이르되 그들이 새 술에 취하였다”(행 2:13)라고 대꾸한다. 그런데 불과 얼마 전까지만해도 그리스도를 부인했던 베드로는 이제 목소리를 높여 그 물음에 답변하기 시작한다.


그는 거기에 모인 청중이 이미 알고 있는 성경 본문들을 인용한 후에, 어떻게 하나님의 모든 약속을 예수 그리스도가 성취하시는지를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부활하신 예수님으로부터 성경 해석을 배운 사도들(눅 24:44; 행 1:3)이 어떻게 구약성경의 궁극적인 의미를 그리스도 안에서 발견하는지를 엿볼 수 있다.


먼저 그는 요엘 2장 28-32절을 인용한다. 이 본문은 하나님이 새 언약의 복을 실현하여 그 모든 백성에게 자신의 영을 부어주시는 종말의 현상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이 예언의 말씀대로, 이제 성령께서는 기름부음 받은 지도자들에게만 임하시지 않는다. 그분은 남녀노소와 종과 상전을 구별하지 않고, 모든 언약 공동체의 구성원에게 임하신다.


즉 요엘이 내다본 종말은 이미 시작되었고, 또 그가 바라던 성령도 찾아오신 것이다. 지금까지 에덴동산과 성전과 그리스도 안에 거하시던 하나님이 이제는 성령으로 자기 백성과 함께 거하시게 된 것이다. “위로 하늘에서는 기사를 아래로 땅에서는 징조를”(행 2:19; 욜 2:30) 드러내시겠다는 예언은 바로 주의 날의 도래, 즉 심판과 구원을 위해 하나님이 친히 역사에 개입하시는 날이 시작되리라는 사실을 의미했는데, 바로 그 예언이 성취되었다.


흥미롭게도 그와 같은 기사와 징조는 이미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에 수반된 사건들을 통해 실현되기 시작했다(마 27:45-54; 28:2). 왜 그럴까? 바로 하나님이 죄를 심판하시고 그의 백성을 위해 구원을 성취하시는 십자가에서 주의 날은 역사 속으로 찾아왔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 종말의 날에, 믿음으로 그리스도의 이름을 부르는 모든 자들은 성령을 받고 하나님과 화목한 관계를 회복하는 복을 누리게 된다.


다윗의 후손을 위한 다윗의 기도


베드로는 계속해서 복음을 뚜렷하게 선포한다. 바로 하나님의 주권적인 계획에 따라 사람들이 나사렛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아 죽였지만, 사망이 그분을 매어 놓을 수 없었기에 그리스도가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셨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죄에 대한 하나님의 저주를 대변하는 사망은 오직 죄인들에게만 합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데, 예수 그리스도는 완벽하게 거룩하고 흠이 없는 의인이셨기에, 하나님은 그를 감고 있던 죽음의 사슬을 풀어 버리신 것이다.


그리고 베드로는 시편 16편 8-11절을 인용하며, 이스라엘의 가장 위대한 왕이었던 다윗이 그리스도의 부활을 예견했다는 놀라운 사실을 가르친다. 이 시편에서 다윗은 하나님이 자신을 죽음에 버려 두지 않으시리라는 소망을 고백하는데, 베드로는 이 소망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실현되었다고 선포한다. 즉 다윗이 과거에 자신을 가리켜 한 말은 다름 아닌 하나님이 그의 보좌에 영원히 두겠다고 약속하신 하나님 자신의 아들을 가리킨다는 것이다.


비록 다윗 왕은 죽었지만, 진정으로 거룩하신 왕인 예수 그리스도는 죽어서도 그 몸이 썩음을 당하지 않으셨다. “내 영혼을 음부에 버리지 아니하시며 주의 거룩한 자로 썩음을 당하지 않게 하실 것”(행 2:27)이라고 간구했던 다윗의 기도가 그의 후손인 그리스도 안에서 응답된 것이다. 왜냐하면 그리스도는 무덤에 버려져 썩지 않으셨을 뿐 아니라, 그분 안에서는 다윗과 하나님의 약속을 신뢰하는 모든 자들이 영생을 선물로 받게 되기 때문이다.


