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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

팀 켈러의 깊고 단순한 복음전도

심플리 미셔널 | Simply Missional

by 김선일2023-02-27

시간이 걸리더라도 복음이 우리의 문화적 상황과 기독교 공동체에 어떻게 구체적으로 접목되는지를 탐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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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리 미셔널

Simply Missional


탈교회화, 비종교화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선교 과제로서 복음을 새롭게 제시합니다. 기독교의 변증 유산으로부터 오늘을 위한 복음 변증의 지혜를 발굴하고, 현대 한국의 문화적 표현들과 복음의 대면이라는 주제를 다룹니다. 


현재 전 세계 목회자들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며, 가장 세속적인 뉴욕의 한복판에서 리디머교회를 개척하여 포스트모던 세대를 복음화하는 사역의 성과를 이룬 팀 켈러, 그는 전도를 어떻게 할까? 그의 목회 철학을 집대성한 Center Church(Zondervan, 2012: 국내 역간본은 팀 켈러의 센터처치; 이 글에서는 영어판에서 인용함)를 보면 그는 “전교인 복음 사역”(every-member gospel ministry)이라는 이름으로 실제 전도의 사례들을 소개한다(282-283). 


• 제리는 직장 동료 빌에게 지난 주말에 교회 수련회에 가서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자기를 힘들게 한 사람들을 용서할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빌은 그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며 더욱 듣고 싶어 한다. 

• 캐서린은 친구 메간을 위해 몇 달 동안 기도하며 신앙 서적들을 주었는데, 메간이 호의적인 응답을 했다. 그래서 기독교 진리를 알려주는 전도 집회에 메간을 초청했다. 

• 조는 연주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리는 음악가 피트와 오랜 친구이다. 공감적 경청자인 조는 피트에게 기독교 신앙을 권하며 “너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다. 피트는 기독교 모임에는 가기 싫어해서 둘은 함께 설교를 듣고 성경을 공부한다. 

• 케리는 그리스도인 친구들과 함께 엄마 모임을 만들어서 비그리스도인 친구들을 초청한다. 모임의 대화는 결혼, 육아, 사회 문제, 영성 등을 망라한다. 그들 중 몇 명은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고, 3년 후 이 모임은 믿지 않는 이들에게도 열려 있는 성경공부가 되었다. 


여기서 몇 가지 사례만을 요약해서 소개했지만, 사실 이러한 경험과 이야기들은 낯설지 않으며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특별한 이벤트나 프로그램이 아니다. 물론 팀 켈러는 세속적인 현대 문화를 향해 적극적으로 기독교를 변호하고 복음적 신앙의 타당성을 제시하는 데 유능하다. 그러한 변증이 사람들로 하여금 기독교에 대한 오해를 걷어내고 신앙에 대한 확신으로 깊어지는 데 크게 이바지했으리라는 것은 그의 사역 열매들이 입증한다. 그렇다고 팀 켈러가 변증전도 프로그램이나 이벤트로 사람들을 동원한 것은 아니다. 이는 교회에서 더욱 많은 교인이 자기들의 가정, 직장, 이웃의 일상 가운데서 사람들과의 관계를 중시하며 복음을 나누는 삶을 실천하게 하는 것이다. 그의 경험에 의하면, 교인 중 20-25퍼센트가 이러한 유기적이고 관계적인 복음 사역에 참여하며 “강력한 역동성이 생겨서 온 교회를 가득 채우며, 삶을 세우고 전도하는 교회의 능력을 크게 신장시킨다”(283). 


전도의 일상성


전도라고 하면 으레 사람들을 잘 모으거나 설득할 수 있는 비법(?)을 기대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많은 사람이 모여 분위기가 한창 고조된 집회에서 결신자가 속출하거나, 또는 구체적인 전도 대본이 적힌 매뉴얼로 훈련받은 이들이 거리에서 일대일의 만남으로 복음을 제시하는 모습이 전도가 왕성히 일어나는 사역 현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러 조사에서 거듭 확인되는 바에 의하면, 대다수는 일상에서의 관계를 통해서 신앙에 이르게 된다. 한국교회탐구센터의 의뢰로 지앤컴리서치에서 최근 교회를 찾은 새신자 45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그들을 전도한 사람은 가족/친척(48%), 친구/선후배(24%), 이웃(16%), 직장 동료(10%)로 나타났고, 교회 출석을 권유받은 상황도, 특별한 계기 없이 교회 가자고 권유함(35%), 교회에 관심을 보이자 출석을 권유함(23%), 고민을 듣더니 교회에 가자고 권유함(20%)이 합쳐서 78퍼센트이고, 새신자 초청행사와 같은 특별한 계기에 참석을 권유한 경우(19%)도 있지만, 거의 모든 사람이 교회에 출석하게 된 상황은 개인적 접촉과 교제를 통해서였다.


