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적 문화관을 섞어서 적용하라
by 고상섭2022-09-23

우리는 세상이라는 곳에서 그리스도의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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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슬라브 볼프는 광장에 선 기독교에서 교회의 문화참여에 대해 두 개의 ‘아니요’(No)와 하나의 ‘예’(Yes)를 말한다.


“첫째, 전적인 변혁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서는 ‘아니요’이다. 둘째, 문화에 적응하는 것에 대해서도 ‘아니요’이다. 셋째, 문화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예’이다.”


볼프가 말하는 변혁과 적응이 아닌 ‘참여’라는 말은 문화를 지배하는 것(변혁)과 문화를 버리는 것(적응) 사이의 중간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 안에 머물면서 다르게 사는 삶”을 말한다. 즉 세상 문화와 분리되지 않으면서도 기독교적 삶을 통해 세상과 구별되는 삶을 통해 세상에 빛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센터처치, 493).


사도 바울은 신약의 교회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성도들이 세상 속에서 가지는 이중 정체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나님의 뜻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 예수의 사도 된 바울은 에베소에 있는 성도들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신실한 자들에게 편지하노니”(엡 1:1


바울은 에베소서에서 성도의 정체성을 에베소 안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 말하면서도 또한 그리스도 안에 살고 있는 신자들이라 표현하고 있다. 우리는 세상이라는 곳에서 그리스도의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세상과 교회라는 두 영역을 어떻게 조화시키는 것이 문화에 참여하는 길일까? 팀 켈러는 세상과 교회의 네 가지 관계를 통해 우리가 세상 속에서 어떻게 문화참여를 해야 할지를 소개하고 있다. 


1. 기독교 세계관은 하나의 모델이 아니다. 


팀 켈러는 센터처치에서 세상과 교회의 관계를 네 가지 모델로 구분해서 설명하고 있다. 각 모델은 저마다 성경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지만, 모든 성경의 진리를 포함하지는 않는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목회자들이 자신의 교단이나 성격에 맞는 한 가지의 모델을 중심으로 세상과 소통하려 하기 때문이다. 네 가지 모델 각각의 장단점을 모두 이해할 때 비로소 세상과 올바른 소통을 이룰 수 있다.


그러나 복음주의 기독교 안에서 통용되는 ‘기독교 세계관’이라는 이름의 가르침은 네 모델 전부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중 하나 ‘변혁주의 모델’을 기독교 세계관이라 지칭하는 경우가 많았다. 올바른 세상과 소통을 위해서는 먼저 기독교 세계관이라는 용어의 내용을 정의해야 한다. 기독교 세계관은 변혁주의 모델과 동의어가 아니다. 변혁주의는 기독교 세계관 중 하나의 모델일 뿐이다. 


2. 각 모델은 모두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다.


D. A. 카슨은 그리스도와 문화의 모델을 연구하고 나서 “모든 성경의 가르침을 아우르는 통시적이고 동시적인 지배 모델은 없다”라고 말했다. 즉 네 모델은 전부 성경적이지만, 성경 전부를 다 설명할 수 있는 모델은 아니라는 것이다. 각 모델은 그 나름의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다. 


1) 변혁주의 모델


변혁주의 모델(Transformation Model)은 한국의 복음주의권 교회에서 가장 많은 모델이며, 그리스도의 주재권이 삶의 모든 영역에 적용되어야 한다고 믿고 열정적으로 사역하는 모델이다. 그러나 세계관이라는 지적인 개념에 너무 치우친 단점이 있고, 교회와 공동체가 배제된 개인의 비전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구호에 매몰되어 승리주의, 자기의(self-righteous), 그리고 과도한 확신으로 여러 가지 문제를 양산한다. 


2) 적절성 모델


변혁주의 모델과 마찬가지로 적절성 모델(Relevance Model) 안에도 서로 다른 그룹들이 혼재하고 있다. 이 모델의 장점은 일반은총을 극대화하는 공공선을 추구함으로 세상과 연결하는 다리를 놓는다. 그러나 공공선을 복음의 영역까지 확대하기 때문에 정치적 해방과 영혼 구원을 동일선상에 놓기도 한다. 복음이 분명하지 않은 교회들도 많기 때문에 NGO 단체와 교회의 차별성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3) 반문화주의 모델


반문화주의 모델(Counterculturalist Model)은 세상과 다른 구별된 대조 사회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교회의 순결을 우선순위에 둔다. 그러나 교회 밖의 문화 운동에 대해 부정적이기 때문에 제국과 권력, 자본주의 시장 등은 모두 사람들을 억압한다고 간주한다. 이런 관점은 정치와 비즈니스 세계에 참여하는 것을 억제하고, 주변 문화의 영향에 대해 변화시키려고 하지 않는다. 


