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가난하면 더 비싸게 살아야 하는가?

교회 지도자를 위한 경제학

by Joe Carter2022-08-10

가난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가장 큰 비극은 그들에게는 세상에 있는 것들 대부분이 사치품처럼 느껴진다는 사실이다

Share this story 페이스북으로 공유하기 트위터로 공유하기


교회 지도자를 위한 경제학


교회 지도자들이 “그 성읍의 평안”(렘 29:7)을 제대로 구하려면 경제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경제가 우리 삶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교회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해야 한다. ‘교회 지도자를 위한 경제학’ 시리즈는 경제 신학을 제시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 시리즈의 취지는 교회 지도자들에게 경제에 대한 기본 지식을 제공하여 믿음의 공동체가 경제와 공공 정책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생각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려는 것이다.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비평가들에게서 굉장한 호평을 받은 영화 ‘양 도살자’(Killer of Sheep, 1978)를 보면 가난한 사람들이 왜 더 비싸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지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이 영화는 1970년대 로스앤젤레스 와츠 구역에 사는 흑인 가족 이야기이다. 그들은 고된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어느 주말 당일치기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그런데 와츠 구역을 채 벗어나기도 전에 차가 말썽이다. 타이어가 펑크가 나버린 것이다. 예비 타이어도 없다. 어쩔 수 없이 펑크 난 차를 끌고 집으로 되돌아오는 바람에 바퀴 프레임까지 망가져 버린다. 


사실 여기에 어떤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장면을 보면서 가난을 아는 사람들은 앞으로 이 가정에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예비 타이어를 장만할 돈도 없는 이 가정이 어떻게 바퀴 프레임이 망가진 차량을 고칠 수 있겠는가? 어쩌면 이 가정은 망가진 차량을 방치하거나 폐차해야 할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건 이 가정에 더는 차량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이들의 삶은 더욱 고단해질 것이다. 


가난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가장 큰 비극은 그들에게는 세상에 있는 것들 대부분이 사치품처럼 느껴진다는 사실이다.


사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차량을 고칠 수 있을 것이고, 이렇게 문제가 커지기 전에 이미 수리를 할 것이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작은 자동차를 수리하는 것마저도 너무 비싼 일이다. 그리고 차량을 수리하지 못한 결과는 재앙에 가깝다. 사실 가난한 사람들이 이런 상황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무시하는 것도 아니다. 차량 수리를 하지 못하면 큰 문제가 생긴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들에게 지금 당장 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소비 평탄화


소비 평탄화에 관하여 먼저 쓴 글에서 말했던 것처럼, 중하층부터 1퍼센트 최상층까지의 미국인은 대부분 소비의 균형을 가지고 있다. 소비 평탄화란 삶의 수준을 항상 최선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하여 일정 기간 소비와 저축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은 첫 직업부터 은퇴까지 이런 방식의 경제생활을 유지한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은 이런 소비의 균형을 유지하기 어렵다. 전 생애를 아우르는 경제계획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건 그들에게는 사치다. 당장 이번 주를 버티는 것이 어려울 때도 있다. 그러한 경제적인 위기를 일 년에 여러 번 겪기도 한다. 그렇기에 가난한 사람들은 소득, 소비, 저축을 보통 사람들과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기 어렵다. 이것이 경제적인 계층별로 사람들의 삶에 차이가 벌어지는 이유이다. 


일반적인 중산층 가정의 지출을 생각해보면 음식이나 필수적인 공과금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지출이 소비의 균형과 연결이 되어 있다. 주택 대출, 차량 대출, 학자금 대출 상환, 신용카드 청구, 보험(차량, 건강), 저축, 연금보험, 교육비 등이 바로 소비의 균형을 위한 것이다. 이처럼 중산층 가구의 소득은 대부분 과거에 소비한 것을 갚거나 미래에 소비할 것에 대비하여 저축하는 용도로 지출이 이루어진다. 


중산층 가정은 소비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삶을 더 수월하게, 덜 위험하게, 더 즐겁게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가난한 노동자들은 소비의 균형을 유지하기 어렵기에 삶이 더욱 어려워진다. 사실 다음에 제시하는 가난한 노동자들의 네 가지 경제적인 문제들은 모두 소비의 균형과 연결되어 있다. 