사실 대부분의 전도는 전도 그 자체를 위해 특별하게 마련된 행사나 개인전도 훈련의 매뉴얼에 따라 발생하지 않는다. 오히려 실제 전도는 평범한 때에, 평범한 교회 예배나 모임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이면서도 영적인 교류를 통해 가랑비에 옷 젖 듯이 일어난다. 이같이 평범한 일상에서 가족 및 이웃과의 관계 속에서 전도가 일어나는 것이 바로 초대교회의 지배적인 전도 방식(80% 이상)이었음을 마이클 그린은 그의 명저 초대교회의 복음전도(Evangelism in the Early Church)에서 주장했고, 팀 켈러도 그린의 주장에 의존한다.     


우리는 전도를 프로그램 중심으로 접근하는 데 익숙하다. 특정 전도 프로그램 자체가 얼마나 효과적인가를 기대하고, 어디선가 성공했다는 전도 무용담을 듣고는 그 프로그램을 복제하려 한다. 교회의 전체 구조보다는 좁은 의미의 전도사역 그 자체에 집중한다. 어떻게 사람들을 교회로 데려오고 어떻게 복음을 대본에 따라 간편하고 효율적으로 전할지에 따라 전도의 성패가 달린 것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팀 켈러는 이러한 관행적 복음 제시 방식들을 냉정하게 평가한다. 


우리는 사람들을 인격적 회심으로 초대해야 한다. 그러나 복음주의에서 사용하는 전형적인 복음 제시는 너무 얄팍하다. 그러한 전도법은 우리가 하나님께 죄를 지었다는 것과 우리의 죄를 위해 구주께서 죽으셨으며, 그 구주를 믿어야 한다는 요청을 피상적으로 말할 뿐이다. 이러한 소통 방식의 단순성은 듣는 사람들이 하나님과 죄에 관한 용어에 대해서 전하는 자와 동일한 본질적 이해를 가지고 있으리라고 가정한다(Center Crhuch, 266).


하지만 기독교적 용어에 대한 이해를 공유하지 않는 비서구 문화에서 복음전도는 긴 과정을 수반하며, 사람들은 기독교 진리와 문화 사이에 가교를 놓는 기독교 공동체로 초대되어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그렇다고 전도를 위한 프로그램은 필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팀 켈러 자신이 기독교를 체계적으로 변호하는 여러 변증서의 저자일 뿐 아니라, 그가 목회한 리디머 교회도 알파코스를 비롯한 여러 기독교 변증 코스를 활발하게 진행했다. 그러나 복음의 근본적인 메시지와 요청과 마주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먼저 그 복음에 입각해서 대조적으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공동체에 노출되어야 한다. 이는 더욱 많은 교인이 일상의 관계에서 이웃을 돌보고 그들과 대화하며 기독교 공동체로 그들을 초대하는 습관을 자연스럽게 형성하는 전교인 복음사역을 통해 실천되었다. 사영리나 전도폭발과 같이 간략하게 체계화된 복음제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복음의 핵심 내용이 문화를 넘어서 전달되려면 새로운 상황에 대한 고려 속에서 재진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문화적 배경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전도 그 자체에만 집중하는 프로그램은 비서구 사회뿐 아니라 21세기 서구사회에도 효과적으로 적용되기 어렵다.