4) 두 왕국 모델


하나님이 전 세계를 통치하시지만 두 왕국을 별개의 방법으로 통치하신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두 왕국 모델(Two Kingdom Model)은 하나님은 세상을 일반은총을 따라 통치하시고 교회를 특별은총에 따라 통치하신다고 믿으며, 기독교적 방식으로 세상을 사는 것이 아니라 교회 안에서는 성도로 교회 밖에서는 건전한 시민으로 사는 삶을 강조한다. 그러나 일반은총의 타락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단점이 있고, 사회의 선은 모두 자연 계시로 생긴 것으로 판단한다. 또 중립적인 기초 위에서 신앙을 영위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법률, 정부, 예술에 대한 기독교적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을 거부하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3. 계절에 맞게 각 영역의 장점을 섞어서 활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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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표의 가운데 있는 원은 각 모델의 중요한 키워드가 제공되어 있다. 그 키워드를 모두 섞어서 자신의 영역에 맞는 세상과 소통해야 한다. 우리말 역간 ‘센터처치’에는 그림 안에 따로 표기가 없지만, 원서에는 “blended Insights”라고 기록되어 있다. 각 모델의 장점을 섞어서 활용하라는 것이다.


네 가지 모델은 모두 성경적이지만 모든 환경에 다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세상의 계절을 살펴보고 그 상황에 맞는 세계관을 추구해야 하고 그것을 상황화라고 말한다. 교회가 적대적일 때는 교회의 순결을 강조하는 반문화주의 모델이 적절해 보인다. 또 핍박을 받지만 성장하는 시기에는 변혁주의가 어울린다. 교회와 세상의 가치가 비슷한 시기에는 두 왕국모델이 필요하다. 교회가 매력을 잃어가는 시기에는 적절성 모델을 통해 공공선에 이바지함으로 문화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


 계절

 상황

 적절한 모델

 겨울

 교회와 세상이 적대적일 뿐 아니라 교회가 매력이 없고 영적으로 약해진 시대

 반문화주의

 봄

 교회가 핍박을 받지만 성장하고 있는 시기

 변혁주의

 여름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인정을 받는 시기

 두 왕국

 가울

 교회가 매력을 점점 읽어가는 시기

 적절성


어떤 모델이 좋은가를 따지는 것보다 더 필요한 것은 지금 우리 교회와 현실은 어느 시대에 와 있는지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을 살펴보고 거기에 맞는 모델들을 섞어서 활용하면 된다. 


4. 자세와 몸짓을 가지라 


팀 켈러는 네 가지 문화관 중 자신에게 익숙한 한 가지를 중심으로 하지만 나머지 세 가지 문화관을 활용하라고 권면한다. 


자신에게 가장 익숙하고 편안한 하나의 모델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각 계절에 맞춰 세 가지의 다른 문화관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앤디 클라우치는 이것을 자세(Posture)와 몸짓(Gesture)으로 설명했다. 문화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자세’라고 하고, 다른 모델로부터 나오는 즉흥적인 움직임을 ‘몸짓’으로 설명했다. 문화에 대한 하나의 입장은 움직이지 않는 자세이지만, 몇 가지 다른 모델들을 상황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몸짓이다. 


세상과 교회의 관계는 복잡하다. 그러나 각 세상 속에 흐르는 문화관을 분석하고, 그 문화에 맞는 교회의 모델들을 접목해 가는 상황화의 과정을 통해 복음은 더욱 세상 속에서 아름답게 역사하게 될 것이다. 네 가지 문화관을 모두 섞어서, 계절에 맞는 적절한 방법들을 생각해 낼 때 복음은 이 시대 속에서도 역동적으로 역사하게 될 것이다.

어떤 모델이 좋은가를 따지는 것보다 더 필요한 것은 지금 우리 교회와 현실은 어느 시대에 와 있는지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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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고상섭

고상섭 목사는 영남신학대학교와 합동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그 사랑교회'를 개척해 섬기고 있다. ‘팀 켈러 연구가’로 알려져 있으며 CTC코리아 강사로 활동하고 있고 최근 공저한 ‘팀 켈러를 읽는 중입니다’ 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