오순절 사건의 의미


베드로는 바로 이 예수 그리스도가 승천하여 지금 하나님 아버지의 우편 곧 절대적인 권능과 권위를 상징하는 자리에 앉아 계신다고 증언한다. 그리고 그분이 약속된 성령을 아버지께 받아 보내심으로써 이제는 우리가 성령이 하시는 사역을 직접 보고 들을 수 있게 되었다고 선언한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오순절 사건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지금까지 유대인들이 믿고 있던 성경을 인용해서 그들이 목격한 현상을 해석해 온 베드로는 이제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새 언약 백성들을 성령으로 충만케 하시려는 역사에 대해 선포하고자 한다. 그런데 그 선포에 앞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강조한다.


“그런즉 이스라엘 온 집은 확실히 알지니 너희가 십자가에 못 박은 이 예수를 하나님이 주와 그리스도가 되게 하셨느니라”(행 2:36).


이 사실은 그리스도가 부활하여 바로 지금도 통치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구속사적으로 확정하는 의미를 지닌다. 바로 여기에 오순절 사건의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이러한 베드로의 설교를 통해 성령께서는 새 생명을 주시는 역사 가운데 사람들의 마음을 찌르셨다. 그 결과, 사람들이 죄를 깨닫고 돌이켜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써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또한 그들은 언약의 표인 세례를 받아 교회의 일원이 되고자 했다. 이처럼 반역했던 사람들이 회개하고 믿음을 고백하며 세례를 받음에 따라 이제 그들은 하나님의 새 언약 공동체에 속한 구성원이 되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하나님의 용서하심과 성령의 내주하심을 포함한 모든 약속된 복을 받게 되었다.


“이 약속은 너희와 너희 자녀와 모든 먼 데 사람 곧 주 우리 하나님이 얼마든지 부르시는 자들에게 하신 것이라”(행 2:39). 이 베드로의 외침 속에는 아브라함 언약(창 12:1-3; 17:1-8)이 메아리치는데, 그 이유는 모든 민족에게 복을 주시고자 한 하나님의 계획이 결국에는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신 궁극적인 아들인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성취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순절 사건이 발생한 그 하루 만에, 교회는 120명에서 3,000명으로 확장되었다. 오순절에 이루어진 성령 강림은 유일한 사건이지만, 예루살렘에 찾아오신 그 성령은 지금도 계속해서 하나님의 모든 백성 가운데 내주하신다. 그리고 베드로가 선포했던 그 약속도 그리스도 안에 있는 믿음을 통해 성령을 받은 모든 이들을 붙들어주고 평안케 하며 고무시키는 소망이 된다.


구약성경에서 오순절은 곡식을 수확하도록 은혜를 베푸신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기념하는 절기였다. 따라서 바로 그 오순절에 성령을 보내신 사건은 영혼을 수확하는 일, 곧 그리스도의 제자가 늘어나는 일이 이제 막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에게 오순절 사건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그 의미는 바로 오순절에 임하신 성령께서 지금도 우리가 선포하는 하나님의 말씀을 통하여 그분의 교회를 쉬지 않고 친히 세워 가신다는 것이다. 이렇듯 주와 그리스도가 되시는 그분의 약속은 자기 백성의 삶 가운데 이 순간에도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출처: www.thegospelcoalition.org

원제: Pentecost Was First of the Last Days

번역: 장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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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Trevor Laurence

트레버 로렌스는 University of Exeter에서 박사과정으로 신학윤리학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노스캐롤라이나 윈스턴 살렘에 위치한 Trinity Church (PCA)의 장로이다. 대표 저서로 'The Story of the Word'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