가난한 노동자들이 겪는 네 가지 경제적인 문제


첫 번째이자 가장 분명한 경제적인 문제는 지금 당장 생계를 감당할 만한 소득이 없다는 것이다(유형 1). 두 번째 문제가 더 심각할 수 있는데, 앞으로도 이들의 소득이 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기에 이들은 신용거래를 할 수도 없다(유형 2). 세 번째 문제는 중산층, 고소득층은 장기간의 미래를 내다보며 경제계획을 세울 수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미래를 예측하며 경제를 계획할 수 없다(유형 3). 네 번째 문제는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가난한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는 더 비싼 비용이 든다는 사실이다(유형 4).


이 네 가지 요소가 가난한 노동자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예를 들어보겠다. 톰은 시골에서 2008년식 닷지 네온 자동차로 출퇴근하면서 최저시급을 받는 가난한 노동자이다. 많이 노후한 그의 차는 엔진에도 고칠 데가 한두 곳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 당장 톰에게는 차량을 수리할 비용이 없다(유형 1).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차량이 고장이 났고, 수리비가 500달러나 나왔다(그의 월급의 40퍼센트다). 게다가 그는 낮은 임금과 체납 이력 때문에, 신용등급이 낮고 그래서 당연히 통상적인 금리로 금융기관의 도움을 받기도 어렵다(유형 2).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톰은 대부업체에 손을 벌려야 한다. 두 주간 100달러를 빌리는데 이자 비용만 15-30달러가 드는 데다. 톰이 이자 비용으로 30달러를 지출해야 한다면, 2주 후에 갚아야 할 비용은 650달러다. 연이율로 계산하면 782.14퍼센트에 해당한다(유형 4). 톰은 지금 당장 500달러도 감당할 수 없으니, 당연히 2주 후에 돌아올 650달러도 감당할 수 없을 것이 분명하다(유형 2, 유형 3). 


대부업체의 이자를 감당할 수 없다면, 톰은 차를 고치지 못할 것이다. 차를 수리하지 못하면,직장에 가지 못한다. 직장에 가지 못하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고, 가족의 생계를 부양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톰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톰이 왜 그런 상황에 놓였는지 질문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는 그의 잘못들을 책망할 수도 있다. 학교 다닐 때 더 열심히 공부했더라면 더 나은 직업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전기세를 연체하지 않았더라면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찌 되었건 이러한 개인적인 잘못들과 그가 어찌할 수 없는 사회구조적인 문제들이 결합하여 그에게 이러한 경제적인 위기가 찾아왔을 것이다.


그러나 톰을 비난하기 전에 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서 우리가 그를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생각해보자. 우선,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지 먼저 이해해야 한다. 우리 사회 안에서 한 사람이 경제적인 문제에 봉착했을 때 이를 해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굉장히 어렵다.


교회가 도울 수 있는 방법


사람들은 가난에 대하여 논하면서 너무 거시적인 측면에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실업률이나 복지 정책 같은 거대 담론도 분명히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가 개인의 삶의 측면에서 그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한다. 가난한 사람들이 더 비싼 삶을 살아가지 않도록 더욱 고민하고 노력한다면, 그리스도인이 개인으로나 교회로서나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줄 방법은 많다


교회가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하여 할 수 있는 일을 하나 생각해보자면, 그들을 위하여 긴급 지원 대출 기금을 만들 수도 있다. 형편이 넉넉한 성도가 사랑의 마음으로 출자하여 지금 당장 어려움 가운데 있는 다른 성도들을 도울 수 있는 대출 기금을 만들 수 있다. 그러한 자금이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순환이 되고, 출자금이 많이 모이면 다시 처음 출자한 성도에게 초기 자금을 상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상적으로는 이런 자금은 무이자로 대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때로는 상황에 따라서 대출 상환이 불가능한 경우를 대비하여 부채를 탕감할 수도 있어야 한다.)


미국의 교회들이 이런 프로그램을 앞다투어 시행한다면 교회 안에서 가난 때문에 파산하고, 사채를 쫓아다니고, 빛의 노예로 살아가는 성도들은 확실히 줄어들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구제하라(엡 4:28)는 명령은 그들이 먹을 만한 음식을 나누어주는 그런 자선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그들이 지금 당장 직면한 어려움을 넘어갈 수 있도록 절망적인 상황에 있는 이들에게 경제적인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이 가장 좋은 구제가 될 수 있다. 가난한 사람들이 다시 소비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교회가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실제적인 방법이다. 




원제: Economics for Church Leaders: Why Being Poor is So Expensive

출처: www.thegospelcoalition.org

번역: 박광영

가난한 사람들이 더 비싼 삶을 살아가지 않도록 더욱 고민하고 노력한다면, 그리스도인이 개인으로나 교회로서나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줄 방법은 많다

Share this story 페이스북으로 공유하기 트위터로 공유하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 공유하기
  • 공유하기