선교적 교회와 문화 내러티브


2017년 미국 프린스턴신학대학원은 팀 켈러를 그 해의 아브라함 카이퍼 수상자로 결정했다가 여성안수를 지지하지 않는 보수 교단의 목사에 대한 자격 논란으로 시상은 취소됐다. 대신에 팀 켈러의 카이퍼 강연은 예정대로 진행되었는데, 그 강연의 제목이 “레슬리 뉴비긴의 물음에 답함”(Answering Lesslie Newbigin)이었다. 뉴비긴은 1984년에 같은 장소에서 열린 워필드 강연에서 복음에 가장 저항적인 가치관이 지배하는 서구사회의 실상을 지적했고, ‘서구사회가 선교적인 대면을 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라는 질문을 제기했다. 팀 켈러의 강연은 뉴비긴의 이러한 질문, 서구사회가 다시 회심하기 위한 선교적 대면에는 어떠한 요소들이 있는가에 대한 답을 시도한 것이다. 뉴비긴의 워필드 강연이 헬라인에게는 미련한 것이요(IVP, 2005: Foolishness to the Greeks)로 출판이 되었다면, 팀 켈러의 카이퍼 강연은 탈기독교시대의 전도(두란노, 2022: How To Reach The West Again)라는 책으로 더욱 보강되어 출판되었다. 뉴비긴의 이 책이 오늘날 선교적 교회 운동의 착상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팀 켈러 또한 선교적 교회론의 취지와 방향을 상당 부분 공유하며, 오늘날의 교회가 개인주의, 물질주의, 치료주의, 명예-수치 등으로 채색되는 세속문화와 구별되어 신실하게 현존하는 동시에 변혁적인 삶을 추구해야 함을 강조한다. 그는 탈기독교세계에서의 전도에서는 급증하는 디지털 문화와 사회-정치적 양극화의 문제를 인식하며, 이러한 흐름과 대조되는 정체성과 삶의 가치를 담은 복음적 교리문답(catechism)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그가 줄곧 그 시대 사람들의 사고와 행동양식을 지배하는 문화 내러티브를 파악하고, 복음이 그러한 문화 내러티브에 어떻게 응답하고 교정된 해답이 되는지를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팀 켈러의 전도를 이루는 중요한 배경은 선교적 교회와 문화 내러티브이다. 선교적 교회론을 통해서 그는 교회가 세속문화에서 공익을 추구하는 반문화가 되어야 하며, 사람들의 열망이 집약된 문화 내러티브를 재해석하고 이에 대한 비평을 통해서 복음을 전파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팀 켈러는 자신이 지향하는 복음전도를 사람들이 불신의 문화에서 대안적 기독교 신앙으로 변화되기까지 작은 결단들을 수반하는 선교적 전도(missional evangelism)의 과정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일회성 집회나 노방전도를 통해 획기적인 결신을 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교인들이 이웃과의 삶에 참여하여 그들에게 복음적인 돌봄과 증언을 통해 점점 더 교회와 그리스도께로 나아오는 작은 결단들을 갖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선교적 전도를 위해서는 평신도들이 삶의 현장에서 1) 관계적 진실성이 있는 삶을 살아야 하고, 목회자들은 2) 이들이 믿음을 나누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목양적 지원을 해주고, 교회는 3) 평신도들의 선교적 활동이 더욱 안전하고 지속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사례들은 팀 켈러의 팀 켈러의 센터처치, 587-601쪽을 보라). 


복음 중심의 선교적 전도


복음 중심적인 대안문화적 공동체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팀 켈러는 일반적인 선교적 교회론과 교집합을 이루면서도, 두 가지 중요한 측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첫째는 일부 선교적 교회 운동가들은 가정교회나 작은 공동체여야 성육신적으로 이웃을 섬길 수 있다고 보지만, 팀 켈러는 자신의 경험상 전통적, 제도적 교회들도 지역사회와 유기적 관계성을 충분히 가질 수 있다고 본다. 둘째로 더욱 근본적인 점은 선교적 교회론자들이 개인주의적 복음을 극복하고자 총체적인 메시지로서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강조하는데, 켈러는 이러한 주장들에서 복음의 예리한 핵심인 속죄와 칭의가 간과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마치 하나님은 세상을 사랑하셔서 온 인류와 우주를 화목하게 하려고만 하실 뿐, 인간의 죄와 타락은 그분의 일하심에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그들이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적 관점은 팀 켈러가 복음과 종교의 근본적 차이를 시종일관 강조해왔던 이유로부터 비롯된다. 왜냐하면 선교적 교회 운동가들이 극복하려는 개인주의적 복음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리스도의 구속적 은혜에 철저하게 기초한 본질적 복음보다는 ‘종교적’ 동기에 기초한 개인주의적 복음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속죄와 칭의의 복음이 인간을 개인적 차원과 공적인 차원 모두에서 급진적으로 변혁시킨다는 이해를 결여했기 때문이다. 


필자가 주목하는 바는 팀 켈러의 복음 중심적 신학이 실제 복음전도의 사역으로 발전된 과정이다. 종교와 대비되는 복음의 깊이와 재발견은 그를 대표하는 주제가 되었다. 또한 현대 문화와 사상을 간파하며, 그 모순과 한계를 지적하면서 복음을 제시하는 그의 변증도 위대한 사역으로 회자된다. 하지만 그가 실제 한 목회자로서 지역사회 속에서 교인들을 선교적으로 목양하며 복음전도에 참여케 했는지에 대해서는 그만큼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 같다. 어쩌면 시작부에서 소개한 그가 말하는 전도사역의 실천 사례들이 지극히 평범하고 단순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가 현대 세속문화의 중심지에서 이룬 전도의 열매는 복음의 깊이에 대한 확신이 이웃의 삶에 담대하게 참여하는 선교적 공동체를 형성하고, 이는 평범한 신자들의 유기적이며 관계적인 일상을 통해 현실화된 것이다. 


구령의 가시적 열매만 따려고 프로그램을 물색하는 성마른 접근으로는 깊이 있는 복음과 치열한 문화적 성육신을 기반으로 체화되는 견고하고 지속적인 전도사역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그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복음이 우리의 문화적 상황과 기독교 공동체에 어떻게 구체적으로 접목되는지를 탐구해야 한다. 21세기 한국 사회의 상황을 위해 적실한 전도의 방향을 찾기 위해서도, 복음-도시-운동으로 이어지는 팀 켈러의 사역 패턴은 우리에게 균형 잡힌 배움과 끈기 있는 적용을 요구할 것이다. 그러나 그 결실은 지속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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